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us A380 . . . . . . 상처 뿐인 영광

에어버스가 보잉사의 점보기 B747에 맞서 초대형기 A380을 개발하여 보잉을 제치려고 했지만 결국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몇 년 전부터 A380의 주문이 급감해서 위기설이 연례행사 처럼 나왔고, 1년 전에는 에어버스사가 A380기의 최대고객인 에미레이트항공(EK)과 ‘애걸 반, 협박 반’의 A380 추가 구매계약을 맺어 급한 불을 껐지만 결국 1년을 더 버티지 못하고, 에어버스는 어제 주문 받은 A380의 생산이 끝나는 2021년에 A380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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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버스사가 초대형기종 A380을 강조하기 위해 개발과정 중 공개한 Mock up 사진. (출처 : airbus.com)

항공업계에서 A380 만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기종은 없었던 것 같다.  50년 전 제트여객기 대중화가 된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보잉이 세계최초로 2중통로기종(wide body aircraft)인 점보기 B747을 개발한 것은 A380의 등장 못지 않은 획기적인 일이었지만, 37년 뒤의 초대형기 A380 등장은  눈부시게 성장한 IT산업과 매스컴의 영향으로 개발 단계 부터 세계최대의 여객기, 초호화여객기 라는 두 가지 컨셉으로 Mock up 단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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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버스 제1호기 싱가폴항공 A380 (9V-SKA),  2015년 3월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촬영. 이 기체는 2017년 이미 퇴역했다. 

 

더블베드룸, 샤워실을 갖춘 초대형, 초호화기종 A380의 등장 . . . . . . 

몇 차례 A380의 개발이 지연 된 끝에 2007년에 A380 제1호기가 싱가폴항공에 인도 되어 공개될 때는 Mock uo 구조에서 보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당시로서는 대통령전용기나 중동왕족들의 자가용비행기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침대를 갖춘 일등석이 등장하여 세계인을 놀라게 만들었다. 1년 뒤인 2008년 두 번째로 A380기종을 인도 받은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 일등석 객실에 샤워실을 갖추어 A380은 초화로운 기종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한편 2011년 세계에서 여섯 번 째로 A380기를 인도 받은 대한항공은 세계 최초로 기내 면세점을 만들어 내는 등 A380이 등장하면서 끊이지 않는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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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기의 기내면세품 진열장. 승객이 직접 실물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

 

객실환경 중에서 A380이 등장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일등석 이다. 싱가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의 일등석을 좌석(seat)의 개념을 뛰어 넘어 객실(suite)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런 Suite Class는 좌석 주변을 칸막이로 감싸고 복도로 통하는 슬라이딩 도어까지 갖추어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 받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싱가폴항공의 Suite Class는 침대형 좌석이 아니라 객실 벽에 내장된 매트리스를 펼쳐 완벽한 침대로 만들어 주고 옆 좌석 사이의 파티션을 내리면 완벽한 더블베드룸을 만들어 주었다. 오죽하면 싱가폴항공이 A380 승객한테 기내에서 섹스를 금지한다는 경고까지 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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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의 뉴스 cbcnews.com 에 실린 SQ A380 일등석 관련 기사

 

초호화기종 A380 ? . . . . . . 일반인 한테는 그림의 떡 

그러나 B777 위에 A330을 올려 놓은 초대형기 A380이 등장하면서 호화로운 객실이 소개되었지만 널럴해진 공간은 일등석 승객의 몫일 뿐 일반석 승객한테는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다. 대한항공 등 대부분 A380을 도입한 항공사들은 기내에 승객들이 간단한 스낵이나 칵테일을 마시며 편히 담소를 나누면 쉴 수 있는 라운지를 마련했지만 이것 역시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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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기 2층 비즈니스클래스 기내라운지. 일반석 승객은 이용할 수 없다. 2011년 6월 촬영.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항공사에 강조하는 A380의 장점은 넓은 공간에 넓은 좌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의 좌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일반석 승객한테는 A380기는 호화로운 기종이 아니라 그저 새 비행기였을 뿐이다. 오히려 탑승인원이 크게 늘어나 만석일 경우 보딩이나 기내에서 내리는 시간이 길어져 불편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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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80 일등석 객실, 2014년 6월 나리타-인천 노선에서 촬영 

 

A380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 . . A380의 실패가 아닌 Airbus  전략의 실패  

A380은 확실히 기존의 여객기와 차별화 된 기종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무엇 보다도 기내 소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심지어는 엔진 등 소음이 줄어 들자 주변 좌석의 승객들이 떠드는 소리가 거슬리게 된다는 불만도 나올 정도다. 가장 큰 변화는 객실내 기압이 지상과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제트여객기가 순항고도에서는 객실 기압이 해발 2400m에 맞춘다고 하는데 A380기종은 해발 1500m 수준에 맞춘다고 한다. 객실 습도도 다른 기종 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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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의 에어버스 A330 기종, (델타항공과 합병전) 인천공항에서 2007년 6월 촬영.

그러나 에어버스가 보잉을 물리칠 야심작으로 내놓은 A380의 판매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초기에는 주문이 밀려 순항하는 듯 했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주문취소도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세계최대항공시장인 미국의 초대형항공사들은 A380을 외면했다. A380이 유럽기종이라서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이나 델타항공은 에어버스의 A330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항공사들이 A380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유럽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고 대도시와 위성도시 사이에 철도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좋아 대도시 공항에 대량수송을 하는 hub and spoke 방식에 적합할 수 있지만, 미국은 도시 간의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수단이 적어 승객들은 항공편 의존도가 높아 목적지 까지 직접 갈 수 있는 point to point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 이다.

