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Air India . . . . . . Worst Airlines 그룹에 속했는데
지난 일요일 홍콩에서 모임이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가까운 친구들 얼굴 한 번 보는 자리인데 몇 십만 원 비행기값을 들이고 가기에 아까워서 망설이다 포기했는데 출발 하루 전인 일요일에 주말 제주도 요금에 불과한 Air India의 요금이 눈에 띄어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참석하는 셈 치고 1박2일로 홍콩을 다녀왔다. Air India는 처음 이용한 것은 27년 전 인도를 처음 여행할 때다. 당시만 해도 Air India는 Worst Airlines 그룹에 속할 정도로 평이 좋지 않았다. 항공기도 낡았고 운항정시율, 기내서비스 모든 것이 다른 항공사 보다 뒤져 있었다. 그때 귀국편에서도 Air India 델리-방콕 항공편이 지연되는 바람에 방콕-김포행 Delta 항공편을 놓쳐 하루 늦게 귀국한 일도 있었다. 같은 계열사인 Indian Airlines의 국내선은 특히 정시운항면에서는 열악한 수준이었다. 그 후로도 연거푸 다섯 번 인도를 매년 방문했지만 그때는 Air India와 Indian Airlines를 피해 타이항공 등 다른 제3국 항공사를 이용했었다. 인도 국내선도 Modiluft, Jet Airways 등을 이용하게 되었다.
과연 지금의 Air India는 어떻게 변했을까 ? 최근 Air India는 두 번째 여행이다. 4년 전에도 홍콩을 다녀올 때 Air India를 이용했다. 홍콩여행 때 Air India를 이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요금이 가장 마음에 들고 기종도 내가 가장 선호하는 보잉 B787 Dreamliner 이기 때문이다. 이번 홍콩여행을 포함하여 최근 Air India를 이용한 홍콩여행은 기대 이상이었다. 27년 전의 고생했던 Air India 와는 많이 변했다.
출발 전 날 웹사이트에서 예약 및 결제가 가능
우선 예약 및 발권과정이 순조롭다. Air India Web 디자인은 독특하다. 인도를 상징하는 마하라자 캐릭터가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보통 일요일에는 인터넷 여행사도 발권업무를 하지 않지만 Air India는 할인요금으로 직접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보통 항공사에서는 인터넷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할인 폭이 큰 요금은 직접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무엇 보다도 인터넷 여행사들도 주말에는 발권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Air India의 Global Website에서는 주말, 주중과 상관없이 출발 전날도 발권이 가능해서 좋다. Air India 인천-홍콩 왕복요금은 세금 포함 160,300원. 4년 전에는 약 200,000원 수준이었는데 3월말 까지는 훨씬 더 싼 요금이 있다.
AI317/310편 인천-홍콩-델리-뭄바이 주 4회 보잉 최신기종 B787 Dreamliner로 왕복운항
Air India는 인천-홍콩-델리-뭄바이를 주4회 운항하고 있다. 집에 마음 만 88한 88세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는데 마침 일요일 출발, 월요일 귀국이 가능한 일정 이다. Air India의 인천발 홍콩행 AI317편 기종은 보잉 B787-8 Dreamliner. 내가 가장 선호하는 기종 이다. 워낙 다른 기종에 비해 스펙도 좋지만 좋은 이상으로 애정을 느끼는 기종 이다. 오후 1시50분에 출발하여 오후 4시35분 도착이니 침사추이에서 7시 개최되는 모임에 참석하기 딱 좋은 일정 이다.
Air India는 출발 48시간 전에 web check-in이 가능하다. 일요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인천-홍콩, 다음날 홍콩-인천 항공편의 web check-in을 하고 보딩패스를 미리 출력했다. 인천공항에서는 대한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이 웹체크인 하여 집에서 프린트한 보딩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web check-in은 상당히 편리한 제도다. 항공사들은 공항에 Web Check-in 카운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항공사들은 막상 승객이 집에서 Web check-in 해서 미리 출력한 보딩패스를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에도 check-in 카운터에 문의할 것이 있어 들렀더니 새로 보딩패스를 출력해서 준다.
Air India AI317편 기종은 B787-8, VT-ANM. 2012년 출고 된 5년 된 기재다. AI317편은 정시에 보딩을 시작했다. 이 기재가 A310편으로 인도의 뭄바이를 출발하여 델리, 홍콩 등 두 도시를 경유하여 운항하는 항공편이란 것을 감안하면 지연출발도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이 항공편의 기록을 보면 양호한 편이다. 다음날 귀국할 때도 홍콩에서 정시에 출발하였다. 1990년대 Air India를 이용할 때의 악몽은 떨칠 수 있었다.
Air India는 공항에서 좌석 업그레이드 유료서비스가 있다. 공항에서 비즈니스클래스에 좌석여유가 있을 때 탑승카운터에서 직접 신청을 받는다. 인천에서 홍콩 까지는 160,000원, 홍콩-인천 노선에서는 HKD.900 (약 123,000원). 워낙 싼 요금에 항공권을 구입하기도 했고 호기심에서 비즈니스클래스로 업그레이드 신청했다.
