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속철도사고를 보며 생각나는 것

중국이 자랑하던 고속철도가 대형사고를 냈다. 중국의 양대도시인 베이징-샹하이 노선 1318km를 시속 350km가 넘는 속도로 4시간50분 이라는 무서운 속도를 자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잦은 고장으로 불안하게 만들더니 기어이 다른 노선이지만 벼락으로 운행을 멈춘 기차를 뒤따라 오던 기차가 추돌하는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을 내었다.

< 사진 – Long Yang Station의 트랙에 대기중인 Transrapid의 앞모습 >

이번 중국고속철 사고를 보도하면서 소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사실 중국의 고속철도는 Transrapid로 불리는 샹하이푸동공항열차에서 시작되었다. Transrapid는 독일 Siemens사와 ThyssenKrupp사의 합작으로 개발된 자기부상열차이다. 자기부상열차(Maglev)에 대해서는 이미 영국의 Birmingham과 독일 Berlin의 지역노선에서 운행된 적도 있었지만 초고속열차로서는 샹하이푸동공항열차가 세계최초이며 세계최고속도 431km/hr 라는 놀라운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샹하이푸동공항의 Transrapid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의문이 든다. Transrapid가 독일회사의 특허를 가진 기술이지만 막상 독일에서는 계획만 세우고 있었고 상용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독일에서 진전이 없는 사이 2000년6월 샹하이푸동공항에서 시내 외곽의 LongYang역을 잇는 31km 노선에 Transrapid를 건설하기로의 샹하이당국과 독일 Siemens & ThyssenKrupp 사가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2001년3월 공사가 시작되고 불과 2년도 못 된 2002년12월31일 중국의 주룽지총리와 독일의 슈뢰더수상이 탑승한 가운데 시험운전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주말에 승객을 태운채 시운전하여 2003년에는 무려 80,000명이 시운전에 참가한 기록도 있다. 어쨋든 독일의 기술로 개발된 Shanghai Transrapid는 시험운행과정 중에 놀랍게도 최고시속 501km/hr 까지 돌파하였고 마침내 공사를 시작한지 불과 3년도 안 된 2003년12월29일 상업운행을 시작하여 세계최초의 초고속자기부상열차라는 기록과 순간최고시속 431km라는 두 가지 세계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 사진 – 기차가 최고시속인 431km/hr 에 이르면 곧 감속하기 시작한다. >

반면 기술보유국인 독일의 Transrapid건설은 지지부진하였다. Shanghai에 이어 뮌헨시내와 뮌헨공항을 잇는 Transrapid 사업이 시작되었지만 2002년에 Munchen Airport Center에 Transrapid 차량까지 전시를 하고도 공사는 예정보다 늦추어 지고 있었다. 결국 뮌헨공항의 Transrapid는 예정된 완공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2008년3월에 사업이 중단되었다. 겉으로 들어난 이유는 새로운 터널공사에 따른 기하급수적인 공사비의 증가가 문제가 되었다고 하지만 기술개발이 끝난지 오래되었고 공사도 상당히 진척된 상태에서 중단된 것은 의외다. 물론 2006년 Transrapid의 시험운행중 인명사고도 있었지만 이 사고는 기술적인 원인이 아니라 인재사고라고 하여 Transrapid의 사업중단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사진 – Shanghai Transrapid Maglev의 일반석객실내부모습 – 일반시외버스정도의 수준이다. >

다행히도 Shanghai Transrapid가 세계최고의 운행속도 못지 않게 3년도 못 되는 초고속으로 완공된 Transrapid는 지금 커다란 사고없이 운행되고 있다. 나도 2004년, 2005년, 그리고 2007년 Shanghai Transrapid를 이용하였지만 서울역과 인천주안역의 거리에 해당되는 31km를 불과 7분20초 만에 주차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속도였다. Shanghai Transrapid는 푸동공항열차에 이어 노선을 항주까지 연결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도중에 기존 레일방식의 샹하이-항주의 초고속열차가 먼저 개설되어 샹하이-항주의 Transrapid의 일정은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 시속 431km/hr 를 자랑하는 자기부상열차(Maglev)인 Shanghai Transrapid 의 일등석 VIP객실 >

중국은 독일의 기술로 세워진 샹하이 Transrapid에 대한 시장성에 의구심을 가졌는지 중국최초의 초고속열차인 자기부상방식을 외면하고 신칸센과 독일 ICE의 레일방식의 초고속열차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비록 Shabghai Transrapid가 우리나라의 KTX 보다 몇 달 먼저 개통했다고 해도 전적으로 독일의 기술에 의존했기 때문에 한국보다 초고속열차에 대한 기술축적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놀라운 속도로 초고속열차의 개발에 나섰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기술제공자인 일본과 독일이 시속 300Km 이상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350km 이상의 초고속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것도 중국만의 기술이라고 자랑하며 세계최고에 너무 매달린 무리한 사업을 펼쳐 중국인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베이징-샹하이의 초고속열차의 개통과 동시에 중국철도청 내부에서 졸속공사와 실적위주의 무리한 공사였다는 비판이 나오던 와중에 비록 다른 노선에서 발생한 사고이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 서울-부산 전구간의 초고속운행으로 이 노선은 항공편을 위협할 정도로 KTX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

우리나라도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KTX-산천호가 철도청은 작은 문제라고 하지만 신경이 씌여질 정도로 잦은 말썽을 부리고 있다. 시속 300km가 넘는 초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의 사고의 파괴력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 것, 애국심, 우리 기술의 자긍심도 좋지만 우리나라 철도 당국도 무엇 보다도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과 부산운행시간을 몇 십분 단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안전운행이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특히 대구-부산 간의 초고속전용노선이 완공으로 서울-부산간의 KTX와 항공편의 경쟁에서 KTX가 우위에 오를 수 있는 여건에서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고속도의 기록은 제반 여건에 필요한 결과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될 필요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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