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항공사 델타항공이 18대의 B787 계약을 지난 연말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주문은 델타와 합병된 Northwest항공이 주문했던 분량인데 한차례 납기를 연기하다 작년에 아예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18대 B787 주문취소는 $40,000,000으로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취소 통보를 받은 보잉사는 별로 싫은 표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보잉사가 무려 외형액이 4800억원이나 되는 계약을 잃고도 별로 실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항공기의 가격은 자동차와 달리 판매 상대에 따라 편차가 무척 큰 것 같다. 물론 주문하는 사양에 따라 차액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외의 다른 요소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델타가 취소한 주문은 보잉이 B787 개발 초기에 체결한 계약이라고 한다. 델타는 노스웨스트와 2008년 합병하였으나 일단 노스웨스트가 체결한 B787 주문을 승계받았고 주문 납기를 2020년으로 연기를 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때는 아마 보잉사가 초기주문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판매액을 크게 할인하는 이벤트를 벌였을 때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있다.
보잉사는 현재 1200대의 B787기를 주문 받아 현재 5년 만에 500대를 납품하여 주문이 700여대 밀려있는 상태다. 현재 월평균 11대를 생산하고 있으니 약 4년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생산된지 벌써 24년째가 되는 에어버스 A330의 생산대수가 1310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B787기의 경쟁기종인 에어버스 A350은 생산 2년 만에 810대를 주문 받아 49대를 생산한 상태다.
따라서 보잉사는 노스웨스트항공과 큰 폭으로 할인 된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별로 수익성 없는 이 계약을 잃어도 당장 수익성 높게 계약한 다른 항공사에 납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어 회사 재정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한항공이 B787의 초기 제작기인 B787-8 기를 도입하였다면 아마 비슷한 상황이었을것 같다. 초기 제작 시제기들이 설계된 것 보다 중량이 초과되어 다른 항공사들이 인수하지 않는 것을 대한항공이 뒤늦게 인수했다면 아마 그에 상응하는 덤핑가격혜택을 보잉사로부터 얻어 내지 않았을까 ! 대한항공은 이 기체는 일반 정기편에 취항시키지 않고 VIP 버젼으로 꾸며 전세기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도입한다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정부가 보유한 구형 B737기를 대신할것으로 보인다.
한편 델타기종을 살펴 보면 델타는 미국항공사 중에서 보잉 의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델타항공은 미국항공사 중에서 장거리국제선 노선의 대표기종이었던 B747-400을 보유하지 않았던 유일한 미국의 항공사였는데 이번 B787 계약취소로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는 미국항공사 중에서 유일하게 B787을 보유하지 않은 항공사가 되었다. 델타항공은 B747 초기모델인 B747-100을 1970년대에 잠깐 보유했을 뿐이며 대륙간 장거리국제선에는 Lockheed L-1011 Tristar기를 취항하였고 우리나라에 취항을 할 때도 L-1011이 들어 왔다. 현재 델타항공이 운항하고 있는 B747-400기는 모두 노스웨스트항공에서 승계 받은 기종들이다.
이번 델타항공 B787 계약취소 뉴스를 접하니 4800억원의 계약을 잃고도 태연할 수 있을 정도로 항공업계가 얼마나 큰 규모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