Air India B787-8기의 비즈니스클래스는 2-2-2 배열로 세 줄, 모두 18석 이다. 좌석 피치는 74인치, 좌석을 완전히 수평 침대형으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free access 구조는 아니고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좌석을 감싸는 파티션은 최소에 그치고 있는 개방형 이다. 개인적으로는 옆 좌석에 승객이 없다면 이런 구조를 선호한다. 아니 옆에 다른 승객이 앉아도 복도 출입을 자주하는 편이 아니라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free access 구조는 모든 승객이 복도출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때문에 실제 좌석 공간이 제한되는 편이고 좌석 주위를 감싸는 파티션이 높고 많아 좌석이 갑갑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 이다.
인도는 많이 여행했지만 인도음식을 즐기지는 않는데 기내식을 호기심으로 인도식을 주문했다. 한국출발 항공편이라도 Air India에서 인도식 식사에 제공되는 쌀은 끈기가 없는 쌀이다. 우리가 먹는 쌀은 끈기가 있어 밥을 손으로 먹는 서남아시아 사람들한테는 맞지 않는다.
비행기가 제주 상공을 지나는데 오랜 만에 한라산 주변에 구름이 깔리지 않았다. 항상 동남아시아여행 때 제주도 상공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대비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짙은 구름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행기가 한반도를 지나자 기내조명이 어두워졌다. B787기는 유리창문에 덮개가 없고 대신 버튼으로 유리창의 투명도를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데 Air India는 순항고도에서는 중앙에서 제어하여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창 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구름이나 지상의 풍경을 담고 싶지만 유리창이 선글래스 처럼 짙게 착색되어 사진촬영을 할 수 없다.
홍콩 공항에 도착하여 오후 7시에 열리는 모임에 늦지 않게 참석하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호텔예약을 하지 않았다. 가끔 홍콩 친구들이 자신의 오피스텔을 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모임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술 좌석을 새벽 2시 까지 가져 아침 7시45분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서는 호텔에 들어가기가 애매했다. 마침 집을 나서기 전에 돌아오는 편까지 웹체크인하고 보딩패스를 인쇄해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항의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홍콩공항교통은 구룡지역은 공항버스가 편리하다. Airport Express가 빠르기는 하지만 구룡역에서 셔틀버스나 택시로 다시 최종 목적지 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들고 전체적인 시간도 버스에 비해 크게 빠르지는 않다. 심야시간대에는 Airport Express가 운행되지 않지만 버스는 야간버스노선 N21이 밤새 운행된다.새벽 2시에 스타페리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공항행 심야버스 N21번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보통 시내 침사취이에서 공항까지는 HKD.33 (약4500원) 인데 심야버스 요금은 할증이 붙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HKD.10 더 싼 HKD.23 이다. 재미있는 요금체계다. 심야버스를 새벽에 출근하거나 밤 늦게 퇴근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일까도 생각했지만 대부분 승객들은 늦은 모임에 참석하고 귀가하거나 공항으로 가는 여행객들이다. 심야버스라 일찍 공항에 도착할 것 같지만 정차하는 코스가 달라서인지 1시간 꽉 채운 새벽3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Air India . . . 홍콩공항에서는 황당하게 Web check-in이 의미가 없어
그런데 . . . . . . 홍콩공항에서는 웹체크인하고 집에서 출력한 프린트로는 출국장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 Air India는 Self Check-in Kiosk도 없고 할 수 없이 새벽 5시15분 까지 체크인카운터가 오픈될 때 까지 기다려야 해서 근처의 빈 의자에 누워 잠시 잠을 청했다. 스마트폰의 알람에 맞춰 5시 쯤 일어나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보딩패스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내가 사전에 예약했던 좌석 36A와 다르다. 직원한테 미리 정한 좌석으로 변경해 달라고 했더니 이미 다른 승객이 좌석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단순히 사전에 좌석을 지정만 했으면 공항에서 사정상 변경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웹체크인 까지 했고 분명 좌석이 36A로 배정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6A가 누구나 탐내는 좋은 좌석도 아니다. 다만 나는 비행중 사진촬영을 위해 날개가 없는 객실 뒷 쪽의 창가를 선호하는 것 뿐이다. 체크인 직원은 37A로 좌석을 변경해 준다. 그러나 Air India B787 기종의 37A 좌석은 창문이 없는 열이다. 직원은 내가 원하는 A 창가 라인에는 빈좌석이 없다며 J 라인을 제의하지만 아침 시간에 J 라인은 동향으로 역광이니 사진촬영에 좋지 않은 좌석이다. 직원은 잠시 모니터를 응시하다 망설이다 날개가 시작되는 곳인 14A를 주겠다고 해서 받아들였다. 참고로 항공사별 기종에 따른 좌석배치도는 www.seatguru.com 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일찌감치 보딩패스를 받고 이른 아침이라 쉽게 출국장을 통과하였다. 홍콩의 첵랍콕공항은 싱가폴 창이공항, 인천공항과 함께 세계에서 항상 각종 설문조사에서 Top 3 랭킹에 오르고 있는 공항 이다. 개인적으로도 대형 유리창을 통해 게이트에 대기한 항공기와 활주로를 오가는 항공기를 지켜볼 수 있어서 호감을 갖고 있는 공항 이다. 참고로 싱가폴 공항에서는 게이트 마다 해당 항공편 승객만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탑승객 대기실이 있어 활주로를 오가는 항공기를 촬영하기에 좋지 않다.홍콩공항에서는 Diner 카드나 Priority Pass 카드로 Plaza Premium Lounge를 이용할 수 있다. Kuala Lumpur 공항, Taipei 공항 등에도 있는 친숙한 Lounge다. 이곳은 24시간 운영하지만 심야에서 이른 아침시간 까지는 hot meal이 없고 음료와 snack 뿐이다. 아쉽게도 탑승할 시간이 가까워서야 따끈한 국수와 신선한 야채 샐러드, 소시지 등의 hot meal이 쥰비되었지만 이를 뒤로 하고 출발게이트로 향햤다.
