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의 무대 – 41년 전 테네리페의 악몽

한 종편프로에서 윤식당2가 방영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무대로 한 윤식당1에 이어 이번에는 멀리 스페인의 테네리페 섬에서 오픈했다. 이 프로는 각본 없이 진행되는 예능프로인데 보는 잔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금요일 첫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윤식당2를 스페인에서 오픈했다기에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는 아니겠지만 그라나다나 말라가 등 지방의 해변도시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군도의 테네리페 섬이다.

Tenerife747s

* Tenerife 공항 대참사 가상도. 이미지출처 http://www.tenerife-information-centre.com  배포가 허가된 이미지

 

Tenerife . . . . . . 41년전 항공역사상 최악의 인명사고 발생

많은 시청자들은 유럽인들한테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카나리아 섬의 하나인 테네리페섬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을 했겠지만, 테네리페섬은 항공에 관심이 있는 매니아들이라면 41년 전의 끔찍한 세계최악의 항공기 참사가 발생한 곳으로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사고는 인근 그랑카나리아섬의 Las Palmas 공항에서 발생한 작은 폭탄물 소동이 기폭제가 되어 때마침 발생한 짙은 안개와 관제탑과 조종사들의 사소한 부주의가 복합적으로 발생하여 네덜란드 KLM항공과 미국 PanAm 항공의 점보기 두 대가 충돌하여 모두 583명이 사망한 끔찍한한 사고였다.  이는 거의 50년 가까운 운항역사를 가진 B747로 인한 항공기사고 사망자의 20%나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재앙이었다.

 

Tenerife airport disaster crash animation

 

Tenerife 참극의 출발점이 된 Gran Canaria 공항의 폭발물 소동  

이날 사고는 인근 Gran Canaria섬의 Las Palmas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소동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고는 카나리아군도 분리독립주의자들에 의한 사망자 없이 몇 명의 부상자들이 생긴 사고였지만 후속 테러에 대비하여 공항이 폐쇄되어 Las Palmas로 향하던 모든 항공기는 회항하거나 인근 공항에 착륙하는 조치가 내려졌는데 120km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Tenerife 섬의 공항도 그중 하나였다.

 

santorini

santorini-cruise-ship

* 그리이스 산토리니섬에 정박한 대형 Cruise Ship들.  2000년 5월 촬영

 

이때 Las Palmas로 향하는 두 대의 점보기가 있었다. 카나리아제도는 대서양의 인기 좋은 휴양지로 크루즈여행의 출발지가 되는 곳이기도 한데 두 대 모두 정기항공편이 아니라 관광객을 태운 전세기였다. 하나는 승객 235명과 승무원 14명 등 249명을 태운 네덜란드 KLM항공의 B747 점보기(PH-BUF)였고 또 다른 하나는 380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미국 팬암항공의 B747 점보기(N736PA)였다. 팬암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승객들은 지중해 크루즈여행 Royal Cruise Line의 Odyssey호에 승선하기 위한 관광객이었다.

 

* Tenerife 섬 희생자추모탑,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Tenerife_airport_disaster

 

* 암스테르담에 세워진 희생자 추모탑. 이미지 출처 widipedia.org

 

먼저 도착한 KLM 전세기 KL4805편 B747-200 

먼저 KLM항공 KL45805편 보잉 B747기가 Las Palmas공항폐쇄조치에 따라 테네리페섬의 Los Rodeos 공항에 착륙하였다. 이미 이 공항에는 유럽 중소항공사의 B727, B737, DC-8 등의 중형기들이 먼저 주기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KLM 기장은 Los Rodeos 공항에 착륙하여 원래 목적지였던 Las Palmas 공항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20분 지나도 소식이 없자 일단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내려 터미날에서 기다릴 수 있게 조치하고, 기다리는 동안 재급유 받기로 결정했다.

KLM_747_(7491686916)

* 사고기 KLM B747-206B, PH-BUF의 사고 전의 모습.  출처 www.wikepedia.org  배포가 허가된 이미지. 

