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UAE . . . . . . 세계적인 항공사가 2개, EK와 EY
UAE (United of Arab Emirates)는 7개의 지방토후국 emirates이 연합하여 만든 중동의 나라인데 Dubai 토후국의 도시 Dubai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수도는 Abu Dhabi 토후국의 Abu Dhabi로 UAE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 이다. UAE는 남한 보다 약간 작고 인구는 1/5 정도지만 세계 최대의 항공사(국제선승객기준)와 세계 최고(객실기준)의 항공사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
Dubai를 허브공항으로 하는 Emirates항공(EK)은 초대형점보여객기 A380기 101대, B777기 167대 등 대형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제선 승객을 기준으로 세계최대의 항공사다. 한편 EK 보다 뒤 늦게 출범했지만 UAE의 수도 Abu Dhabi 공항을 허브로 하고 있는 Etihad항공(EY)도 EK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대형기종(A380)에 일등석 객실 외에 별도로 호텔 Suite Room처럼 꾸민 항공업계에서 현존하는 최고급 좌석인 The Residence 객실을 만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항공사다. The Residence 객실은 단 초대형기종인 A380기에 단 두 명의 승객만을 위한 객실로 2인용 좌석, 샤워실, 더블베드를 갖춘 침실을 갖추고 전용 집사를 둔 초호화판 객실 이다.
그림의 떡 . . . . . . A380 일등석 특실 좌석
요금을 비교하자면 Abu Dhabi-New York 왕복기준으로 일등석요금이 AED.36555(약 1070 만원), The Residence는 AED.115435(약 3390만원)이니 일등석의 3배나 되는 거액이다. 만일 The Residence Room은 커플을 위한 2인용 객실인데 2인이 함께 사용하면 AED.152170 (약 4460만원) 일인당 계산하면 2230만원, 그래도 두 배가 넘는다. 부부가 Etihad 항공의 The Residence Room을 왕복으로 한 번 이용하는데 Benz C Class 한 대 값이 나가는 셈이다.
이들 중동 지역의 항공사는 평소 이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지난 설 연휴에 UAE를 다녀오면서 항공분야 평가기관인 Skytrax에서 최고항공사인 5 star로 분류되는 Etihad항공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요즘에 Skytrax의 평가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일고 나 역시 어느 정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항공사가 최고등급에 오를리는 없으니 좋은 항공사라는 것 만은 틀림없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여행에 나섰다.
인천-아부다비 EY873편 . . . . . . . 남들 잠자는 심야시간에 운행
인천발 아부다비행 EY873편의 인천공항 출발시간은 자정을 넘긴 0시15분, 아부다비공항에 아침 5시45분 도착이다. 하루 일과를 여유있게 마치고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시간에 출발하여 하루 일과가 시간되는 시간에 현지에 도착하니 시차를 이겨낼 만한 체력만 뒷받침 해준다면 10시간의 비행을 고스란히 벌 수 있는 일정이라 단기 여행에도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귀국편도 아부다비에서도 하루 일정을 여유 있게 마칠 수 있는 시간인 오후 10시20분 출발에 인천공항에 다음날 오전 11시40분에 도착한다. 보통 중장거리 여행에는 가는 날과 오는 날 이틀을 이동하는데 허비하게 되지만 EY873/876편은 왕복 모두 반 나절만 소비하게 되어 주말을 이용한 단기간 여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인천공항 유일한 심야시간 운영 라운지 Sky Hub . . . . . 심야시간에는 스낵만 제공.
EY873편의 출발시간은 자정 0시15분, 직장에서 퇴근한 아이들과 함께 오느라 저녁을 걸르고 공항의 라운지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의 라운지 중에서 Priority Pass나 Diners Card로 이용이 가능한 라운지 중에 심야에도 문을 여는 곳은 동쪽에 있는 Sky Hub Lounge가 있다. Sky Hub Lounge는 메인터미날의 동쪽과 서쪽에 있지만 심야시간에는 동쪽에 있는 라운지만 문을 연다. 저녁 10시 이후에는 이곳 만 문을 여는지 Lounge를 찾는 승객은 많은데 심야시간에는 스낵종류만 제공된다. Hot Meal의 경우 관리하는 요리사가 필요하여 인력수급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요리사의 관리가 필요 없는 빵과 스낵, 컵라면 등만 제공된다. Diners Card로 무료로 이용했으니 억울할 것 까지는 없지만 동반자 요금 USD.28을 지불한 승객은 무척 아까울 것 같다.
