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경유지인 샹하이에 들렀다. 방콕에서 출발한 귀국편이 오전 7시40분에 샹하이에 도착했는데 인천행 연결편을 일부러 마지막 항공편인 17시30분항공편을 선택하였다. 이런 경우 중국비자가 없어도 입국이 가능하다.
샹하이는 2001년과 2005년 두 차례 다녀 온 적이 있지만 2001년 북한의 김정일이 샹하이를 찾았을 때 ‘천지개벽’ 이라고 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그동안 변화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여 잠시 시내에 들어갔다 왔다.
샹하이공항열차 Shanghai Maglev . . . . . . 세계신기록 3개 보유
샹하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는 푸동공항에서 샹하이 신기가지인 푸동 롱양역까지 이어주는 푸동공항열차 이다. 푸동공항열차는 독일이 개발한 Transrapid 라고 불리는 초고속열차로 자기부상방식 Maglev 이다. Shanghai Transrapid는 현재 상용화된 유일한 자기부상열차라서 그런지 샹하이에서는 Maglev라는 일반 명칭을 고유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세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최고기록이 431km/h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기록과 세계 최초, 세계에서 유일한 자기부상열차 Maglev 이다. 지금은 일본의 아이치현과 인천공항에도 자기부상열차가 있지만 도시 간을 이동하는 본격적인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단거리 지역 내의 노선으로 완전히 상용화 된 노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세계최고속도는 몇 년 안에 등장할 일본의 자기부상형의 새로운 신칸센(최고시속 603km/h)에 의해 깨지게 될 예정이지만 현재 시속 431km/h만 해도 놀라운 속도다.
샹하이 Transrapid는 총 길이 30.5km의 구간을 세계최고시속인 시속 431km로 7분15초 만에 달린다. 출발한지 단 36초 만에 시속 100km/h를 기록하고 1분 만에 150km/h를 돌파한다. 자기부상열차가 최고속도인 431km/h에 도달한 것은 3분30초 후, 열차는 약 10여초 정도 최고속도를 즐기다가 곧 감속에 들어가 정확히 7분15초 만에 도착지에 논스톱으로 도착한다.
지금은 중국의 초고속열차기술이 상당하다고 알려졌지만 2003년 세워진 샹하이공항 Maglev는 사실 독일의 기술로 세워졌다. 우리나라가 초고속열차를 도입할 때 일본의 신칸센,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가 입찰에 나서 3파전이 벌어졌었다. 당시 신칸센과 TGV는 기존의 바퀴식 이었고 독일은 자기부상열차 ICE로 입찰을 준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초고속열차를 신기술인 자기부상열차가 아닌 바퀴식으로 결정하면서 합작선이 프랑스의 TGV가 선택되었다. 독일의 자기부상형 ICE는 독일에서조차 상용화되지 않아 우리나라에 세워지면 세계최초의 자기부상열차라는 타이틀을 갖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데 안전성 등이 불확실하다는 걸림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은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단점을 깨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자기부상열차를 중국과 합작이란 명분으로 샹하이 푸동공항에서 완성하게 되었다. 독일은 Shanghai Transrapid를 기반으로 베이징-샹하이 등 중국의 초고속열차건설에 자기부상열차로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독일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자체 기술로 기존의 바퀴방식의 초고속열차를 개발하여 Shanghai Transrapid가 생긴지 15년이 지나도 세계유일의 자기부상열차로 남아 있게 되었다.