 

30분 뒤에 도착한 Pan Am 전세기 PM1736편 B747-100

미국 팬암 PM1736편은 KL4805편 보다 30분 늦게 카나리군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PM1736편은 L.A.를 출발하여 뉴욕을 경유하여 15시간을 비행하고 있어 테네리페 섬에 착륙하면 재이륙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하여 Las Palmas 공항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선회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Las Palmas 공항은 기대한 만큼 빨리 열리지 않게 되어 PM1736기도 Las Palmas 관제탑 지시에 따라 테네리페 Los Rodeos 공항에 착륙하였다.

Boeing_747-121,_Pan_American_World_Airways_-_Pan_Am_AN1399875

* 사고기와 같은 항공사의 같은 기종 Pan Am B747-121, 촬영자 Michel Gilliand. 배포가 허가된 사진.

 

Tenerife Los Rodeos 공항사정 

테네리페섬의 Los Rodeos 공항은 활주로(runway)가 Runway 12/30 하나, 활주로와 나란히 놓여진 유도로(taxiway)도 하나, 그리고 활주로와 유도로를 중간에 연결하는 짧은 연결 유도로가 4개 있는 조그만 공항이다.  다행히도 활주로길이가 3400m 되어 점보기가 이착륙하는데 지장은 없으나 공항터미날이나 주기장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는 경로인 유도로에 임시착륙한 비행기들이 가득 차서 공항기능은 활주로 하나에 의존하는 비상상황이 되었다.

드디어 라스팔마스 공항활주로가 다시 개방되어 테네리페 Los Rodeos 공항에 임시착륙한 비행기들은 다시 이륙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유도로에는 임시 착륙한 비행기들이 많아서 유도로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어서 모든 비행기들은 이륙하기 위해서 활주로의 이륙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활주로를 거슬러 내려가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주기장에 먼저 대기하던 중형여객기들은 덩치가 작아 점보기 KLM을 피해 먼저 이륙할 수 있었다. 한편 KL4805편은 승객이 터미날에서 대기중이고 급유중이라 당장 이륙할 수 없고, PM1736편은 승객이 기내에서 대기상태라 KL4805편 보다 먼저 이륙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PM1736기가 KL4805기 보다 먼저 이륙하려면 활주로로 나가는 길목에 KL4805기가 막고 있어서 먼저 출발할 수는 없었다. 할 수없이 KL4805기가 이륙준비를 마치고 먼저 활주로로 이동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그 뒤를 PM1736기가 뒤따르도록 했다.

tenerife-airport

*  KL4805편과 PM1736편의 활주로 상황도, 왼쪽이 Runway 12, 오른쪽이 Runway 30.  별표 표시가 충돌지점 이다.

  

드디어 KLM기가 급유와 승객탑승을 마치고 이륙절차에 들어섰다. KLM기가 위치한 곳은 활주로 Runway 12 지점 바로 외곽이었다. 이날 이륙포인트는 Runway 30 으로 Runway 12의 반대편이다. (활주로는 하나라도 이착륙을 양쪽에서 할 수 있으므로 방위각으로 방향을 표시하게 된다.) 원래는 유도로를 따라 이륙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날은 유도로에 임시착륙한 비행기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이용할 수 없어서 KLM은 Runway 30 까지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여 끝에서 기수를 정반대로 돌려 이륙해야만 했다.  관제탑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팬암기도 이륙준비를 허가하고 KLM의 뒤를 따라가도록 지시하였다. 관제탑의 지시내용은 KLM은 활주로를 끝까지 거슬러 내려가서 방향을 180도 돌려 이륙하도록 하고, 뒤따르는 팬암기는 앞서 간 KLM 점보기가 이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 중간에 있는 네 번째 유도로 출구로 빠져 유도로 taxiway를 따라 이륙지점인 Runway 30 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짙어져가는 안개에 덮힌 테네리페공항의 활주로

그러는 동안 안개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하게 되었다. 항공기들이 이륙을 시도하는 동안 공항에는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여 시계가 수백미터에 불과할 정도였다고 한다. 안개는 KLM기와 팬암기가 활주로를 거슬러 택싱하여 이동하는 동안 시계가 200미터로 줄어들 정도로 더욱 짙어졌으며 두 점보기는 물론 관제탑에서도 두 점보기의 위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설상사상으로 공항에 있는 지상레이더도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테네리페공항 관제사들의 집중력 부족 ? 

