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클래스에 관한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문득 최순실씨가 귀국할 때 영국항공을 이용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런던을 경유한 이유가 국제금융도시인 런던에서 급히(?) 해결할 일이 있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항공분야에 관심이 많은 입장에서 두 가지 의문점을 떠 올리게 된다.
의문 1 … 편한 길을 마다하고 왜 멀리 돌아 왔을까 ?
우선 독일에서 가장 편히 귀국하는 방법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국적항공사와 루프트한자항공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국인 승객들의 시선이 두려웠다면 한국승객이 적은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최순실은 일부러 런던을 경유하여 런던발 인천행 영국항공에 탑승하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최순실씨가 국제금융도시인 런던에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보내고 있다.
의문 2 … 돈 많은 사람이 왜 퍼스트클래스를 안타고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 ?
첫 번째 의문은 누구든지 느끼는 것이지만 두 번째 의문은 항공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의문점이다. 최순실씨가 탑승했던 영국항공은 퍼스트클래스가 없다. 독일에서 논스톱 귀국편이 퍼스트클래스가 없다면 퍼스트클래스에 익숙한 돈 많은 승객이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하기 위해 런던을 경유해서 귀국하였다면 나름 이해되지만 이 경우는 정반대다. 허세깨나 부리던 사람이 편안한 논스톱 퍼스트클래스를 마다하고 비즈니스클래스 밖에 없는 런던발 영국항공으로 귀국한 것은 분명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순실씨 귀국경로 … 비밀리 귀국하는 가장 적합한 코스와 항공편
최순실씨가 독일의 공항을 피해 런던에서 귀국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최씨가 국제금융도시인 런던에서 귀국 전 급히 처리할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다. 검찰도 밝혀내지 못할 이런 의심을 일단 접어 두면, 유럽의 항공교통에 대해 해박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씨의 귀국 경로는 한국언론과 교민의 시선을 피하고 한국승객과 가급적 부딪치지 않고 귀국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런 경로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 항공교통에 정통한 사람의 안내를 받았는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정말 런던의 어느 금융기관에서 볼 일이 있어 런던발 영국항공을 이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유럽의 항공사정을 기준으로 이유를 살펴본다.
짐작 1 … 독일공항에 쏠린 언론과 교민의 시선을 피하자
우선 최씨는 자신의 귀국여부를 놓고 한국언론들과 현지 언론이 촉각을 세우고 있어 쉽게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는 피하고 싶었을 것 같다. 한편 국적항공사를 피해 외국항공사인 루프트한자항공을 이용해도 인천행 항공편이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터미날2를 사용하고 출발시간 대도 1시간 이내로 비슷하여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피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런 문제로 아예 독일공항을 이용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짐작 2 – 독일공항을 피한다면 가까운 유럽공항을 피해서 런던으로 갔을까 ?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쉥겐조약에 가입되어 있어 유럽대륙 내에서 웬만한 나라의 국경이동이 자유롭다. 물론 국경에서 간단히 신분증 검사는 있을지 몰라도 출입국 도장을 찍는 일은 없다. 만일 최씨가 독일공항을 피하려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프랑스 파리까지 육로로 이동하여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이나 파리 드골공항에서도 국적항공사를 피하고 외국항공사를 이용하여 귀국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스키폴공항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KLM 항공이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기 때문에 한국승객들과 부딪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드골공항의 경우 에어프랑스 항공편은 대한항공과 공동운항(code share)편이라 대한항공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한국인 승객이 많이 탑승한다. 또 하나 추측할 수 있는 것은 Air France는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대한항공과 같은 개방형 좌석으로 다른 승객으로부터 시선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을 것 같다.
유럽에서 한국행 논스톱항공편이 있는 외국항공사 중에서 가장 한국인으로서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곳은 영국항공이다. 영국항공은 런던 Heathrew(LHR)공항의 Terminal 5를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짐작 3 – 영국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 … 가장 완벽한 프라이버시 제공 !
영국은 쉥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독일에서 런던으로 육로로 이동하려면 중간에 출입국검사를 받아야 한다. 영국으로 들어가는 기차는 독일에서 가까운 벨기에 브뤼셀미디(Bruxelle-midi)역에서 출입국심사를 받고 EUROSTAR 초특급열차로 1시간 10분 걸린다.
이렇게 번거롭지만 런던에서 출발하는 영국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는 역방향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다. 이는 full flat 타입의 좌석이 lie flat 방식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서 lie flat 좌석만큼의 좌석수를 유지하기 위해 harringbone 방식이나 stagerred 방식처럼 새로 등장한 방식이다. 이 좌석은 컨셉은 좌석에서 하체에 필요한 공간이 상체에서 필요한 공간보다 좁다는데서 착안하여 나란히 붙은 두 좌석을 서로 마주 보게 배열하는 방법이다.
위 사진은 영국항공 홈페이지에 소개된 사진을 편집해서 올린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나란히 앉은 승객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앉아야 하지만, 두 사람이 일행이 아니라면 좌석 사이의 반투명 칸막이를 완전히 올리면 창가 좌석의 승객은 다른 좌석 승객이나 복도를 오가는 승무원한테 까지 완전히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 이정도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받고 비밀리에 여행할 수 있는 좌석이라면 퍼스트클래스가 아니라도 좋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우리 생각에는 KTX에 역방향좌석이 등장할 때 불평이 많았듯이 장거리 기종에 역방향 좌석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원래 유럽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차가 장거리 노선에서는 작은 객실에 2~3인용 좌석이 마주 보고 있는 컴파트먼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컴파트먼트 좌석의 반은 역방향이다. 그만큼 유럽에서 역방향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최순실씨가 누구로 부터 영국항공의 Club World 좌석이 철저하게 다른 승객으로 부터 시선을 차단시킬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추천 받아 퍼스트클래스가 없는 영국항공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결과론으로 보면 최순실이 신분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대한항공이나 루프트한자 일등석을 포기하고 멀리 런던으로 우회하여 일등석좌석이 아니라도 영국항공의 Club World 좌석을 선택한 것은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최고의 효과를 보았음은 분명한 일이다.
젠장 … 내가 이런 글이나 쓰려고 위블로거가 되었나 !
비풍초
2016년 11월 9일 at 8:19 오전
흥미로운 관찰입니다.
drkimdj
2016년 11월 9일 at 6:25 오후
저는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했다면
좌석에 숨지 않고 보란 듯이 자랑하고 싶을것 같은데요 ……
왜 기내에서 프라이버시보호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journeyman
2016년 11월 9일 at 5:43 오후
원장님 아니시면 어디에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겠습니다.
전문적인 식견으로 위블로그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drkimdj
2016년 11월 9일 at 6:23 오후
과찬의 말씀 !
이 글을 쓰면서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왜 런던을 경유해 영국항공으로 귀국했는지 ……
용병인생
2016년 11월 24일 at 8:25 오후
출장 때문에 한달에 두세번찍 꾸준히 장거리노선을 이용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이 블로그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항공에 대한 김원장님의 해박한 지식에, 그동안 비행기좀 탄다고 거들먹거렸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