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이 맛없는 이유는 ?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납품회사를 변경하면서 착오를 일으켜 기내식 대란을 야기하고 이에 책임을 느낀 하청업차 사장이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이어진다.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에서 기내식은 그저 한 끼 요기를 한다는 의미 이상이 있다. 오늘은 4년 전 기내식에 관한 포스팅을 다시 한 번 소개해 본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여행에 나서면 기내식의 맛은 여행객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게된다. 가족과 함께 기대 되는 즐거운 휴가여행 이라면 기내식이 별미로 느껴질 수 있지만 마지 못 해 출장목적으로 떠나는 지겨운 여행이라면 기내식의 밥맛 역시 별로일 것 같다. 대기업임원이나 고위공직자들처럼 비즈니스클래스나 일등석을 타면 부족한 기내식의 맛을 승무원의 서비스가 채워주겠지만 일반석의 경우는 이런 효과도 기대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하여 전에 L.A.Times와 CNN.Travel에서 보도된 기사를 바탕으로 기내식에 대한 숨은이야기를 펼쳐본다.

 

일반석기내식…점점퇴보하는듯!

지난 30년 동안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기내식의 수준은 예전 보다 못한것 같다. 예전에는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를 타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반석의 경우만은 확실히 퇴보했다. 전에는 음료수도 캔으로 제공했지만 요즘은 페트병의 음료수를 서빙하고 있다. 전에는 기내식도 여유있게 실었지만 최근에는 탑승객 숫자에 거의 맞추어 여유분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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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홍콩노선의기내식CX7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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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홍콕 노선의 기내식 TG628편, 캐세이퍼시픽보다 좋은 편 이다.

유럽항공사들은 식음료서비스 시간이 끝나면 객실 뒤에 음료수와 작은 위스키나 브랜디 병을 카트에 비치하여 필요한 승객이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했지만 요즘 이런 서비스를 하는 항공사들은 보지 못했다. 심지어 인천출발노선에는 많은 항공사들이 고추장을 기본으로 제공했지만 요즘은 원하는 승객한테만 주고 있어 경비절감대상에는 고추장까지 포함되어 있슴을 알게 된다.

 

기내식의 단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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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천-후쿠오카 기내식… 단거리 노선에는 샌드위치 등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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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노선도 비행시간 2시간이 넘는 인천-나리타 노선에는 hotmeal이 제공된다.

기내식의 단가는 항공사와 노선에 따라 다르다. 확실한 사실은 항공사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기내식이 예전 보다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좀 오래 된 자료이긴 하지만  L.A.Times가 미국의 Breau of Transportation Statics의 자료에 따라 밝힌 미국 항공사들이 기내식에 단가는 2001년 USD.4.79 이었지만 2013년에는 USD.3.62로 떨어졌다고 한다. 국제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내식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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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E692편 타이베이-인천 노선의 기내식

전채와 메인요리, 디저트 등 모든 코스가 All-in-One으로 제공되는 일반석 기내식과 달리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은 코스별로 제공된다. 1990년대에는 비즈니스클래스와 퍼스트클래스를 타본 적이 많지 않아 최근의 기내식과 비교해 볼 수 없지만 일반석 기내식과의 격차는 좌석의 변화 만큼 더 벌어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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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E020 시애틀-인천 노선 비즈니스클래스 점심식사 – 코스1. 전채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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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E020 시애틀-인천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점심식사 – 코스 2.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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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E020 시애틀-인천 노선 비즈니스클래스 점심식사 – 코스3. 메인요리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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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E020 시애틀-인천 노선 비즈니스클래스 점심식사 – 코스4.디저트

우선 비즈니스클래스 부터는 기내식을 제공할 때 테이블보를 깔아 준다. 타이항공이나 말레이지아항공 같은 경우에는 간식이 제공될 때도 테이블보를 깔아 준다.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 세트도 전채용과 메인요리용이 따로 제공된다. 일반석 기내식과 마찬가지로 맛은 지상에서 보다 떨어지겠지만 코스별로 정성스럽게 제공해주는 승무원의 서비스가 부족한 맛을 보상해 준다. 몇년 전 ‘라면 상무’가 화제가 되었듯이 비즈니스클래스 승객한테는 컵라면이 아닌 ‘끓이는 라면’도 제공된다.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의 경우는 특급호텔에서 공급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클래스와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요금은 일반석과의 요금차이 수준의 격차가 벌어져 최소한 약 1:3:6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내식은 왜 맛이 없을까?

즐거운 여행을 기대하는 기내식에 담긴 거품이 꺼지면 기내식은 맛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 L.A.타임즈의 평에 의하면 기내식의 수준은 B급 레스토랑 정도이며 차라리 Denny’s Restaurant가 낫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Denny’s가 없지만 아마 미국의 대중적인 패밀리레스토랑 정도로 생각된다.