또 하나의 문제는 인재였다. 관제사와 조종사들과의 교신에 문제가 있었다. 서로 정확하지 않은 의사표현과 무엇 보다도 큰 문제는 관제사와 조종사 모두 집중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관제사들은 KL4805기와 PM1736기를 호촐할 때도 KL8705, PM7136 등으로 헷갈릴 정도였다고 한다.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바로는 관제탑에서 축구중계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CVR Cockpit Voice Recorder에 나타난 사고 상황

당시 사고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는 관제탑과 조종사들의 교신녹음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은 일반인들이 찾기 쉽지 않은 사고기의 CVR를 찾아서 정리한 것을 소개한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번역하지 않고 원어로 소개한다. Los Rodeos 공항에 임시 착륙한 여객기들이 이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제탑과 KLM, 팬암기의 무선교신에 사소한 문제들이 겹쳐 중대한 과실로 이어지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무선교신내용을 실시간 순서대로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각은 CVR(Cockpit Voice Recorder)에 나타는 것을 그대로 표시하였다.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무선교신 … 관제탑, KLM, Pan Am

17:01:57.0 (PA)  Tenerife the Clipper one seven three six. (Clipper는 팬암기의 이름이다.)

17:02:01.8 (관제탑)  Clipper one seven three six Tenerife.  

17:02:03.6 (PA)  Ah- We were instructed to contact you and also to taxi down the runway,  is that correct ?

17:02:08.4 (관제탑)  Affirmative, taxi into the runway and -ah leave the runway third, third to your left,

                             [background conversation in the tower]. 

17:02:16.4 (PA)  Third to the left, O.K

관제탑은 팬암기한테 활주로를 따라가서 3번째 유도로에서 빠져나가라는 지시를 내리고 팬암기 부기장은 이를 복창하여 세번째 유도로 출구 지시를 확인하였다. 이때 관제탑에서는 대화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테네리페공항 활주로 상황도를 보면 Exit 3은 Runway 12 에서 크게 예각으로 꺾어 터미날로 향하는 연결통로로 Runway 30에서 이륙하기 위한 항공기가 이동할 출구는 Exit 3가 아니라 Exit 4 였다.  이는 명백한 관제탑의 실수로 보여진다.

17:02:49.8 (관제탑)  KLM four eight zero five how many taxiway -ah- did you pass?

17:02:55.6 (KL)  I think we just passed Charlie four now. (註 : Charlie four는 C4, 즉 4번 유도로를 의미)

17:02:59.9 (관제탑)  O.K. … at the end of the runway make one eighty and

report -ah- ready -ah- for ATC clearance

[background conversation in the tower].

관제탑은 KLM기가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 확인을 부탁하였고 KLM은 Charlie four (C4, 즉 네번째 유도로출구가 있는 지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됨)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관제탑은 다시 KLM한테 활주로 끝에서 이륙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180도) 관제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하는데 이때도 관제탑에서 대화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다음은 PA1736편 조종사들의 대화로 3번 유도로로 나가라는 관제탑의 지시에 의문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17:03:09.3 (PA 2) The first one is a ninety degree turn.

17:03:11.0 (PA 1) Yeah, O.K.

17:03:12.1 (PA 2) Must be the third … I’ll ask him again.

17:03:14.2 (PA 1) O.K.

17:03:16.6 (PA 1) We could probably go in it’s ah …

17:03:19.1 (PA 1) You gotta make a ninety degree turn.

17:03:21.6 (PA 1) Yeah, uh.

17:03:21.6 (PA 2) Ninety degree turn to get around this … this one down here it’s a forty five. (여긴 45도 방향인데 이거 맞나 하는 의문)

17:03:29.3 (PA) Would you confirm that you want the clipper one seven three six to turn left (3번 유도로가 맞냐며 재차 확인)

at the third intersection?

17:03:35.1 (PA 1) One, two.

17:03:36.4 (관제탑) The third one, sir, one; two, three, third, third one. (세번 째가 맞다니까요 !)  

17:03:38.3 (PA ?) One two (four).

17:03:39.0 (PA 1) Good.

17:03:40.1 (PA 1) That’s what we need right, the third one.

17:03:42.9 (PA 3) Uno, dos, tres.

17:03:44.0 (PA 1) Uno, dos, tres.

17:03:44.9 (PA 3) Tres – uh – si.

17:03:46.5 (PA 1) Right.

17:03:47.6 (PA 3) We’ll make it yet.

