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동남아시아의 항공업계 선진국 . . . 태국과 말레이지아
말레이시아항공(MH)과 타이항공(TG)은 우리나라 대한항공보다 훨씬 먼저 글로벌항공사의 위치에 오른 항공사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이들 항공사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대양주에 대한항공 보다 많은 노선을 갖고 있어서 내가 서남아시아나 유럽을 여행할 때 많이 이용했던 항공사였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UL)과 방콕 수완나붐국제공항(BKK)도 모두 승객수에서 인천항공(ICN) 보다 앞서고 있었던 공항이다.
말레이지아항공업계의 위기 …… 내 탓만 아닌데 억울해 !
그런데 최근 두 나라의 항공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춰지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MH)이 작년 3월 발생한 MH370편 B777기 실종사고와 작년 7월 발생한 MH017편 B777기 피격사건이 발생하여 두 건의 사고로 5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이 사망하였다. 그중 MH370편 실종사건은 아직도 사고원인과 실종된 기체와 승객들을 찾지 못해 미궁에 빠졌고 MH017편 피격사건은 운항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우크라이나반군에 의해 저질러 진 일이라 항공사측으로는 다소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말레이시아항공 승무원마저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날 정도였다고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안전운항우려국’ 경고장 받은 태국항공업계
한편 최근 태국의 항공업계도 이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지난 주에 태국을 항공안전우려국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다. 아직 이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외신은 실명이 거론된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의 한 관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정부차원에서는 이미 이런 통고를 ICAO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하필이면 이 뉴스를 홍콩을 방문하기 위해 타이항공의 탑승을 대기하던 중에 접하게 되었다.
태국이 ICAO로부터 항공안전우려국으로 지정받았던 것은 다소 의외다. 그동안 태국의 여러 항공사들을 이용했지만 항공사의 시스템이나 서비스 등에 불만을 가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2007년에 오리엔트타이항공의 국내선 항공사인 one-to-go항공의 MD-82기가 푸켓공항에서 착륙하다 90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지만 그 후 주목을 받을 사고도없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어 … 너무 난립한 태국의 항공사
그런데 태국은 아무리 관광대국이라고 해도 국력 이상으로 항공사들이 너무 많은것 같다. Thai Aviation에 소개된 태국의 항공사는 모두 29개, 우리나라의 8개 항공사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된다. 그중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항공사는 Thai Airways International (TG, 103대, 평균기령 10.7년) 하나뿐이지며 Bangkok Airways (PG, 29대, 8.9년), Thai AirAsia (FD, 42대, 3.7년), Nok Air (DD, 24대, 6.7년), Orient-Thai (OX, 21대, 24년), Thai Smile (WE, 14대, 1.1년), Thai Lion Air (SL, 9대, 0.8년) 등의 항공사들이 항공사다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TG, DD, WE는 모두 타이항공계열이고 PG는 동남아지역을 운항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항공요금에도 불구하고 좋은 서비스로 외국인승객한테 평판이 좋은 항공사다. 나 역시 OX와 WE는 탑승한 경험이 없지만 그외 타이항공을 비롯해서 Bangkok Airways 등은 물론 저비용항공사인 Nok Air, Thai AirAsia, Thai Lion Air등 자주 이용할 기회가 있었으며 모두 만족할만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타이항공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 중의 하나다. 기체 상태도 좋고 좌석공간도 대한항공 보다 좁지만 다른 경쟁항공사 보다는 여유있으며 기내식도 좋은 편이라 항공요금에 비하면 나무랄데 없는 항공사다.
Nok는 태국어로 새를 의미한다. Nok Air는 모든 항공기의 도색이 비행기 앞 모습의 새부리 모양으로 재미있다. Nok Air는 내가 태국 국내선으로 여행할 때 가장 우선으로 선택하는 항공사로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정시운항율이나 기내 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Thai Smile 항공도 타이항공이 새로 세운 저비용항공사 이다. 기재는 단일통로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Airbus 기종을 선택하였다.
