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매케인

북한의 김정은이 상식을 뛰어 넘어 무려 65시간 걸리는 기차여행 끝에 베트남을 찾게 되었다. 역시 비정상 정상임을 과시하는 행보인것 같다. 오늘 TV 뉴스를 보니 김정은 일행의 숙소가 Melia 호텔 이다. 멜리아호텔은 하노이 시내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키엠 호수에서 아주 가까운 곳으로 나도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몇 번 찾았던 호텔 이다.

김정은이 하노이를 방문하면서 투숙할 호텔이 여러 후보가 올랐지만 사실 김정은이 선택할 폭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원래 초특급 호텔들은 미국계열의 호텔이 많은데 이런 호텔들을 제외하자니 스페인 계열인 Melia 호텔을 선택한 것 같다. 멜리아호텔은 그 자체는 훌륭하지만 도심에 있고 주변의 녹지나 환경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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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아루 교도소, 베트남전쟁 때 포로수용소로 사용되었다.

 

김정은이 묵고 있는 멜리아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조금 특이한 또 하나의 ‘호텔’이 있다. 이곳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세워진 교도소로 베트남 전쟁 때는 미군 포로수용소로도 이용되었던 곳 이다. 베트남전쟁 때 포로로 잡힌 미군들은 자신들이 갇힌 이 포로수용소를 호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명칭을 따서 ‘하노이 힐튼’이라 불렀다고 한다. 수용소 시설이 호텔과 같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은 새삼 말 할 필요가 없다.

‘하노이 힐튼’에 수용되었던 포로 중 가장 유명한 인사는 작년에 돌아가신 미국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들 수 있다. 해군 조종사였던 죤 매케인은 베트남전쟁 때 하노이 공습작전 중 월맹군의 미사일에 맞아 추락하였으나 낙하산으로 탈출하여 의식을 잃은채 호수에 빠졌고 하노이 주민들의 도움으로 살아 날 수 있었다. 죤 매케인은 포로시절 당한 고문을 이겨 내고 1973년 파리평화협정에 의해 석방되어 귀국 후 전쟁영웅으로 존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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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힐튼의 전시물, 포로로 잡힌 미군 조종사의 복장

잊혀져 가고 있었던 ‘하노이 힐튼’이 미국에서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죤 맥케인 전 상원의원이 2008년 미국대통령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전쟁 영웅’으로 존경 받던 그의 포로생활에 대해 매케인이 포로생활을 했을 당시 근무했던 월맹정부의 간수가 매케인은 알려진 것과 달리 고문 같은 것은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가십 기사가 소개되었을 때 이다.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가서 살고 있는 월맹정부 간수의 회상에 의하면 미군 포로 매케인은 자신한테 영어도 가르쳐주기도 하였으며 당시 미군들이 수용된 전쟁포로수용소는 열악한 환경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미군 포로들이 수용되었던 포로수용소는 하노이 힐튼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간수는 매케인이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 포로수용소에서의 고문당했다고 거짓말 했을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그의 보수적이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를 거론하면서 자신도 매케인을 지지한다고 했으니 병 주고 약 준 셈이라고 할까 ! 그러나 죤매케인은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오기 35년 전 부터 석방될 때 이미 고문에 의한 후유증으로 약간의 신체적인 장애가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그 월맹출신 이민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 유권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죤 매케인의 ‘전쟁 영웅’ 칭호를 조롱했던 또 한 명의 유명 인사가 있다. 그는 매케인과 같은 공화당 출신이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매케인은 영웅이 아니며 포로로 지냈기 때문에 영웅대접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깎아 내렸다. 특히 고문후유증으로 겪고 있는 신체적인 부자유한 행동을 흉내 내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다름 아닌 오늘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를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 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매케인이 서거하지 백악관 비서들이 마련한 ‘전쟁 영웅’에 대한 추모 논평을 퇴짜 놓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매케인의 장례식에 정파를 떠나 모든 역대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는 장례식에 초청을 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어쨋거나 트럼프가 하노이를 방문했으니 회담장에서 멀지 않은 ‘하노이 힐튼’도 한 번 방문하여 베트남 전쟁때 포로로 잡힌 미군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냈는지 한 번쯤 둘러 보고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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