17:03:47.6 (관제탑)  …er seven one three six report leaving the runway.

(참고 PA-1 팬암 기장, PA-2 팬암 부기장, PA-3 팬암 기관사)

위의 내용을 보면 팬암승무원들은 제3유도로출구로 빠지라는 관제탑의 지시에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보여 재차 확인하는 교신을 하였고 관제탑도 하나, 둘, 셋을 세며 세번째 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팬암기장과 기관사는 이를 스페인어로 서로 복창을 하며 분명히 3번째 출구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관제탑이 팬암기에 활주로를 빠져나간 것을 보고하라고 지시하는데 팬암기를 1736편이 아니라 7136으로 부르고 있었다. (위 빨간 표시부분) 

 

관제탑, 두 점보기 호출할 때 항공편번호 부정확하게 부르는 경우가 …

관제탑이 두 점보기의 Flight No.를 정확히 부르지 않고 있는 부분은 또 나타난다. 아래 교신내용을 보면 관제탑은 KLM기 KL4805를 8705로, Clipper(팬암기의 이름) 1736을 잘 기억나지 않는 듯 1,7 을 먼저 부르고 잠시 머뭇거리다 이어서 3,6을 부르고 있었다.

17:04:58.2 (관제탑) …m eight seven zero five and clipper one seven … three six,

for your information, the center line lighting is out of service.

[APP transmission is readable but slightly broken]

 

17:05:28.1 (PA 3)  O.K.

17:05:28.5 (PA 3)  Next one is almost a forty-five, huh yeh.

17:05:30.6 (PA 1)  But it goes…

17:05:32.4 (PA 1) Yeh, but it goes … ahead, I think it’s gonna put us on the taxiway.

17:05:35.9 (PA 3) Yeah, just a little bit yeh.

17:05:39.8 (PA ?) O.K., for sure.

17:05:40.0 (PA 2) Maybe he, maybe he counts these, are three. 

(PA ?)  Huh.

17:05:44.8 (PA ?) I like this.

이 부분은 팬암조종실 승무원들이 유도로출구를 찾으면서 나눈 대화로 생각된다. 관제탑에서 지시한 제3유도로출구는 좌측으로 135도 꺾어져서 점보기가 방향전환하기에는 무리한데, 또 무사히 빠져나간다 해도 제3유도로는 터미날로 향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유도로에 진입할 때 또 135도 우측으로 힘들게 방향전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제4유도로는 활주로에서 좌측으로 45도 방향이고 유도로로 집입하는 방향이 터미날이 아닌 Runway 30의 이륙지점으로 가는 방향이다. 팬암 조종사들이 나눈 대화에 (굵게 표시한 부분) 그곳이 관제사가 지시한 제3출구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tenerife-airport

팬암기보다 앞선 KLM 점보기는 활주로 끝까지 가서 이륙방향 Runway 30 으로 180도 기수를 돌리고 관제탑에 이륙허가와 관제승인(ATC clearance)을 요청하였다. 이에 관제탑은 KLM의 이륙후 항로와 고도 등을 알려주는 관제승인내용을 알려주는데 이때도 관제사는 KLM에 응답할 때 또 4805가 아니라 8705로 부르는 실수를 한다. 아마 KLM기의 편명 KL4805와 팬암기의 편명 PA1736을 혼동하여 실수를 한듯 보여진다. 물론 이런 숫자 한 두 개가 틀리거나 순서가 뒤바뀌어도 관제대상이 두 점보기 뿐이어서 이런 실수는 두 점보기에서 알아서 받아들여 졌지만 관제사들의 관제일에만 몰두하지 않았을 수가 있다는 심증이 되고 있고 실제로 네덜란드 조사단에서는 KLM기 조종실 무선교신기록을 검토해보면 관제탑과 교신할 때 축구중계방송이 들렸다는 사실을 사고조사보고서에서 밝혔다.

 

17:05:44.8  (KL) Uh, the KLM … four eight zero five is now ready for take-off …

uh and we’re waiting for our ATC clearance.

17:05:53.4  (관제탑) KLM eight seven * zero five uh you are cleared to the Papa Beacon climb to

and maintain flight level nine zero right turn after take-off proceed with heading

zero four zero until intercepting the three two five radial from Las Palmas VOR.