동남아시아 최대의 저비용항공사 라이벌 Air Asia 그룹과 Lion Air그룹의 대리전
태국에서는 동남아시아 저비용항공사의 라이벌 그룹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그룹과 인도네시아의 라이온에어 그룹의 대리전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 그룹의 자회사인 타이에어아시아와 타이라이온에어는 일부에서 부실 운영으로 좋지 않은 평가도 있지만 두 항공사 모두 보유기에 관해서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최신형으로 흠잡을데 없는 항공사들이다. 태국에는 타이에어아시아 외에도 타이에어아시아X(XJ, A330 3대, 평균기령 9.3년)가 에어아시아X에서 물려 받은 A330 3대로 인천과 나리타에 취항하고 있으며 Nok Air와 싱가폴의 저비용항공사인 Scoot가 합작하여 세운 NokScoot(B777-200 2대, 평균기령 14년)도 있다. 나도 이들 항공사는 모두 이용해 본 경험이 있지만 오리엔트타이항공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스템도 좋고 승객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난립하고 있는 듣보잡 영세항공사들
태국에는 2000년대 부터 20년 이상 노후된 몇 대의 중고기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영세항공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런 항공사들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전혀 국제선에 취항할 규모는 아닌 것 같은데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지만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오리엔트항공은 중고 B747기를 도입하여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는 태국의 항공사다. 우리 나라에도 취항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B747기종으로 운항한다고 광고를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주요 항공사들이 퇴역시킨 중고기들 뿐 이다. 주로 일본항공에서 도입하였으며 대한항공도 B747-300기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몇 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항공사들의 공통점은 기체 도장이 엉성하다. 그저 동체에 항공사 마크와 이름만 새기면 되는 정도다. 위 사진의 기체도 자세히 보면 사우디항공에 임대하면서 로고를 페인트로 지운 흔적이 있다.
위 기체는 대한항공이 1985년에 도입하여 20년간 사용하다 오리엔트 타이항공에 넘어간 B747-300기로 인천공항에 취항했을 때의 모습이다. 오리엔트타이항공은 일본의 일본항공(JAL)에서 국내선용으로 취항하던 B747-400D 기종을 도입하여 563석을 장착하여 초대형여객기인 A380 보다 정원이 많아 세계에서 가장 정원이 많은 불명예(?)스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푸켓에서 MD-82기 추락사고를 낸 태국의 One-two-Go 항공은 오리엔트타이항공의 국내선 브랜드다. 태국의 중소항공사 중에서는 오리엔트타이항공이 가장 활발하게 취항했지만 대부분 패키지여행객들을 상대로 영업하여 탑승객들은 자신이 탑승하는 항공사와 항공기가 어떤 상태인줄 모르고 이용하고 있다.
위 사진은 2000년대 초에 잠깐 한국 노선에 취항했던 Thai Sky 항공의 Lockheed L-1011기다. 이 기체는 제작된지 30년 넘는 기재로 이 항공사는 3대 보유하고 있지만 위 기체 하나만 제대로 운행하고 나머지 두 대는 부품공급용도로 사용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 항공사도 우리나라에 패키지여행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다 말썽만 남기고 운항이 중단되었다.
이 외에도 SkyStar, Business Air 등의 항공사도 있었지만 모두 여행사의 덤핑패키지여행객들을 위주로 상대하다 기체결함과 운영부족으로 잦은 지연운항과 결항으로 승객들의 원성이 잦은 끝에 결국 Orient-Thai항공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지금도 인천공항의 한쪽 구석에는 B767-200기 두 대가 2009년부터 발이 묶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SkyStar 항공이 인천공항에 취항하면서 공항사용료 등의 부대비용의 체납으로 차압당한 기체로 인천공항의 골치 덩어리로 남아 있다.
새로 등장한 영세항공사들 …… 25년 넘은 B767기가 대세
푸켓에어, 타이스카이, 스카이스타 등 2000년대에 한국노선에 진출했던 태국의 영세항공사들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2009년 부터 또 새로운 영세항공사들이 등장하였다. Business Air(8B)는 2009년 평균기령이 25년이 넘는 B767-300 3대로 인천공항에 취항하여 롱런하는듯 하였지만 금년 초 태국 당국으로 부터 운항정지 처분을 당해 현재는 단항 중이다. 2년 전 설립된 Asia Atlantic Airlines도 평균기령이 비즈니스에어와 비슷한 2대의 B767-300으로 설립되었는데 나리타 노선에 취항하다 최근에는 비즈니스에어를 대신하여 인천공항에도 취항하고 있다. 한편 역시 평균기령이 27년이 되는 B767-300으로 일본노선에 진출한 Jet Asia도 최근 인천공항에 부정기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 항공사는 2009년 문을 닫은 SkyStar 보유기로 2010년 새로 생긴 항공사다.
한편 작년에 설립된 Siam Air는 평균기령이 23년이 넘은 중고 B737-300기로 비행시간이 3시간 정도인 홍콩노선에 취항을 시작하였다. B737-300기는 현재 대부분 주요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B737NG (-600, -700, -800, -900) 보다 한 세대 전의 구형기종 이다.