 

미국항공사들이 A380을 외면한 이유는 . . . . . . B747도 커서 밀려나는 마당에 

이런 현상은 A380이 등장하기 훨씬 전 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었다. 미국 보잉사의 B747 점보기가 처음 등장할 때 미국의 초대형항공사들은 앞 다투어 점보기를 도입했지만 B767, B777 등 점보기 보다 작은 이중통로기들이 등장하면서 B747기의 인기가 수그러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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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항공사들 중에서 B747을 마지막 까지 운영한 항공사는 Northwest(1995년 김포공항 촬영)과 United항공(2017년 인천공항 촬영) 뿐 이다.

미국항공사들 중에서 1988년 개발된 구형 점보기 B747기의 마지막 세대인 B747-400최신형을 도입한 항공사는 당시 미국의 6대항공사 중에서  United항공(UA)와 Northwest항공(NW, 현재 델타와 합병) 뿐 이었다.  당시 미국최대항공사였던 Pan Am이나 American항공 등은 B747 구형들을 퇴역시키고 점보기 보다 작은 B777, B767의 비중을 높히고 있었으니 twin-jet 기종인 B777기의 인기가 높은데 B747-400 보다 훨씬 큰 기종인 A380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quad-jet 기종 (A380, A340, B747)과 twin-jet 기종 (A330, B767, B777, B787)의 대결

A380의 판매가 부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사발엔진 quad-jet 기종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흐름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 이다. 30년간 하늘을 제패했던 보잉 B747기가 twin-jet인 B777에 주문을 빼앗기는 것과, 에어버스가 장거리용으로 개발한 엔진 4개(quad-jet)의 A340기가 1년 뒤에 나온 뿌리가 같은 동생뻘인 A330에 의해 생산이 중단된 것과 같은 이유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엔진이 두 개 뿐인 twin-jet 기종의 유지관리비가 quad-jet 기종에 비해 월등히 경제성에서 앞서기 때문 이다. 한편 엔진이 네 개인 A340 이나 B747에 비해 항속거리가 현저히 뒤떨어졌던 twin-jet 기종에 장착되는 엔진의 성능이 좋아져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게 된 것도 비수기에는 승객을 채우기 버거운 대형기종 보다 A330, B777 기가 적당한 것 같다.

 

강력하고 신뢰 높은 엔진의 등장  . . . . . . . quad-jet 기종의 몰락 

무엇보다도 twin-jet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twin-jet에 장착된 엔진의 성능이 크게 발달되었기 때문 이다. twin-jet 기종은 항로를 설정할 때 엔진이 하나 고장 나도 나머지 엔진으로 주변의 공항까지 비행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정하는 ETOPS 규정이 있다.  즉 ETOPS120 인증을 받은 엔진을 장착한 기체는 항로를 결정할 때 120분 이내에 가까운 공항이 있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자동차로 여행할 때 주유소가 적당한 거리에 있는 도로를 따라 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높은 출력을 가진 엔진이 개발되고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ETOPS330 까지 인증을 받는 엔진이 등장하여 twin-jet 기종이 quad-jet 기종과 비교하여 항로결정에 불리한 환경이 사라진 것도 twin-jet의 성장과 quad-jet의 몰락을 가져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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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jet (왼쪽) 기종과 quad-jet (오른쪽) 기종의 대비. 같은 회사의 기종이면서도 왼쪽 기종이 오른쪽 기종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quad-jet 기종이 twinjet 기종에 밀리는 것은 경쟁사의 기종이 아닌 같은 회사의 기종이라는 점이다.  먼저 설명하였듯이 보잉 B747의 시장이 줄어든 것은 A380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 B777 기종의 급성장 때문이었고 에어버스의 quad-jet 기종인 A340기가 생산을 일찌기 중단하게 된 것도  같은 회사의 동생 뻘 되는 기종인 A330이 인기를 끌게 되었기 때문 이다.

에어버스사가 A380의 생산을 중단하게 된 배경에도 콴타스항공이 A380 주문을 취소한데 이어 A380 최대고객인 에미레이트항공도 먼저 주문한 A380의 일부 주문을 취소하고 A350으로 대체하게 된 결정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A340의 몰락은 뿌리가 같은 A330의 성공에 묻혀 넘어갈 수 있었지만ㅍ천문학적인 개발비가 투입되었된 A380기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전에 생산을 중단하게 되어 그 타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현재 보잉사의 대형기종은 B747-400의 최신형 모델인 B747-8 I도 주문이 급감하여 생산이 중단 될 기로에 있지만 어차피 B747-8I의 뿌리는 보잉의 성공작인 B747에 있고 보잉이 차세대첨단기종으로 개발한 Dreamliner B787을 개발하면서 채택된 신기술을 B747-400기에 적용시킨 것으로 큰 개발비가 들지 않아 A380의 생산중단과 같은 타격은 없다고 한다.

 

중고시장에서도 외면 받는 A380 

항공기의 수명은 25~30년 이상 되기 때문에 생산된지 12년 째 접어든 A380기는 아직 기체의 노후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A380을 세계최초로 도입한 싱가폴항공은 2007년 부터 2008년 상반기에 도입한 다섯 대의 A380기를 2007년 부터 퇴역시켰다.  싱가폴항공이 전에는 B747, B777 기종을 15~20년 정도 사용했는데 A380기를 10년 만에 퇴역시킨 것은 아마 리스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싱가폴항공에서 퇴역한 다섯 대의 A380기 중에서 한 대(9V-SKB)의 A380기가 말타의 전세기항공사 Hi Fly Malta에 리스로 팔려간 외에 나머지 네 대는 아직도 임자를 찾지 못해 프랑스의 한 공항에 방치된지 1년이 넘고 있다고 한다.  A380기가 중고기 시장에서도 인기가 없을 것 같다는 전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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