 

KLM 점보기가 먼저 Runway 30 이륙지점에 도착할 때 쯤 다행히, 아니 불행히도 안개가 조금씩 겉혀 시계가 700미터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륙할 수 있는 시계가 확보 되어 다행이었지만, 1분 뒤의 결과를 보면 이륙할 수 있을 정도로 안개가 겉힌 것이 불행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제탑과  KLM, 팬암의 무선교신 … 애매한 표현 그리고 혼선으로 잡음이 

 

이어서 이 대참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혼선이 시작된다. 특히 이 사고와 관련된 대화에 표준화 되지 않은 애매한 문구들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래 대화에 나오는 we’re now at take-off 과 관제탑에서 사용한 OK가 지적되고 있다.

17:06:09.6  (KL) Ah roger, sir, we’re cleared to the Papa Beacon flight level nine zero,  right turn out

zero four zero until intercepting the three two five and we’re now at take-off.

17:06:13     (KL 1) We’re going

17:06:18.19 (관제탑)  OK.

17:06:19.3  (PA) No .. eh.

17:06:20.08 (관제탑) Stand by for take-off, I will call you. 

17:06:20.3   (PA) And we’re still taxiing down the runway, the clipper one seven three six. 

 

한편 위에 빨간 글씨로 표시된 네 마디의 대화는 차분하게 서로 주고 받은 것이 아니라 KLM과 관제탑의 교신을 들은 팬암조종사가 “OK”라는 관제사의 응답에 놀라 급히 관제사의 대화에 끼어 들어 나눈 대화이다.  KLM에서 이륙상태에 있다고 보고를 받고 이어 기장이 “이제 갑니다” 라고 얘기하였다. 이에 관제사는 “OK”라고 먼저 운을 띄우고 잠시 1-2초 정도 숨을 고르고 “이륙준비 대기하라. 다시 연락하겠다.” 고 계속 송신버튼을 누른 상태로 말했다. 이때 팬암기에서 KLM 기장이 “이제 갑니다” 한 후 관제사가 “OK” 라고 응답한 것을 듣고 놀라서 “뭐라고 … 안돼 !” 하고 소리치고 “우리(팬암)는 아직 활주로 위에 있다.” 알린 것이다.

그러나 KLM에서는 관제탑과 팬암에서 동시에 무선이 터져 날카로운 고음의 금속성 잡음이 들려 관제탑에서 대기하라는 지시와 팬암기에서 아직 활주로에 있다는 경고(굵은 빤간 글씨로 표시된 부분)를 듣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한편 관제탑에서 OK 라고 얘기한 후에 계속 송신버튼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팬암기에서 아직 활주로에 있다는 경고도 듣지 못한 것 같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관제탑에서는 팬암기가 활주로에서 유도로로 빠져나왔다고 판단한 상황은 아니었다.

KLM 기장은 이륙하겠다는 얘기를 전했는데 관제사로 부터 들은 명쾌한 소리는 “OK !” 뿐이었다. KLM 기장은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급한 마음에 지금쯤 팬암기가 활주로를 벗어났다고 쉽게 생각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엔진출력을 높여 KL4805편은 활주로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팬암사이트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KLM 부기장이 관제탑에서 관제승인을 받고 복창하고 있을 때 이미 기체는 이륙을 시작한 상태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17:06:25.6 (관제탑)  Roger alpha one seven three six report when runway clear.

17:06:29.6 (PA)   OK, we’ll report when we’re clear.

(관제탑)  Thank you

관제탑에서는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아서 KLM기가 이륙을 시작한 것을 알지 못한 채로 팬암기한테 활주로를 벗어나면 보고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팬암승무원들도 자신들이 활주로에 아직 있다는 것을 알렸기에 마음을 놓고 활주로를 벗어나면 보고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장님 ! 아직 팬암기가 활주로에 있는것 같은데요 … 

다음은 KL4805편 조종실에 있는 운항승무원들이 네덜란드어로 대화한 내용이다. 기관사가 활주로 앞에 PM4805기가 있는 것을 보았으나 기장은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다.

17:06:32.43  (KL 3)  Is hij er niet af dan? (= Is he not clear then ? )

17:06:34.1    (KL 1)   Wat zeg je? (= What do you say ?)

17:06:34.15  (KL ?)  Yup.

