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명이 희생된 인도양쓰나미 10주년
오늘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멀리 아프리카의 남아공화국까지 포함하여 14개국에서 무려 23만명이나 사망했던 인도양 지진해일이 발생한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현지시간으로 2004년 크리스마스휴일 아침에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북쪽의 서해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쓰나미는 수마트라섬의 반다아체시를 완전히 수장시키고 인도양을 건너 태국과 말레이지아 스리랑카 인도를 강타하고 무려 8000km나 떨어진 아프리카의 남아공화국까지 해일이 뻗쳐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인도양 지진해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수마트라섬 북쪽 끝에 있는 아체였다. 수마트라 섬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보수적인 이슬람사회로 알려졌다.
진앙지는 반다아체시 해안에서 서쪽으로 160km 떨어진 인도양 이었다.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 대규모로 발생한 재난이었기에 통계조차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만 17만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어 전체 희생자 23만명의 3/4이 된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희생자가 22만명이라고 하는데 이쯤 되면 전체 희생자도 28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인도양지진해일로 집을 잃거나 주거지역을 옮겨야 하는 인구만해도 10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2014년 8월, 인도양 쓰나미가 덮쳤던 반다아체시 외곽의 Lampuuk Beach는 아주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아체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져닌 유명한 휴양지는 아니지만 맑고 깨끗한 인도양과 뒤로 드넓게 펄쳐진 모래사장 건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수목들의 모습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휴양지로 모자람이 없다. 주말에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 오고 있지만 평일에는 넓은 해변을 전세 낸 것 처럼 무척 조용하다. 주변에는 몇 동의 오두막 수준의 숙박시설이 있어서 주변환경이 오염될 일도 없다.
아체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엄격한 무슬림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해변에서 조차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
Lampuuk Beach로 통하는 길목 곳곳에는 쓰나미 대피로 표지판이 있어 이곳이 10년 전의 재앙이 닥쳤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반다아체시내를 쑥밭으로 만들 쓰나미 길목은 람푹비치 보다는 반다아체시내에 접한 해변이었다. 반다아체시내 곳곳에는 좀더 뚜렷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아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대형 파도를 그린 벽이 있는 공동묘지가 있다. 여기에는 아체에서 희생된 7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묻혀 있다고 한다. 반다아체의 인구가 22만명이라고 하니 현재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놀라운 숫자다.
* 파도에 휩쓸려 도심 한복판까지 밀려온 어선이 시내 주택가의 민가 지붕을 파손시키고 얹혀져 있다.
* 쓰나미에 밀려 반다아체시내 주택가까지 떠밀려 온 2600톤 규모의 발전선
반다아체시의 도심에는 선박들이 주택의 지붕 위에 얹혀 있는 모습들도 보인다. 2600톤의 전기발전선이 도심까지 파도에 휩쓸려 들어와 주택가의 지붕에 얹혀져 있고 어선들도 주택의 지붕 위에 올라 타고 있는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반다아체시는 쓰라린 기억이지만 당시의 자료를 정리하여 쓰나미 박물관을 만들어 그날의 재난을 오늘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 반다아체시에 있는 쓰나미박물관과 전시된 그림
쓰나미 박물관 앞에 있는 공원에는 쓰나미 지진해일을 당한 아체를 도왔던 나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국가 이름과 국기가 그려진 석판이 트랙을 따라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전세계에서 140억 달러가 쓰나미 재건을 위해 모금되었다고 한다. 명단을 보면 북한도 15만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의 기부액수가 국력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액수에 관계없이 기부행위는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누리는 지위에 걸맞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도움을 받아 쓰나미 피해를 입었던 아체의 도시 인프라는 쓰나미 전 보다 훨씬 개선되었다고 한다. 원래 아체주는 독립을 위해 투쟁을 벌여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2004년 쓰나미피해를 복구하면서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어 옛날과 같은 반목도 많이 누그러졌다고 한다.
태국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피해가 컸던 나라이지만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외국관광객이 많이 희생되어 주요 국가들로부터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태국은 실종자수 2817여명을 포함해서 8212여명이 희생되었는데 이중 사망이 확인된 5395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태국에서 쓰나미 피해를 본 지역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푸켓이다. 특히 이곳은 유럽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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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유럽관광객들이 많이 희생된 것은 이들이 대부분 해변가의 숙박시설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태국 푸미볼 국왕의 손자도 카오록 비치에 있는 호텔에서 쓰나미해일로 희생되었다. 특히 피피섬이나 팡아베이에는 모두 숙소가 해변가에 있어 피해가 컸다. 반면 푸켓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관광객들도 적지 않게 모이는 곳이지만 대부분 아시아 관광객들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관광으로 숙박시설을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주로 이용해서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2004년 쓰나미지진해일의 악몽이 잊혀질 만한 시기인 2011년에는 일본의 도호쿠지진해일로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사망자는 15878명으로 2004년 인도양쓰나미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2011년 도호쿠쓰나미는 바로 옆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 우리한테 더욱 충격이 컸다. 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자연 앞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