EY873편의 탑승시간은 출발예정시간 1시간 전 부터 보딩을 시작한다. 특별한 공항사정이 없으면 정시에 출발할 수 있다. 인천공항 뿐만 아니라 아부다비에서도 보딩수속이 출발 1시간 전 부터 시작된다. 보딩을 여유있게 하니 정시출발과 정시도착의 확률이 높다. 이번 여행의 경우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까지 여행을 하였는데 모두 다섯 편의 항공편이 모두 예정시간 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Etihad 항공 . . . . . . 인천노선 취항기종은 B787 Dreamliner
인천발 아부다비 노선을 운항하는 EY873편의 기종은 보잉사의 최첨단기종인 B787 Dreamliner다. 기체등록번호 A6-BLK로 지난 달 돌을 지낸 새 비행기다. Etihad항공은 B787기를 19대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기령이 2년 미만으로 모두 새 기재다.
Dreamliner는 개인적으로 나한테는 가장 인연이 깊은 기종이다. 2011년9월 말, 보잉사가 시애틀 교외에 있는 Everett 공장에서 B787 Dreamliner 제1호기를 일본 ANA 항공에 인도하는 First Delivery 행사를 가졌는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항공전문잡지 월간항공의 객원기자 자격으로 보잉사의 초청을 받았다. 이때 보잉사로 부터 B787기의 개발과정을 브리핑 받고 B787기의 조립과정을 현장에서 자세히 둘러보고 B787 Dreamliner 제1호기의 인도식에 참가하여 한국인 최초로 완성된 B787기를 둘러 본 사람이 되었다.
B787기는 크기가 보잉의 B777기와 에어버스의 A330 중간 크기의 기종이다. 에어버스의 초대형기종인 A380은 크기로 관심을 끌었던 기종이지만 B787기는 크기는 어정쩡해도 첨단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친환경 첨단기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종 이다. 최첨단 기종인 B787기의 친환경 비결은 동체의 재료가 비금속인 특수플라스틱인 탄소강화섬유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보통 다른 기종은 동체를 금속으로 만들어 기체부식을 줄이기 위해 객실이 건조한 편인데 B787은 기체가 비금속이라 객실내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장거리 비행을 할 때는 휴지에 물을 적셔 코 밑에 들이 대는 습관이 있지만 B787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유리창문의 크기가 다른 기종에 비해 크다는 점이다. 다른 기종의 경우 창 밖을 내다보려면 성인의 경우 고개를 약간 숙여야 하지만 B787의 경우 앉은 상태에서 고개를 돌리면 시야가 넓다. 유리창문에 햇빛을 가리는 블라인드 덮개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그대신 B787 유리창은 투명도를 승객이 직접 조절할 수 있다. Electro-chromism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Smart Glass로 불리는 이 기능은 승객이 유리창 밑에 있는 버튼을 통해 직접 조절하거나 필요한 경우 승무원이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승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B787기의 특징으로는 LED 방식의 객실내 조명이다. 이는 전구를 통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조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A330이나 B777 등 다른 기종에서도 LED 조명방식을 채택한 기종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정시간에 이륙한 B787기는 설날 연휴가 시작할 무렵이지만 중동지역이 여행지로 그리 인기가 높은 곳은 아닌 탓인지 빈 좌석이 곳곳에 눈에 띌 정도다. Etihad항공은 일반석 중에서 객실 앞 5줄 정도를 preferred seat로 지정해서 추가요금을 USD.25 받는다. 좌석 자체는 다른 일반석과 똑같고 공간도 같지만 다만 헤드레스트에 Reserved Seat라는 커버 시트가 씌워져 있어 다른 승객이 앉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체격이 큰 우리 아이들은 USD.90 정도 추가요금을 내고 미리 앞 공간이 빈 비상구좌석을 선택했다. 나는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할 때 오늘 탑승율이 만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preferred seat를 선택했다. 나의 경험으로 봐서 앞좌석이라고 해서 추가요금을 내고 가운데 좌석을 선택할 승객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세 좌석이 빈 열에 먼저 창가나 복도 좌석을 차지하면 옆좌석이 빌 확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은 들어 맞아 내가 앉은 열 세 좌석을 혼자 차지할 수 있었다. 보딩이 끝나자 뒷 좌석에 앉은 승객이 preferred seat 빈 좌석으로 옮기자 승무원들이 제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일반석에서 추가요금을 받는 제도가 있는 항공사는 이들 좌석이 비어도 다른 승객이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tihad항공이 세계최고의 항공사라고 하지만 내가 직접 느끼기에는 일반석 좌석에 관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뒤진다. 우선 일반석 좌석의 앞 뒤 공간(pitch)이 31~32인치, 좌석 폭은 17.1인치다. 대한항공의 B787기는 pitch가 33~34인차, 폭이 18인치로 훨씬 넓다. 보통 항공사를 평가할 때는 일반석 보다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지만 일반석을 기준으로 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세계 최고수준 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왜 자기들 항공기의 좌석이 외국항공사에 비해 넓다는 장점을 강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좌석에는 첨단기종에 어울리게 고화질의 LCD화면과 USB, AC 전원장치가 편리한 위치에 있다. Etihad 항공의 일반석에서 제공하는 헤드폰도 음질이 좋은데 플러그가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용 가전제품과는 맞지 않는 형태다. 아마 승객들이 탐을 내지 못하도록 일부러 그런 것 같다. 대한항공의 일반석 좌석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AC 소켓이 좌석 밑에 있어 사용하기 불편한데 Etihad항공의 좌석은 좌석등받이 LCD화면 옆에 있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헤드레스트도 승객이 잠이 들때 머리가 옆 승객한테 쏠리지 않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받침 날개를 달았다.