17:06:34.7    (KL 3)  Is hij er niet af, die Pan American ? (= Is he not clear that Pan American ?)

17:06:35.7    (KL 1)  Jawel. (= Oh yes)  [emphatically]

( 참고 : KL 1 KLM 기장, KL 2 KLM 부기장, KL 3 KLM기관사 )

 

이때 KLM 기관사는 관제탑과 팬암기의 교신을 듣고 팬암기가 아직 활주로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급히 기장의 이륙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기장이 이를 묵살하고 이륙을 감행했고 기장 Zanten은 KLM에서 다른 조종사한테 시뮬레이터로 조종술을 교육시키는 일도 하고 있는 베테랑 조종사였기에 기관사는 기장의 권위에 눌려서인지 기관사는 더 이상제지를 하지 못하였다.  위 대화는 네덜란드 승무원들끼리의 대화로 네덜란드어로 얘기하였다.

 

KLM 그친구들 웃기는 사람들이네 … (팬암승무원들의 대화)

(PA 1)  Lets get the hell out of here!

(PA 2)  Yeh, he’s anxious isn’t he.

(PA 3) Yeh, after he held us up for half an hour.  Now he’s in a rush.

한편 관제탑으로부터 활주로를 벗어나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팬암기의 조종사들은 KLM을 흉보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라스팔마스 공항이 다시 열렸을 때 팬암기는 즉시 이륙이 가능했지만, 길목을 막고 있었던 KLM기가 예정에도 없는 급유를 하는 바람에 KLM기가 급유를 마치고 승객들을 탑승시킬때 까지 기다려야만 했는데 지금에는 KLM 이 서두르는 것을 보고 그들을 밉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았다.

 

 

마지막 순간이 ……  이, 개새끼들 Son of a bitch …. … 아… 악 !

17:06:40    [PanAm captain sees landing lights of KLM at approximately 700 meters]

(PA 1) There he is .. look at him!  Goddamn that son-of-a-bitch is coming!

Get off!  Get off!  Get off !

17:06:44    [KLM starts rotation]

17:06:47.44 (KL 1) [Scream]

17:06:50    [Collision]

그러나 그들을 흉보는 것은 잠깐 ! 팬암기가 네번째 유도로출구에 도착하여 방향을 좌측으로 돌리려 하는 시점에 팬암기장은 시계한계인 700미터 전방에서 자신을 향하여 달려오는 KLM 점보기의 깜박거리는 착륙등이 보였다.  놀란 팬암기장은 급히 기체를 좌측으로 빠져나가려고 하였으나 이미 KLM은 시속 270km/h에 가까웠고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KLM 기장은 급히 기수를 올려 팬암기를 넘어려고 하였지만 동체의 뒷부분이 활주로에 끌려 불꽃이 발생했고 동체가 뜨기는 했지만 350톤에 이르는 두 거구는 정면 충돌하게 되었다. 이 음성녹음기록을 공개한 한 사이트에는 Son of a bitch 를 x 표시로 대체하였지만 다른 사이트에 원문이 그대로 공개되어 알 수 있었듯이 팬암기의 입에서는 마지막에 욕이 나왔고 KLM 기장의 입에서는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교신녹음은 끝을 맺는다.

 

350 tons 거구의 충돌상황은 . . . . . .

KLM기 랜딩기어의 바퀴는 좌측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던 팬암기의 동체 우측을 치고나가 팬암기의 동체가 찢어졌으며 KLM기의 왼편 날개에 팬암기의 수직꼬리날개는 찢겨져 나갔다. KLM기의 오른쪽 엔진은 팬암기의 조종석 바로 뒤 Upper Deck 일등석 라운지를 치고 나갔다.  KLM기는 팬암기를 위에서 덮친 모양으로 충돌하여 팬암기의 객실 천정이 날아가고 바닥이 주저앉게 되었다. KLM기는 충돌지점에서 약 150미터 떨어진 곳에 추락하였으며 활주로를 따라 약 300미터 미끄러지면서 기체는 불기둥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륙 직전에 급유를 하였던 것이 사태를 최악으로 만들게 된 요인이 되었다.

KLM기에는 234명의 승객과 승무원 14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248명 전원 사망하였다. 팬암기에는 380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그중 승객 326명과 승무원 9명 등 335명이 사망하였고 조종사 3명을 포함한 61명이 살아 남았다.

