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네팔을 여행할 때 중국국제항공(Air China)를 이용했다. 쓰촨성 청두에서 환승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티벳 상공과 히말라야산맥을 관통하는 노선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항공요금이 무척 착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청두에서 환승할 때 중국항공업계 특유의 환승절차 때문에 다소 해프닝도 있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청두발 카트만두행 중국국제항공 CA437편은 아침에 이륙하여 히말라야를 지켜보기 좋은 시간에 통과한다. 예상되는 운항경로를 보면 에베레스트산이 오른쪽에 나타나게 되어 좌석은 일찌감치 항공권 예약과 동시에 날개를 피해 맨 뒷 쪽 오른쪽 창가로 잡았다. 나는 비행거리가 긴 노선이나 특별한 구경거리가 없는 항공편은 복도측 좌석을 선호하지만, 이번 경우 처럼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노선에서는 항로를 미리 파악하여 창가 좌석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도쿄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의 경우 왼쪽 창가에 앉으면 후지산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쓰촨성, 청두날씨는 좋았지만 예상항공로의 일기는 흐린 것으로 나타나 다소 걱정이 되었다. 청두를 이륙하여 짙은 구름층을 뚫고 올라가니 구름이 시야를 완전히 막고 있었다. 그래도 히말라야 고봉들은 8,000미터가 넘으니 구름층 위로 비행하면 어느 정도 히말라야의 경치는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보았다.
구름이 걷힌 티벳 상공
비행기가 티벳상공에 깊숙히 들어서면서 구름은 군데 군데 걷힌 곳이 보인다. 하늘에서 보는 6월의 티벳 땅은 14년전 3월 티벳을 여행할 때의 모습과 다르다. 그때는 산악지대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이 많았지만 6월의 티벳 땅은 산악지대에 제법 녹음이 보인다. 어느덧 제법 큰 마을이 보인다. 얼핏 보니 티벳에서 라싸 다음으로 큰 도시인 시가체(Xigaze,日喀则市)다. 2002년 티벳을 처음 찾았을 때는 고산병증세로 숙소 침대에서 꼬박 삼일을 누워 있느라 시가체 여행은 포기했어야 하는 쓰라린 추억을 갖고 있었다. 시가체에서 히말라야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티벳상공에서는 시야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어서 히말라야상공을 대비하여 배터리를 아끼느라 사진촬영은 자제하였다.
구름에 의해 cut-off 된 히말라야의 영봉들
티벳에서는 구름이 군데 군데 걷혀 있지만 히말라야산맥 쪽은 여전히 짙은 구름층으로 시야가 좋지 않다. 약 15분 후 멀리 구름 층을 뚫고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만년설로 뒤덮힌 산봉우리가 보인다. 얼핏 눈덮힌 산봉우리와 하얀 구름층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만년설로 뒤덮힌 산봉우리인지 구름인지 헷갈리는데 조금 더 가까이 가니 확실히 구름 위로 솟아 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이번 비행노선을 사전에 검색해 본 결과 비행루트 주변에서 8,000m가 넘는 산은 세계최고봉인 Everest(8,848m), 4위의 Lhotse(8,516m), 그리고 5위의 Makalu(8,463m) 정도가 있다. 에베레스트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니 두 개 중의 하나가 에베레스트봉이 틀림 없을 것 같다. 짙은 구름층이 히말라야 산맥을 대부분 가리고 있었지만 얼핏 생각하면 구름층 덕분에 해발 8,000m 미망의 고산들은 구름이 가려줘 에베레스트산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 본다.
육안으로 확인한 세계최고봉 Mt.Everest 8,848m . . . . . .
비행기가 조금 더 네팔쪽으로 들어가니 히말라야 영봉들의 윤곽이 뚜렷해 진다. 우선 사각형의 꼭지점은 확실히 세계최고봉인 Everest산이 맞다.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Lhotse. Everst와 Lhotse는 중턱에서 갈라져 매우 가까워 티벳쪽에 보면 거의 겹쳐 보이지만 300m 차이로 Everest의 정상은 확인할 수 있다. Everest는 1995년 네팔을 방문했을 때 Mountain Flight로 둘러보았는데 그때 탑승했던 기종이 프로펠러 기종이라 운항고도가 낮았는데 그때도 Everest는 정상 외에는 Lhotse봉에 가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은 Makalu봉이다. 이는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인터넷검색으로 확인하였다. 비행기가 히말라야 상공을 지나 카트만두를 향해 기수를 오른쪽으로 돌리기 시작하자 하나로 붙어 보였던 Everest와 Lhotse가 서서히 떨어져가는 모습이 보인다. 비록 두터운 구름층 때문에 전경은 보지 못하고 정상 부분만 보았지만 세계최고의 Everest산을 직접 보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청두공항에서 환승해야하는 불편함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flexpac
2016년 9월 7일 at 10:23 오전
매번 좋은 얘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