Etihad B787 일반석 좌석에서 한 가지 더 돋보이는 것은 좌석 등받이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주머니다. (위 사진 가운데) 보통 좌석등받이의 주머니에는 기내잡지, 면세품목록, 기내안전수칙 등의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어 복잡한데 안경이나 휴대폰 등의 작은 개인용 소지품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가 두 개 있다.
Etihad 항공이 이슬람국가의 항공사라 기내 AVOD 프로그램에는 이슬람과 관련된 것이 눈에 띈다. 항공기의 운항상태를 나타내는 비행정보의 지도에서도 메카를 카르키는 화살표가 나타나면 다음 기도 시간까지의 남은 시간까지 알려 준다. 오디오에도 음악프로와 함께 이슬람 성전인 꾸란도 포함되어 있다. AVOD 영화프로그램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만큼 한국영화가 많지는 않아도 ‘임금님의 사건수첩’, ‘택시운전사’ 두 편의 한국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자정이 넘어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기내서비스는 가벼운 샌드위치나 컵라면이 제공되었다. 대부분 승객이 공항에 오후 10시 이전에 도착하였을테니 미리 저녁식사를 하고 왔거나 공항에서 했으니 기내식서비스가 꼭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동안 나의 경험에 의하면 보통 장거리 노선에서는 운항시간에 상관없이 거의 hot meal이 두 번 제공되는게 일반적이었는데 항공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니 과감한 운영비 절감대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 역시 시장기를 느끼지 않았지만 처음 탑승한 항공사라 기내식 등을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다소 아쉬운 감이 들었다.
워낙 늦잠을 자는 습관이지만 이날은 아부다비에 도착하면서 바로 두바이 여행에 나서야되기 때문에 잠을 청했다. 다행히 3인용 좌석에 혼자 앉으니 173cm 키에 편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다리를 구부려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이른바 sleeping class다.
현지 도착시간이 아까워 오면서 아침식사가 제공되었다. 아침식사는 가벼운 오믈렛이나 소시지와 빵이 제공되었다. 10시간 비행 끝에 EY873편은 아부다비 공항에 정시 보다 약간 이른 시간에 도착하였다.
Etihad EY873편 . . . . . . 일반석 서비스는 그저 그런 수준
이번 EY873편 비행에서 느낀 점은 하드웨어는 비록 좌석 공간이 평균수준에 머물렀지만 그외 다른 것은 소문대로 최상급이다. 좌석 자체도 편하고 헤드폰이나 기내 영화,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승무원의 기내서비스는 기대에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비행시간이 출발지와 도착지 양쪽 시간대로 봐서 야간시간이라 승객들이 거의 잠을 청할 시간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승무원들의 기내서비스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active하지는 않았다. 이륙한 직후 나누어 준 샌드위치도 무성의 했다. Etihad의 북아프리카 카사블랑카 EY618편에서는 그래도 스낵과 과일팩을 종이 봉투에 넣어 서빙했다. 음료서비스의 경우도 보통 기내식 배정을 마치면 커피나 차를 제공하는 순서를 가지는데 EY873편에서는 기내식 배정절차 외에는 따로 커피를 주문해야만 한다. 도착시간 1시간 남기고 커피를 주문했다가 착륙준비로 주방을 정리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 어두운 객실 복도에 물과 쥬스를 담은 컵을 얹은 쟁반을 들고 잠든 승객들 사이를 오가는 아시아권 항공사의 승무원들 생각이 난다.
나는 항공사의 서비스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아시아 항공사들 처럼 승객들이 원하는 것을 미리 active 하게 하면 좋지만, 많은 외항사들은 기본 서비스 외에는 승객들의 주문에 따라 passive 하게 움직이는데 이에 대해 반응이 있으면 그뿐 이다. 그런 면에서 Etihad의 경우는 나쁘지는 않지만 국적항공사들 보다 나을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Etihad의 최고항공사로서의 명성은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에서나 기대해야 하는 것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