 

행운의 승객 1명 …… 남자 친구가 보고 싶어 비행기에서 내려

그런데 암스테르담에서 탑승한 KLM 4805편의 승객중에는 무척 운이 좋았던 승객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이 섬의 Puerto de la Cruz 출신인 네덜란드의 관광가이드  Robina van Lanschot로 테네리페 공항에 착륙하였을 때 남자친구와 밤을 지내기 위해 다시 탑승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암스테르담에서 탑승한 KL4805편 승객중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사고원인은 …… 사소한 Human Error들이 겹쳐 발생

이 사고는 사건발생국인 스페인과 항공사 당사자국가인 네덜란드, 미국의 항공사고조사단 등 70명이 참여하여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사고 당사자인 팬암항공과 KLM항공은 별도 조사에 나섰다.  여기 저기서 사소한 실수들이 지적되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KLM 기장이 관제사의 이륙지시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륙한 것으로 결말짓게 된다.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 테네리페 공항 충돌사고를 되돌아 보면 곳곳에서 사소한 인재 Human Error들을 발견하게 되어 그 중 하나 만이라도 빗겨 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는다.

 

 

 

 

참고자료 :
1. http://www.panamair.org/accidents/victor.htm

2. http://www.1001crash.com/

3. http://www.tenerife-information-centre.com/tenerife-airport-disaster.html

4. http://aviation-safety.net/database/record.php?id=19770327-0

5. http://aviation-safety.net/database/record.php?id=19770327-1

6. http://www.airdisaster.com/special/special-pa1736.shtml

7. http://www.pbs.org/wgbh/nova/planecrash/minutes.html

10 Comments

  1. jhk0908

    2018년 1월 14일 at 4:58 오후

    비극적인 사고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이번 윤식당2의 촬영지 바로 그곳인줄은 몰랐습니다. 자세한 정보 감사드리며 재밌게 프로그램을 보기에 앞서 희생자들을 추모해야겠습니다.

    • 김 동주

      2018년 1월 14일 at 6:53 오후

      1977년 발생한 사고라서 실제 보도를 듣고 기억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워낙 큰 사고라 역사의 기록으로 틈틈히 소개되고 있는 정도지요.

      사고과정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 인재인데
      그 요소의 하나 만 없었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였지요.

  2. 비풍초

    2018년 1월 18일 at 11:55 오전

    대단한 자료이군요… 제 페북에 공유하겠습니다.

    • 김 동주

      2018년 1월 18일 at 1:40 오후

      참 어처구니가 없었던 사고였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KLM 기관사가 이륙직전 마주오고 있는 PanAm기를 보고 기장한테 얘기했지만 기장은 무심코 넘겼고 기관사는 기장의 권위에 눌려 더 얘기 못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기장은 KLM 에서 베테랑으로 젊은 조종사들을 수련시키는 직위에 있었답니다.
      관제사들도 안개로 활주로의 시야가 좋지 않았음에도 축구중계를 들으면서 관제일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3. 김 동주

    2018년 1월 18일 at 1:44 오후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카나리아군도의 크루즈에 합류하려는 유럽과 미국의 관광객들이었지만, 2000년 발생한 에Air France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기의 추락사고 또한 뉴욕에서 출발하는 캐리브해 크루즈 승객을 태웠답니다.100여명 정도의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사망했지요.

  4. 김 수남

    2018년 3월 28일 at 6:53 오전

    원장님은 비행기 관련 전문가시네요.감사합니다.

    • 김 동주

      2018년 3월 28일 at 11:26 오전

      전문가라기 보다는 관심이 많은 사람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5. David

    2019년 3월 26일 at 11:14 오후

    무식한 장군이 적보다 무섭다는 말이 문득 생각하는 군요..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6. The포니

    2020년 8월 18일 at 3:21 오후

    최근에 테네리페 참사를 알게되서
    당시 실제로 오간 무전 내용을 찾아보고 있엇는데,
    정말 좋은글을 보게 됐네요.

    • 김 동주

      2020년 8월 24일 at 3:50 오후

      사소한 부주의가 큰 사고를 발생시켰지요.
      기상 상황이야 얼쩔 수 없었어도 관제사들이 축구중계를 들으며 방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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