 

10km 상공의 객실 . . . 혀의 감각기능이 떨어져

기내식이 맛이 없는 것은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똑 같은 음식이라도 기내에서는 승객들이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인 혀의 미뢰(taste bud)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미뢰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10km 상공의 낮은 기압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내의 지속적인 소음이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캐터링사 . . . 레스토랑의 주방이 아니라 기내식 대량생산 공장

또 하나는 기내식의 요리과정 자체에 있다. 기내식은 항공사에서 직접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캐터링사에서 공급받게 된다. 캐터링사는 항공사에서 직접 투자하여 자회사로 운영되는 경우와 공항에서 투자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라 공항에서 출발하는 많은 항공사의 기내식을 공급하는 캐터링사는 KAL 캐터링과 LSG Sky Chefs가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한때 캐터링사를 운영하였지만 LSG Sky Chefs에 매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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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기내식을 항공기로 수송중인 캐터링회사의 트럭들 … KAL Catering & LSG Sky Chefs

LSG Sky Chefs는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의 자회사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공항에 캐터링사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캐터링사 이다. 싱가폴창이공항에는 싱가폴공항이 대주주인 SATS가 있으며 싱가폴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공항에서 캐터링서비스를 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직접 투자한 캐터링사가 있어도 단거리 노선의 경우 왕복기내식을 탑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귀국편의 기내식은 현지 캐터링사에서 제공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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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은 캐터링사에서 기내식쟁반이 담긴 그대로 받아 서비스한다.

 

기내식의 메뉴가 단순한 이유 . . . 승객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어야

한편 국제선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이용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내식을 제공하기는 힘들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메뉴가 선택될 수 밖에 없다. 비교적 미국이나 호주승객들이 기내식에 대한 불평이 적은 것은 그만큼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 캐터링의 요리사인 Mr.Kubisz는 기내식은 승객들이 쉽게 메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강조한다. 즉 Beef with Rice, Fish with noodle, Chicken 등 한 두 마디로 메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맨투맨으로 서빙되는 일반 레스토랑과 달리 기내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많은 승객들한테 기내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기내식에 대해 승객들의 궁금증에 일일히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캐터링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 . . ‘맛있는 기내식’이 아니라 ‘안전한 기내식’이 최우선

기내식이 맛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LSG Sky Chefs사의 홍콩공항 총주방장은 Fritz Gross씨의 솔직한 실토에서 찾을 수 있다. Gross씨는 캐터링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맛있는 기내식’이 아니라 ‘안전한 기내식’ 이라고 한다. 기내식은 고립된 공간에서 대량보급되기 때문에 만약에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큰일이기 때문 이다. 기장과 부기장은 같은 기내식을 먹지 않는 것도 기내식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이다.

따라서 하루 30,000명분 이상의 대량 취급하는 일반식 기내식의 경우 medium이나 rare steak는 기대하기 어렵고 모든 육류는 완전히 익혀야만 한다. 따라서 매일 매일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여 직접 요리하여 소비자한테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달리 캐터링사는 레스토랑의 주방이 아니라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기내식 생산공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제한된 기내 주방의 시설 . . .  단순히 해동, 가열을 위한 시설뿐

기내 주방의 제한된 시설도 맛있는 기내식을 기대할 수 없는 원인이 된다. 기내에서는 단순히 해동, 가열 등만 가능할 뿐 ‘요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기내식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기내식 서빙과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기내식을 오븐에서 가열하는데 돌발적인 터뷸란스를 맞게 되어 승무원의 기내작업 마저 금지되면 음식이 제대로 조리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커피나 홍차 마저 미지근한 것도 갑작스런 터불란스로 커피물을 엎지르면 승무원이나 승객들이 화상을 입을 우려도 있다.

 

세계적인 캐터링 주방장이 추천하는 기내식은 . . . Stew, Fried Rice, fatty fish
LSG Sky Chefs의 총주방장 Mr.Gross씨는 기내식으로 기내식에서 파스타는 가급적 피하고 잘 익혀 제공되는 스튜와 옥수수 반죽에 감싸 가열해도 바삭바삭한 탕수육(sweet and sour pork), 볶음밥 또는 생선을 추천하고 있다. 파스타는 소스와의 배합이 까다로워 기내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음식이라고 하며 튀김이나 닭가슴살 등은 따로 가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공사와 캐터링사의 관계 . . . ‘의리’ 보다 ‘실속’이 더 중요

항공사와 캐터링사 사이에 재미있는 현상은 주요 캐터링사들이 항공사동맹의 주요항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캐터링사라도 기내식납품은 항공사동맹과 관계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천공항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대한항공이 속한 SkyTeam 소속인 델타항공, 에어로플로트 항공 뿐만 아니라  경쟁관계인 Star Alliance 동맹 소속의 싱가폴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캐나다항공, 중국국제항공 등도 대한항공 계열의 대한항공캐터링사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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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캐터링사의 서비스를 받는 외국항공사들. Star Alliance 소속 항공사도 많이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과 같은 SkyTeam 동맹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은 Star Alliance 계열 루프트한자항공의 계열사인 LGS SkyChefs에서 캐터링서비스를 받고 있다. 싱기폴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코드쉐어 협정을 맺고 있으니 아시아나항공 티켓을 가진 승객이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기내식 서비스를 받게 되고, 반대로 대한항공 티켓으로 베트남항공에 탑승한 승객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을 서비스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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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프트한자 계열사인 LSG Sky Chefs 캐터링사의 서비스를 받는 항공사들

치열한 경쟁속에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기내식에는 항공사의 ‘의리’ 보다는 ‘실속'(기내식공급가격)이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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