내가 처음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한 것은 2005년 두 번째로 샹하이를 방문할 때다. 그때 샹하이의 한 블로거가 촬영한 사진에는 날아가는 새와 충돌한 혈흔이 열차의 조종석 유리창 아래에 나타난 것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때 당시 운행시간을 보면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Maglev의 운행시간이 일출 전과 일몰 후에는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가 혹시 시야가 어두운 야간운행에는 안전문제 때문에 운행을 피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지만 이번에 찾았을 때는 운행시간이 오전 6시45분부터 오후 9시40분 까지로 조금 연장되었지만 시간대에 따라 이른 아침과 한 낮시간, 늦은 오후 시간에는 최고시속이 300km/h으로 감속하여 운행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한편 Shanghai Transrapid의 제조국인 독일에서는 뮌헨공항에 건설중이던 Maglev 방식인 Transrapid 계획을 몇 년 전에 포기했다. 상당한 공정이 진행된 후라 완공을 앞두고 중단한 이유가 궁금했지만 공사비가 초과했다는 얘기 밖엔 들리지 않고 있으며 공사가 진행될 수록 재정압박이 커질 수 박에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객실 인테리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 세계최초의 자기부상열차라는 화려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객실 내부의 인테리어는 실망이다. 물론 7~8분 탑승시간을 위해 럭셔리한 실내공간은 의미가 없겠지만 좌석 등 내장재의 마감이 싸구려라는 인상을 준다. 좌석도 3+3 배열로 고정식 이다. 요금이 두 배인 VIP좌석은 2+2 배열이다. 샹하이공항 Maglev는 독일 지멘스사가 개발한 것으로 외형은 ICE와 비슷하지만 객실 내부 인테리어가 TGV나 신칸센에 비해 고급스런 독일 ICE의 인상과는 전혀 다르다.
Shanghai maglev . . . . . . 단거리 노선이라 실용성에는 의문
샹하이공항 Maglev의 요금은 편도 50위안(약8500원), 왕복 80위안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이번에 승객들을 비교해 보면 14년 전과 비교해서 더 혼잡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다 한 번은 세계최고속도를 자랑하는 Maglev를 타보고 싶은 생각에 비싸다고 해도 지갑을 열어봐야 할 정도로 비싼 정도는 아니라서 탈만 하지만, 실제 이동하는 목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인 것 같다.
실제 샹하이의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인민광장에서 푸동공항 까지는 전철이 약 1시간 걸리며 요금은 7위안(1200원) 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Maglev를 이용하려면 롱양역 2호선역 까지 이동해야하고 롱양역에서 Maglev가 15분~20분 간격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크게 절약되지는 않는다. Maglev가 운행하는 구간만 따지면 전철2호선은 요금 6위안(1000원), 시간은 약45분 걸리고 Maglev는 50위안(8500원)에 7~8분 걸리지만 시내에서 지하철로 롱양역까지 와서 환승할 때 바로 옆에 역사가 붙어 있어도 이동시간이 약 5분, Maglev 운행시간 간격 15~20분을 감안한다면, 단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라면 Maglev로 환승하는 것이 크게 시간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짐이 많은 경우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안하면 메리트가 없는 편이다.
승차감은 워낙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흔들림이 많아서 노약자가 주행 중에 객실을 오가기는 불편한 듯 했다. 내가 속도계에 나타는 주행속도를 촬영하기 위해 일어설 때도 한 손은 좌석을 붙잡고 의지해야 할 정도다.
어렵게 균형을 잡아 맨 앞차량의 조종석으로 가보니 조종석 내부는 의외로 간단하다. 웬만한 고급승용차도 멋진 계기판이 대쉬보드를 장식하고 있는데 수 백명을 태우고 시속 430km로 달리는 첨단열차의 조종석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31km의 노선에 2대가 번갈아 움직이는 것 같은데 조종석 내부의 벽에는 Train 2 라고 인쇄를 한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이 첨단고속열차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Maglev의 속도는 기차 내부에서가 아니라 기차 밖에서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공항버스로 이동하는데 공항에 어느 정도 가까워 오자 고속도로 옆으로 자기부상열차의 선로가 보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초고속열차를 보고 지나가는 초고속열차를 촬영하려고 카메라를 집어든 순식간 이미 기차는 지나고 있다. 그곳은 공항에 가까워 최대시속에서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달렸을 텐데 눈 깜짝할 사이였다. Maglev의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말 총알처럼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