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국내선을 한글 이름으로 예약을 했더니 대한항공 파트너항공사인 델타항공의 마일리지에 입력을 하려니 델타항공사의 전산시스템에서 한글을 읽을 수 없어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없었다. 그 후 대한항공 국내선을 예약할 때 외국항공사에 마일리지를 입력할 수 있게 영문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정월 이른 아침 이스타제트항공으로 제주에 내려가는데 예약할 때 습관처럼 영문이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김포공항에서 탑승수속할 때 주민등록증이 아닌 여권제시를 요구하였다. 이름을 영문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영문으로 된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황당스러운 일은 영문증명서가 없으면 새로 한글 이름으로 예약을 해야되고 먼저 예약한 것은 취소하고 새로 예약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예약한 요금은 할인혜택이 있는 것이고 현장에서 예약을 하면 거의 정상가 요금이 적용된다.
정월 아침부터 껄끄러운 일이 벌어지니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탑승수속대 남자 직원의 말투가 영문이름으로 예약했으면 여권을 제시하여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며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였다. 내가 다른 항공사의 경우 영문이름으로 예약해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여 탑승수속할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하자 다른 항공사는 어떤지 몰라도 이스타항공의 정책은 그렇다는 대답이다. 재차 그러면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때 영문이름이 입력되면 공항에서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는 안내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안내가 없다고 항의를 했다. 연거픈 내 항의에 그 남자직원은 이번 만 특별히 무료로 이름을 변경해주겠지만 다음은 이 원칙을 지켜달란다. 그리고 출력된 보딩패스의 영문이름 위에 볼펜으로 줄을 긋고 옆에 한글이름을 적고 확인 도장까지 찍어 준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탑승시간에 쫓겨 의례적인 인사도 않고 … 인사 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보안검색장으로 들어갔다.
제주에서 돌아 올 때는 진에어를 이용하였다. 진에어도 영문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주공항 진에어 탑승카운터에서 영문이름을 사용하면 영어신분증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영문이름과 한글이름이 매칭이 되면 상관 없다고 한다. 공항 보안검색 담당직원의 얘기도 같았다. 영문이름과 한글이름이 서로 납득할 만한 매칭이 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스타제트항공은 왜 그런 정책을 고수할까 ? 이스타항공은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중 가장 규모와 지명도가 낮은 편이라 이들을 쫓아 가려면 좀 더 유연한 정책과 친절이 필요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항공사에서는 문제삼지 않는 사소한 일로 승객과 분쟁을 유발시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특히 나의 경우 김포공항탑승대에서 항공사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그 직원이 큰 선심을 쓰듯 자신의 재량으로 보딩패스의 영문이름 옆에 한글이름을 적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그럴 수 있는 정도라면 왜 새로운 예약을 요구하여 승객들의 추가부담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스타항공은 처음 출범할 때 객실을 특색있게 꾸몄다. 객실 벽의 창문 위에 전세계의 고유의상을 그린 스티커를 붙혀놓았다. 나름 전세계를 향한 의미있는 장식이라고 해서 그랬겠지만 객실 전체를 스티커로 도배해 놓으니 마치 유치원 행사를 위한 전세기처럼 정신없어 내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다. 특히 객실 뒤 화장실 문 전체도 주방사진 스티커로 도배한 것은 최악이었다. 객실 주방이 좀 더 넓게 보일지는 몰라도 항공기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은 화장실을 찾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이번에 오랜 만에 이스타항공에 탑승해 보니 객실의 스티커는 모두 제거 되고 말끔해졌다. 그러나 제주공항에 도착할 떄 까지 김포공항에서 있었던 실랑이 때문에 여전히 이스타항공에 대한 기분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