AI310편 B787-8, VT-AND . . . . . 새 비행기지만 좌석은 험히 다룬듯
홍콩발 인천행 Air India AI310편도 정시에 출발하였다. 지연 출발이 예사였던 1990년대와 사뭇 달랐다. AI310편의 기재는 B787-8 Dreamliner, VT-AND. Air India가 보유하고 있는 19대의 B787 중에서 초기에 해당하는 2012년 도입한 기재다.
Air India B787 일반석 좌석은 3-3-3 배열 이다. B787기가 일본 ANA, JAL 등에서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일반석의 표준배열은 2-4-2로 여유가 있었는데 다른 항공사들은 3-3-3배열을 선택했다. 요즘 ANA, JAL 도 3-3-3 배열을 채택하고 있어 B787 기종의 일반석 표준이 3-3-3이 되어 일반석 기준 가장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대한항공 마저 3-3-3 배열을 채택하고 있다.
Air India 일반석 좌석 피치는 33인치로 넓은 편이다. 이정도면 31인치가 표준이 된 유럽이나 미국항공사들은 물론 32인치의 아시아의 주요 항공사들 보다 넓다.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는 정도다. Air India의 일반석 좌석은 이 항공사에 대해 사소한 불만들이 있다면 모두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다. 귀국편 승객이 적은 편은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앉은 세 좌석에 나 혼자 앉았던 것도 행운이다. 사실 일반석의 경우는 좌석 피치 1~2인치 넓은 것 보다 더 좋은 것은 옆 좌석이 비었을 경우다. 일부 항공사들은 만석이 아닐 때 옆 좌석을 유료로 비워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을 정도다.
Air India . . . 비교적 새 비행기지만 객실 관리는 부실한 듯
지정된 좌석 14A에 앉고 보니 체크인카운터의 직원이 망설였던 이유를 알 것 같다. 14A 좌석의 리모콘 고정장치가 고장나서 리모콘이 허공에 달려 있어서 이 좌석을 배정하지 말라는 코멘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앉은 좌석열의 세 좌석 모두 AVOD 모니터가 약간 뒤틀려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기재는 생산된지 6년 되었으니 평균기령을 밑돌 정도로 새 비행기에 속하는데 막상 좌석의 상태는 좋지 않은 것이다. 아마 승객들이 험하게 다루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USB 포트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마지막 14C 좌석의 USB 포트에 연결했다.
Air India AVOD . . . . . . 화질은 좋으나 컨텐츠는 부족한 듯
AVOD 시스템은 모니터는 고화질이나 영화나 음악 등의 프로그램이 그리 다양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영화는 한국영화도 한 편 있었지만 마침 한 달 전에 여행한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Casablanca를 보았다. 음악도 인도 음악 뿐인 것은 의외다. Inflight Shopping 모드도 있지만 Air India는 아직 기내면세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음악은 아예 인도음악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기내 AVOD를 크게 의존하지 않고 기내에서는 테블릿 PC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없다.
기내식 전에 음료수 서빙때 내가 좋아하는 Gin Tonic을 주문했더니 직접 타서 주는 것이 아니라 Beefeater Gin 작은 것 두 병과 토닉워터 두 캔을 주면서 두 개면 충분하냐며 묻는다. 성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취향껏 믹스해서 마시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시려고 Dry Gin과 토닉워터, 땅콩을 하나 씩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기내식으로 나온 밥도 남쪽 아시아에서 먹는 풀기 없는 쌀이 아니라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다.
1박2일의 Air India 홍콩여행은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흡족한 여행이었다. 큰 기대를 하였던 5 star Etihad 항공에서 다소 실망을 하였던 차에, 27년 전의 악몽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Air India를 요금에 이끌려 선택하였는데 내가 가장 선호하는 보잉의 첨단기종인 B787과 널럴한 좌석이 3 star rating의 Air India가 4 star rating으로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내친 김에 다음 인도여행도 Air India를 이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