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북촌마을, 가와고에(川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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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시 도쿄를 둘러보면 그 도시의 역사를 엿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도 마찬가지 이지만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를 둘러보면 중세에 세워진 건물들이 지금도 시민들의 생활터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놀랍다. 이들 건축물들은 단순히 유적으로 전시되는 정도가 아니다. 몇 년 전 체코 프라하를 여행했을 때 모차르트가 자신의 작품인 오페라 돈죠반니를 1787년에 직접 지휘하여 초연했던 스타보브스케 극장 바로 그 무대에서 돈죠반니 공연을 관람했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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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짜르트가 그의 오페라 Don Giovanni를 직접 지휘하여 초연했던 프라하 스타보브스케 극장.
  • 위 사진은 2000년 Don Giovanni를 관람할 때 촬영한 극장 내부모습

서울에서는 북촌마을이 조선말기의 주택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듯이 도쿄 근교에도 에도시대의 거리가 잘 보존된 가와고에(川越)라는 동네가 있다. 가와고에는 우리한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에도말기 시대의 거리와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일본의 많은 관광객 뿐만 아니라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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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와고에시 주오도리 보도블록에 새겨진 유적지 안내판
  • 88세 되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까지 한 곳이라도 더 둘러 보시고 싶어 휠체어를 가지고 여행에 나섰다.

 

가와고에의 고풍스런 모습은 고에도(小江戶) 거리에서 펼쳐진다. 에도시대의 축소판이란 뜻이다. 신주쿠에서 출발하는 세이부신주쿠라인의 종점인 혼가와고에(本川越)역 앞의 주오도리(中央通) 거리를 따라 위로 펼쳐진다. 이치방도리(一番街)로 접어들면 거리 양 옆으로 늘어선 검은 목조건물 탓에 다소 칙칙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고풍스런 멋이 그 이상 더해진다. 이 거리에 있는 건물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792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이 지역의 건물들은 쿠라즈쿠리라는 독특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는 회반죽으로 바른 흙벽으로 된 창고형태로 1893년 카와고에 대화재 이후 집중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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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도시대의 모습을 보존한 카와고에 이치방도리(一番通) 거리

이 거리의 명물은 쉽게 눈에 띈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골목 안에 있는 시계탑 도키노카네(時の鐘)은 가와고에의 상징이다. 400년 전 에도시대 초기 때 부터 있었다고 한다. 높이 16m, 목조건물 3층인 도키노카네는 4대째로 1893년 화재 때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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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와코에의 상징 도키노카네(時の鐘)

 

가와고에 쿠라즈쿠리 지역을 둘러보면서 빠질 수 없는 곳은 과자의 거리 카시야요코초다. 이곳에는 가내업을 이어 받아오는 일본의 전통과자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88세의 노모는 이곳에서 센베이, 당고 등의 과자를 맛보고 일제시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시기도 하였다. 특히 가와고에는 고구마를 이용한 과자나 맥주도 유명하다고 한다.

약 1km 남짓한 이치방도리 거리를 거닐 때 지나가는 자동차만 없다면 마치 에도시대 영화의 세트장을 거니는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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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와고에 과자거리

 

구라즈쿠리 지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가와고에죠(川越城)는 성터 대부분이 시가지에 편입되어 지금은 어전으로 사용되었던 건물 가와고에혼마루(川越城本丸) 어전의 입구만 남아 있다. 혼마루 어전은 에도시대에 사무라이를 거느렸던 지방 영주들의 저택인데 현재 고치와 가와고에 두 곳에만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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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와코에혼마루 어전

 

키타인(喜多院)절은 역사가 83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 절은 에도시대 초기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문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키타인 사원에서 특이한 것은 경내에 인간의 다양한 표정을 그린 540개의 불상들이다. 이정도면 자신의 심정을 그린 불상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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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인 절의 불상들

 

우리나라에서 한 때 접대문화의 중심이었던 요정(料亭)은 에도시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어로는 료테이. 료테이는 에도시대에 고위관료나 다른 막부의 인사들한테 차를 대접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정은 일본에서도 고급스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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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을 요정에 초청해준 사이타마 병원장 신경외과의사 Dr.Shima 부부(우측)

코스별로 나오는 요정의 음식을 보면 맛 보다는 눈이 먼저 즐거워진다. 음식의 색깔과 그릇의 모양 등을 배려한 음식의 배열을 보면 젓가락을 대기가 미안해 질 정도다. 가와고에에서 요정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우리나라에서와 전혀 다른 일본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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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와고에 요정의 음식

 

카와고에는 도쿄 신주쿠에서 세이부전철로 46분(특급)~62분 걸린다. 이케부쿠로역에서 환승하면 도쿄의 여러 지역과 쉽게 연결된다. 가와고에로 향하는 전철은 백 수십년 이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좋은 추억의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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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카와고에행 세이부신주쿠선, 세이부신주쿠역

2 Comments

  1. 비풍초

    2016년 5월 30일 at 2:01 오전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한번 저도 꼭 방문해보고 싶군요.

    • drkimdj

      2016년 6월 1일 at 12:45 오후

      비풍초님,
      아주 오랜 만에 글로 마주 합니다.
      조블시절부터 제가 댓글에 답신을 보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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