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있는데 조종사가 없어 홍콩공항에 발이 묶였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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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도입한 에어버스의 차세대첨단기종 A350 XWB, 5월23일 인천공항에서 촬영.

 

지난 23일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한 첨단기종 A350기를 시승하러 1박2일 일정으로 홍콩을 다녀왔다. A350은 대한항공이 최근에 도입한 Dreamliner B787과 직접 경쟁하는 기종 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50기를 본격적인 장거리 국제선 취항에 앞서 당분간 낮에는 인천-홍콩, 밤에는 인천-마닐라 노선을 매일 운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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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국제공항 Plaza Premium Lounge, 따뜻한 수프, 샐러드, 따뜻한 요리, 국수 등 고루 있다.

귀국하는날 OZ722일정은 홍콩출발 13시10분 인천도착 17시40분. 이날 홍콩은 우리나라 장마철 처럼 굵은 빗줄기를 퍼 붓고 있었지만 항공편 운항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일찌감치 공항으로 갔다. 10시 30분 체크인을 하고 회원카드가 있는 Plaza Premium Lounge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홍콩공항에 도착하는 아시아나항공 A350을 촬영하려고 flightradar24.com 에서 OZ722편의 실시간 운항정보를 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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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 . .  OZ722편이 홍콩상공을 벗어나고 있네 . . . . . .

운항안내 전광판을 보니 OZ722편에 delay 표시가 떴다. 잠시 후 flightradar24.com에는 OZ722편으로 운항될 같은 항공기인 인천발 홍콩행 OZ721편이 홍콩공항에 착륙하지 않고 타이베이공항으로 돌아가 임시 착륙한 것이 확인되었다. 상황을 알아보니 오전에 홍콩공항에 착륙하던 중국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착륙사고가 발생해서 활주로 하나가 폐쇄되어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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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flightradar24.com 에서 추적한 OZ721편 항로. 인천을 출발하여 홍콩상공까지 와서 착륙하지 못하고 타이베이공항에 임시착륙한 상황이다. 

 

게이트로 가니 직원이 나와 지연사실만 알려주고 승객들한테 HKD.100(약 14000원) 식음료쿠폰을 나눠 준다.  나는 이미 공항라운지에서 식사를 하였기에 이 쿠폰을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스타벅스에서 250G 커피 한 봉지를 샀다. 직원은 어느 정도 지연될지는 자신들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지만 OZ722편이 타이베이에 착륙했으니 당장 홍콩으로 되돌아 와도 최소한 2시간 이상은 지연될 것이 확실해서 라운지로 되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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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편 지연에 따라 보상으로 제공되는 식음료쿠폰.

고교동창 카톡방에서 친구와 홍콩공항사정을 전하며 약속변경하러 대화하는데 동창 한 명이 끼어든다. 자기도 나와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하는데 현재 게이트에서 새로운 상황을 설명해 준다고 알려줘 서둘러 게이트로 가서 친구를 만났다. 서너 달 간격으로 자주 보는 친구이긴 하지만 여행 중에 낯선 곳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일이 흔하지 않으니 무척 반갑다. 이 친구는 중국에 사업관계로 방문하고 홍콩을 통해 경유하는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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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설명을 들으니 문제가 커진 것을 감지하게 된다.  타이베이공항으로 회항한 OZ721편 항공기가 아직 홍콩공항당국의 착륙허가를 받지 못해 타이베이공항에서 대기중이라 복항편인 OZ722편의 운항이 상당히 늦을 것 같다. 일부 승객은 대한항공으로 탑승편을 변경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승객들은 자정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한다.  승객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베이로 돌아가서 대기중인 항공기가 도착하면 1시간 후 출발이 가능할텐데 자정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실제 타이베이로 간 아시아나 A350기는 예정보다 무려 7시간 늦은 홍콩공항에 오후 6시26분 착륙하였다.

그런데 이젠 비행기는 도착했지만 조종하고 갈 조종사가 없는게 문제다. 아마 OZ721편 승무원이 복편인 OZ722까지 근무하는 것 같은데 타이베이로 임시착륙하는 바람에 근무제한시간이 초과하였기 때문 이다.  새로운 승무원팀이 오려면 인천에서 오후 8시10분에 출발하는  OZ749항공편으로 홍콩에 오후 11시나 되야 도착하게 되어 다음날 자정 0시30분에나 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승객들은 교체승무원을 빨리 보내면 일찍 출발할 수 있지 않는냐고 따졌지만 반응은 없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에서 모든 결정권은 본사에서 내리니 홍콩공항 아시아나항공 직원을 아무리 윽박질러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장시간 대기하는 데 대한 대책이 우선이다. 그러나 항공사 입장에선 항공사책임이 아닌 기상문제로 야기된 일이라 장시간 대기를 위한 호텔제공은 해 줄 수 없고 저녁식사용으로 HKD.100 쿠폰을 제공하는데 그쳤다. 홍콩의 식음료물가는 싼 편이지만 홍콩공항은 시내 보다 엄청 비싼 편이다. HKD.100 쿠폰으로는 Food Court의 중국식누들 정도 밖에는 먹을 수 없다고 항의를 하니 그것도 원래 규정은 HKD.75인데 특별히 HKD,100으로 올린 것이라며 생색을 낸다.

그나마 나는 팔을 다쳐 기브스를 한 채 여행을 하게 되어 다른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승객과 함께 홍콩항공 라운지이용을 제공받았지만 내 친구를 비롯한 다른 승객들은 공항내에서 무려 12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때 싱가폴 창이공항이 생각났다. 싱가폴창이공항에는 장시간 대기하는 승객들을 위해 공항 내에 영화관이 있다. 물론 무료다. 인천공항이나 홍콩공항은 능률면에서는 좋지만 이런 추가 시간을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 장시간 라운지에서 앉아 있는 것도 무료해서 중간에 나와 친구와 합류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니 덜 지루하였다.

자정이 다 되어 예정된 출발시간이 거의 다가오는데 게이트앞에 음료수와 스낵과자를 준비하자 승객들이 또 동요를 한다. 직원은 미리 주문한 것인데 배달이 늦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믿겨지지 않는다.  교체승무원들이 자정 넘어 도착하여 OZ721편은 출발시간 13시10분을 꼬박 반나절인 12시간 늦은 새벽1시24분에  홍콩공항을 이륙하였다.

인천공항에 새벽 5시17분 도착하니 다른 때 보다 게이트 앞에 아시아나항공사 직원들이 많이 나왔다. 그것도 남자직원들이. 아마 승객들의 거친 항의를 대비한듯 하나 다행히 별다른 소요는 없었다. 홍콩의 직원들도 승객들의 반복된 질문에 짜증을 내지 않고 낮은 자세로 나오니 승객들은 내심 불만이 많았겠지만 행동으로 표출하는 승객도 없었다. 그래 . . . . .  우리는 중국승객들과 다르지 !

인천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터미날 로비로 나오니 터미날 앞 도로는 오가는 버스들이 제법 보인다.

아뿔싸 !  아시아나항공이 오후 2,3시 경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홍콩행 다른항공사를 이용하여 교체승무원을 일찍보냈으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 . . . 일찍 출발해 봐야 어차피 비행기도 오전 9시까지 놀려야 하고, 인천공항에 대중교통이 끊어진 후에 착륙하게 되어 승객들이 택시값을 요구할까봐 일부러 대중교통편 운행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지연시킨것 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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