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서 많은 항공기 애호가들과 카메라맨이 캐나다 몬트리올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KLM항공 KL672편 MD-11 (PH-KCE) Audrey Hepburn호의 도착장면을 지켜보았다. MD-11은 50년 가까이 장거리노선을 장악했던 보잉의 점보기 B747에 마지막까지 맞섰던 기종 이다. 이날 몬트리얼발 암스테르담행 MD-11의 비행이 관심을 끈 것은 이 비행이 MD-11의 상용여객기로서는 고별비행 이었기 때문이다.
* 10월26일 고별비행을 한 KLM MD-11, PH-KCE호와 동일기종 PH-KCK (출처 wikipedia 저작권공개)
비운의 형제 DC-10과 MD-11 …… Tri-jet Disaster
사실 MD-11은 항공사들한테 인기가 있었던 기종은 아니었다. MD-11의 전 모델인 DC-10이 개발과정에서 제작사인 더글라스가 재정위기에 빠져 McDonnell사와 합병하여 McDonnell Douglas로 새로 태어났는데, 꼭 30년 후에 MD-11의 판매부진으로 McDonnell Douglas도 경쟁사인 보잉사에 흡수합병하게 된 비운의 기종이었다. McDonnell Douglas사의 형제인 MD-11와 DC-10, 그리고 미국의 록히드사의 L-1011 트라이스타 까지 보잉의 점보기 B747에 맞섰던 엔진 3개의 Tri-jet 기종 모두가 보잉 B747와의 경쟁에서 낙오 되어 이를 Tri-jet Disas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MD-11 … 항공사들의 천덕꾸러기
MD-11은 넓은 조종석과 Digital Glass Cockpit(디지탈전자계기표시장치)를 갖추었지만 비행능력은 경쟁기종에 비해 뒤떨어져 누적생산대수가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200대에 그쳐서 DC-10의 전철을 밟게 되었다. 특히 연비가 떨어지고 측풍에 약하다는 안전성 때문에 항공사들이 기피하는 기종이 되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매각하거나 화물기로 개조하여 여객기로 운항시키는 항공사는 적었다. 한 자료에 의하면 MD-11의 사고율은 경쟁기종인 보잉 B747-400에 비해 거의 네 배나 높았다고 한다.
특히 2009년 나리타공항에 착륙하던 미국의 화물기 FedEx사의 MD-11이 착륙과정에서 강풍 속에 착륙하다 활주로에 충돌하여 기체가 두 동강 나서 화염에 휩쌓였던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비디오에 잡혀 충격을 주었던 적이 있다.
KLM이 보유했던 MD-11
네덜란드의 KLM항공은 MD-11을 10대 보유하였다. KLM은 보유기 마다 이름을 붙히고 있는데 MD-11 시리즈에는 나이팅게일, 퀴리부인, 테레사수녀, 마리아칼라스, 안나 파블로바, 오드리헵번, 잉그리드버그만 등 세계적인 여류명사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중 몽테소리, 나이틸게일, 오드리헵번 등 3대가 마지막 까지 남았지만 이날 만 20세가 된 오드리헵번(PH-KCE)을 마지막으로 모두 여객노선에서 퇴역하였다. MD-11의 최고령도 24세로 이 정도는 항공기의 일반적인 내구연한을 감안하면 아직 퇴역할 나이는 아니다.
MD-11을 떠나 보내는 KLM …… 그래 수고 했어 !
그러면 KLM 항공은 천덕꾸러기 기종이었던 MD-11의 마지막비행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 KLM은 MD-11의 마지막 비행일정을 공개하여 많은 항공기애호가들과 카메라맨들이 MD-11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몬트리올 공항과 암스테르담 공항에 모여들었다. 마지막 항공편에 근무했던 승무원의 얘기에 의하면 많은 승객들이 MD-11의 마지막 비행 KL672편을 지켜보려고 탑승했다고 한다. KLM은 MD-11의 마지막비행을 기념하여 특별 기내식을 마련하였고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해서는 조종석을 승객한테 개방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암스테르담 공항도 KL672편 오드리헵번호가 착륙하자 터미날의 탑승구까지 자동차로 에스코트하고 소방차 두 대가 양쪽에서 물대포를 쏴서 아치를 그려 MD-11의 은퇴를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한편 마지막 비행의 조종간을 잡았던 기장은 어떤 말로 인사를 했을까 ? 오드리헵번호의 기장 Mr.Erwin Gabel은 몬트리올공항을 떠나며 기내방송으로 MD-11에 대한 조종사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평가를 뒤로 하고 다만 앞으로는 더 경제성이 높은 기종이 활약할 때가 되었다는 말로 고별인사를 마쳤다고 한다.
MD-11은 확실히 항공사들이 기피하는 기종이었다. 현재 160여대의 MD-11이 아직 창공을 날고 있지만 대부분 화물기다. 여객용으로 제작된 기체도 거의 모두 화물기로 개조되었다. 이날 퇴역한 KLM의 MD-11도 미국 어느 사막의 항공기 보관소에 안치되어 제3세계의 영세항공사에 헐값에 팔려나가거나 다른 MD-11의 부품공급원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MD-11은 비록 항공사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기종이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을 배려한 KLM 항공의 처사가 돋보였던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