우리나라 클래식음반 1호는 ?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음반의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은 것 같다. 대중가요는 SP시대부터 꾸준히 시장을 형성해 왔지만 클래식 분야에서는 시장이 좁아 제대로 나온 클래식 음반은 없었다고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반시장은 미군PX와 해외여행자들로 부터 흘러 나온 RCA나 Columbia등의 외제음반들과 국내에서 무허가 복제판이 있었을 뿐 이었다. 원판으로 불렸던 외제음반들은 가격이 일반인들이 쉽게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쌌지만 소수의 고정된 클래식 매니아층의 수요는 있었던 것 같다. 무허가복제판은 원판에 빗대어 ‘빽판’으로 불려졌는데 얇고 품질이 좋지 않은 비닐을 사용한 탓인지 새 것 이라고해도 음질이 그리 좋지는 않았고 그나마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에 레코드판이 심하게 휘는 경우도 많아 턴테이블에 올려놓으면 톤암이 마치 파도를 타는듯 심하게 위아래로 춤을 추는 경우도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클래식 음반이 등장한 것은 1971년 성음사의 라이센스 음반이다. 당시 지구레코드, 오아시스레코드 등 국내 굴지의 음반회사들은 가요음반에 주력을 하였는데, 성음사(成音社)에서 유럽의 세계적인 음반회사들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DECCA, PHILIPS, GRAMMOPHONE의 음반들을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도서와음반을패키지로묶은음반서적회사省音社와는전혀다른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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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gn=”left”><성음사를통해소개된DECCA음반레이블>

 

성음사의 라이센스 음반은 포장과 인쇄까지 수입 음반에 뒤지지 않아서 빽판에 비해 엄청 비싼가격(1971년도1200원-1500원정도로기억된다.)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클래식 음반시장을 넓혀갔다. 물론 수입 원반에 비해 정전기 방지기능이나 톡톡 튀는 잡음 등 외국 음반에 비해 결점도 있었지만 빽판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 틀림없었다. 성음사에서 발간한 라이센스 음반은 성음라이센스 SEL-로 시작되는 고유번호를 갖고 있었는데 초기에는 DECCA계열은 SEL-xxxx등 4자리 숫자로, PHILIPS계열은SEL-1xx xxx, Deutsche Grammophone은 SEL-2xx xxx으로 나갔으며, 몇 년 후에는 DECCA는RD, PHILIPS는RP, D.Grammophone은RG로구분하여SEL-RD1234등으로표기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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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음사라이센스음반제1호SEL-0001(DECCA),1971년4월16일발간>

성음사에서 가장 먼저 나온 라이센스 음반(SEL-0001, 후에 SEL RD 0001로 변경)은 정경화씨가 Andre Previn이 지휘하는 London Symphony와 협연한 차이코프스키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DECCA음반으로 1971년4월16일 이었다.  정경화씨의 DECCA 음반은 국내 라이센스 음반 제1호라는 의미 외에 내 개인적으로는 내 용돈으로 수집한 첫 번째의 클래식 음반이란 기록도 갖고 있다. 그 전에는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시내 청계천의 레코드가게를 출입하며 빽판을 주로 구입했지만, 라이센스 음반이 나오면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거의 모든 용돈을 라이센스 음반을 수집하는데 사용하다시피하여 시험기간이 끝나면 청계천에 많았던 음반도매상에 나가는 것이 큰 기쁨 이었다. 당시에는 빽판들은 물론 일반 가요 음반들도 비닐포장이 없었는데 성음사의 라이센스 음반은 모두 비닐포장으로 밀봉되어 있어서 음반을 구입하고 이 비닐포장지를 뜯을 때의 설레임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하다.

나의 클래식 음반 제2호는 역시 DECCA의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송어(SEL RD 0005) 였다.  슈베르트의 송어는 국민학교 때 합창대회에서 자주 부른 귀에 익은 멜로디여서 무척 반가웠던 음반 이었으며 그 후 실내악을 가까이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음반으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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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음사에서PHILIPS이름으로처음으로소개된DvorakCelloConcerto음반,SEL-100007>

PHILIPS 계열 음반은 DECCA 보다 조금 늦게 출시되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소개된 음반은 PHILIPS계열의 fontana레이블로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과 브루흐의 콜니드라이가 수록된음반(SEL-100007)이다. PHILIPS 계열 음반은 분류번호가 SEL-100 007 등 1로 시작되는 여섯 자리 숫자로 번호가 부여 되었는데 어쩐 일인지 몰라도 제작번호가 1번 부터 6번 까지 결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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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gn=”left”><PHILIPS음반레이블><palign=”left”>

성음사의 라이센스 음반 중에서 가장 늦게 선을 보인 DG DeutscheGrammophone 음반 1호(SEL 200 001)는 역시 우리 나라의 김영욱씨가 연주한 멘델스죤과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으로 1974년 경에 소개 되었다. 김영욱씨의 음반은 정경화씨에 비해 많지는 않았고 DG에서 나온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이 있었다.

당시 라이센스 음반의 가격은 1500원 정도로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DG 가격이 DECCA와 PHILIPS에 비해 항상 100원 비쌌다.  아마 로얄티가 차이가 나서 그렇게 되었는지 몰라도 소비자한테는 DG의 비닐 원반 가운데의 노란딱지 레벨의강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음반과 자켓의 자료를 보니 1975~1976년 나온 음반 가격이 1800원~1900원 이고, 1982년 성음사에서 계간으로 발간된 잡지 레코드음악에 실린 안내를 보니 클래식 음반은 2800원, 팝 음반은 2600원으로 라이센스 음반의 가격 인상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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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gn=”left”><1974년10월발매된GRAMMOPHONE김영욱씨의BrahmsViolinSonata음반의가격표,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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