태국의 영세항공사들 … 왜 하필 B767 기종만 고집할까 ?
이들 저비용항공사들이 대부분 B767기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한국과 일본진출을 노린 항공사들이기 때문에 단일통로기 기종인 B737이나 A320기종으로는 항속거리가 짧아서 논스톱운항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중거리 기종으로는 B767이 가장 크기가 작기 때문에 중고기 가격도 저렴하고 아직도 생산되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부품조달이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고령 기체 …… 장수를 축하해줄 대상일까 아니면 기피대상일까 ?
단순히 이들 영세항공사들이 25년이 넘는 노후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관리만 잘하면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 미국의 대형항공사들도 기령이 25년이 넘은 기체들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미국항공사들은 처음에 새로운 기체를 도입하여 장기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태국의 영세항공사들은 일류항공사들이 장기 사용하다 처분한 노후기를 도입한 것이며 미국의 대형항공사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여 제대로 항공기 관리능력이 있을지 의심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Jet Asia가 인천노선에 들어오는데 Jet Asia 기체 중의 하나는 이미 문을 닫은 SkyStar와 Business Air를 거쳐 JetStar로 넘어간 것으로 현재 취항중인 B767기 중에서는 제작번호가 10번으로 가장 오래된 것인데 1982년 제작되었으니 기령이 무려 33년이나 된다. 과연 B767기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기록이 항공사한테 명예가 될지 안전운항에 대한 우려가 될지 승객입장에서는 한 번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ICAO 태국 운항안전우려국 지정에 왜 우리나라와 일본의 반응이 예민할까 ?
이들 항공사가 취항하는 특정노선이란 것은 Jet Asia와 Asian Atlantic Airlines는 일본위주로 Business Air는 한국노선을 의미하는 것인데 Asian Atlantic Airlines는 일본의 한 여행사가 태국기업을 앞장 세워 태국에 세운 항공사로 알려지고 있다. 몇 년 전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 22명이 사망한 추락사고를 낸 PMT항공도 항공기 구매사이트의 구매자연락처가 한국이라는 것을 보면 이런 항공사는 순수한 현지 항공사라기보다는 항공사 설립이 까다로운 일본이나 한국을 피해 동남아시아에 항공사를 설립하는 경우로 의심이 가는 경우다. 결국 태국의 영세항공사들이 노리는 것은 태국승객의 외국여행용이 아니라 한국인과 일본인 단체여행객이 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고 있다. 이번 ICAO의 조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이란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난립한 영세항공사들 …… ICAO 조치의 원인 ?
이번에 태국이 ICAO로부터 항공안전우려국으로 지정 받은 배경에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생겼다 사라지고 있는 영세항공사들이 운영실태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태국은 이에 대비하여 15년이 넘은 중고기 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 설립된 NokScoot도 싱가폴의 합작 모기업인 싱가폴항공에서 14년 된 B777-200 두 대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유탄 맞은 NokScoot …… 이래뵈도 세계최고의 싱가폴항공이 내 형님인데 !
한편 ICAO이 태국을 항공안전우려국으로 지정한 결정에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항공편의 취항을 금지 시킬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우선 한국과 일본은 기존에 운항하고 있는 항공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태국항공사의 새로운 운항은 인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하며 전세기 운항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당장 이 조치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엉뚱하게도 영세항공사가 아닌 신생항공사 NokScoot가 될 것 같다.
NokScoot 항공은 싱가폴항공의 LCC 자회사인 Scoot항공과 타이항공의 LCC자회사인 Nok Air가 합작해서 세운 항공사다. Nok 항공과 Scoot 항공 모두 평판이 좋은 회사로 기재들의 노후문제도 없다. NokScoot는 금년 5월에 인천과 일본 노선에 정기 취항을 앞두고 예약까지 받고 있었지만 이번 태국항공업계에 대한 ICAO 조치로 불투명해졌다.
한편 ICAO의 조치는 태국 최대명절인 4월의 송크란 축제기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 같다. 태국의 항공사들은 송크란 기간 동안 전세기편을 증편하였는데 금년에는 모두 허가가 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ICAO의 조치 … 난립한 태국항공사들을 정리할 계기가 되기를
한편 ICAO의 태국항공업계에 내린 경고 조치는 부실 중소항공사들 때문 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타이항공은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대한항공 보다 앞서는 규모와 서비스로 명성이 높은 항공사였지만, 태국의 부패문제와 결부되어 잡음이 생기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 이다.
어쨌든 태국의 영세항공사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 취항하면서 적지 않은 말썽을 부려 문제가 된 적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유량항공사들만 살아남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