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ta 항공(DL) B787 주문 취소 뉴스를 듣고 문득 델타와 합병된 Northwest Airlines (NW) 생각이 났다. NW항공은 합병 당시 미국에서 랭킹 5위의 항공사이었지만 미국항공사 중에 우리나라와 가장 인연이 깊었던 항공사였다. 미국항공사들 중에 글로벌네트워크를 가진 항공사는 아메리칸항공(AA), 유나이트디항공(UA), 컨티넨탈(CO), 델타(DL) 등이 있지만 다른 항공사들이 중남미나 유럽노선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NW는 태평양노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태평양노선에서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NW는 등록된 정식명칭은 Northwest Airlines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Northwest Orient Airlines로 광고를 할 정도였다.
NW 항공은 우리나라 정부 수립 전인 1947년 부터 도쿄-서울 노선에 취항을 시작하였고 일본에서도 외국항공사로는 가장 많은 노선을 확보하였다. 우리나라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여행자유화를 시행한 1988년 직후 부터는 김포공항을 허브로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디드로이트 미국 직항편과 함께 타이베이, 방콕, 마닐라, 싱가폴, 홍콩, 괌 등 동남아시아 노선에 취항하여 1990년대 내가 가장 많이 이용했던 항공사 중의 하나였다. 미국 노선의 경우 김포-나리타 노선을 이용한 일본에서 출발하는 연결편을 포함하면 다른 항공사와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장 많은 노선을 확보하였다.
NW 항공은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들이 대양횡단이 가능한 B707기를 도입하기 전에는 우리나라 국가원수의 해외순방 때 전세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 및 필리핀, 호주 등 해외순방 때 NW 항공 전세기에 태국마크를 달아 이용하였는데 당시에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시 출발과 도착과정이 TV로 생중계 되어 나의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국시장에서 NW가 위축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때 부터였다. 이 때는 환율이 $1 = 2000원까지 올라가 원화표시 항공요금이 미국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반타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많은 외국항공사들이 한국 노선에서 철수하게 된 시기였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에도 NW의 한국시장은 회복되지 않았다. 당시 분석에는 한국시장은 회복되었지만 항공요금체계가 일본출발편이 높아 수익성이 높은 일본 노선에 치중하면서 한국노선이 소외된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노스웨스트는 한국항공시장에서 역할이 점점 위축된 상태에서 델타에 합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NW 승무원들이 우리 아이들한테 무척 친절한 편이었다. 미국을 갈 때 조종석견학을 요청하면 FAA 규정상 비행중 조종실개방이 금지되어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점보기 2층 승객이 모두 내리면 기장이 직접 아이들한테 조종석을 구경시켜주고 친절하게 기념사진촬영을 해주었다.
NW 항공에 대한 추억 중에서 가장 유쾌했던 것은 마일리지 프로그램 월드퍽스Worldperks 였다. 월드퍽스 프로그램은 내가 가입했던 수 많은 마일리지 시스템 중에서 승객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이었다. 구입한 항공요금에 상관없이 일반석은 100% 모두 적립되었고 최소 적립단위가 500마일이라 미국에서 단거리 노선을 자주 이용하면 빠른 속도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도 미국 서부에서 동부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마일리지를 계산해서 높은 쪽으로 선택하였다.
미국을 두 번만 왕복해도 마일리지가 20,000마일이 넘어 동남아시아 무료항공권 조건에 해당되었다. 30,000마일이면 동남아시아 비즈니스클래스 무료항공권 대상이었다. 동남아시아노선은 노스웨스트항공 뿐만 아니라 파트너항공인 말레이지아항공을 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1993년 중동전쟁이 터져 승객이 급감했을 때는 보너스항공 마일리지를 50% 줄여 10,000마일로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수 있었으니 미국을 한 번만 왕복해도 가능한 조건이었다. 월드퍽스의 또 하나 장점은 타인한테 양도가 가능하여 사용하지 않은 친구들의 무료여행항공권을 술 한잔 사주고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 조건은 일부 악덕 여행사 직원들이 악용하여 패키지여행 고객을 승객한테 알리지 않고 월드퍽스회원으로 가입시켜 연락처를 자신의 주소로 제출하여 승객들의 보너스항공권을 가로채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월드퍽스프로그램은 유난히 이벤트가 많았다. 승객 한 명을 추천하여 월드퍽스프로그램에 가입시키고 그 승객이 실제 여행을 하게 되면 그 승객과 추천한 회원이 모두 보너스마일을 받게 되어 4명만 추천하면 동남아시아항공권을 얻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2010년 노스웨스트는 델타항공에 흡수합병 되었다. 내가 20년 동안 가장 많이 이용했던 항공사였던 Northwest 의 이름이 사라졌다는 것도 무척 아쉽지만 그 보다도 여행경비 절감에 큰 기여를 했던 월드퍽스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되어 무척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여행 초기부터 노스웨스트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국내판매에이전트였던 샤프여행사의 임직원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미국의 학회에 가는 친구들이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서 애를 태울 때 샤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샤프에서도 많은 승객을 소개해 준데 대한 감사로 노스웨스트가 주문한 보잉의 최첨단 기종인 B787기의 1:200 스케일의 모델을 선물로 받기까지 했다.
지금도 내 방 장식물로 남아 있는 노스웨스트 옷을 입은 B787 Dreamliner기가 창공을 날 꿈을 접고 날개 끝이 훼손된 채 아직도 남아 있다.
비풍초
2017년 1월 16일 at 9:16 오후
저도 NWA 팬(?)쯤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출장은 거의 NWA 만 이용했지요.. 주 거래처가 디트로이트에 있었고 NWA가 디트로이트 직항이니까요. NWA 에 쌓인 마일리지가 10만마일이고 이게 델타로 넘어갔는데 델타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어서 마일리지를 묵히고 있답니다. 저도 기억나네요 월드퍽스에서 무슨 행사가 많았는데 2만 마일로 나리타-방콕 구간인가 좌석승급이 된다하여 아내와 제가 신났던 적이 있었지요. ㅎㅎ
김 동주
2017년 1월 16일 at 9:42 오후
지금 델타 마일리지는 대한항공 한일노선 정도만 쓸만합니다.
Y 15000 / C 30000 편도 50%.
왕복 모두 보너스항공권 자리 얻기가 힘들면 저비용항공사 편도요금과 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지요.
그 외에는 쓸모가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