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게스트하우스 ‘맨션’

우리한테 ‘맨션’이란 뜻은 고급아파트를 의미한다. 어느 정도가 되어야 고급인지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기준이 애매하지만 럭셔리한 개념이 들어가 있는 거주공간을 뜻한다. 그런데 홍콩에 이런 상식을 깨는 ‘맨션’이 많아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20180626_095435

홍콩 구룡반도의 중심지인 침사추이 지역에는 ‘맨션’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싸구려 숙소가 많이 몰려 있다. ‘맨션’이란 명칭을 가진 대형 고층빌딩 하나에 층 마다 이름이 다른 싸구려 숙소가 수십개가 몰려 있다. 그럴듯한 대형 건물에 어울리게 건물 이름은 맨션이지만 입주해 있는 숙박업소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의 이름을 가진 싸구려 숙소들이고 일부는 버젓이 호텔이란 이름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위치는 최고다. 레이져쇼를 구경할 수 있는 광장과 홍콩섬으로 가는 Star Ferry 선착장도 가깝고 명품 매장들이 몰려 있는 1881빌딩 등도 가깝다. 템플스트리트의 야시장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고 공항버스도 바로 앞에서 탈 수 있으며 홍콩섬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역도 바로 앞에 있다.

HKG-island-night-panorama

건물 1층에는 환전소와 식당 상점 등이 가득 차 있고 위층은 모두 수십 개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들어차 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등의 서남아시아 사람들과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 이기도 하지만 유럽에서 온 배낭족들도 많다.

20180625_085805

하루 평균 숙박비가 USD.15~30 정도. 물론 더운 아열대지방이기 때문에 에어컨은 기본 이다. 그러나 싱글룸의 경우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공간에는 편의 시설이라고는 화장실 밖에 없다. 게스트하우스에 따라서는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침대 시트도 투숙객이 바뀐다고 새 것으로 바꿔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찜찜한 기분도 든다.

IMG_0835

나도 홍콩에서 환승하는 경우 하루 밤을 묵어야 할 때는 비싼 홍콩의 호텔비 때문에 한 두 번 ‘맨션’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때 마다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안전을 위한 기도를 해야만 한다. 홀수 층과 짝수 층으로 구별된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수십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사용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은 줄을 서서 대기하면 차례가 오지만 애매하게 빌딩의 중간 층 아래에 있으면 위층에서 만원이 되어 내려오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이 ‘맨션’을 이용할 때 마다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미로와 같은 빌딩 구조와 복잡하게 노출된 전선 들로 화재에 대한 방지책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1층에는 식품가게와 음식점이 많아 쥐라도 서식하게 되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선이 온전할지 걱정이 된다.  홍콩에도 소방법 같은 것이 있을 법한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아니면 우리 눈에 불안하게만 보일 뿐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 . . . .

20180625_085836

단 한 가지 이 ‘맨션’빌딩의 장점이 있다. 이곳 환전소의 환율은 홍콩에서 가장 좋은 편이기 때문 이다. 특히 홍콩공항의 환율은 너무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라 홍콩을 방문할 때는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 (HKD.33) 교통비 정도만 있으면 시내로 들어가서 이곳의 환전소를 이용하게 된다.

지난 주 90이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홍콩여행을 다녀왔을 때 갑자기 86세의 고모님도 합류하게 되어 방이 하나 더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 호텔에 빈 방이 없어 할 수 없이 하루 정도를 ‘맨션’의 게스트하우스 (원화 18,500원)를 이용했지만 이번에도 잊지 않고 기도를 해야만 했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