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전용기의 임차기간이 다가오면서 새로운 대통령전용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정권과 대한항공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과 임차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절차가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아시아나항공이 대통령전용기를 임차해 줄 마땅한 기재가 있을지 살펴보고 이런 전망이 나왔는지 의문이다.
1960년대 까지는 . . . . . 대통령 해외순방 때 외국항공사를 이용 .
우리나라에 장거리 제트여객기가 없던 시절에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외국항공사 전세기를 이용하거나 외국항공사의 정기 운항편의 일등석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 흑백 TV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는 Lufthansa, 호주를 방문할 때는 미국 Northwest 기를 타고 다녀 온 것을 중계방송으로 본 기억이 난다. 기록으로 확인하면 Lufthansa 항공편은 도쿄-프랑크푸르트 노선 정기항공편을 김포를 경유하도록 변경하여 일등석을 이용하였고, 호주방문 때는 전세기라고 한다.
대한항공이 대륙간 노선을 비행할 수 있는 제트여객기를 도입한 후에는 대통령의 외국순방 때는 대한항공기를 임시로 객실을 개조하여 사용했다. 그 후 아시아나항공이 생기면서 김대중 정권 부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번갈아 임대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통령전용기처럼 외국 순방기간 동안 항공사에서 빌리지 않고 장기임차를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년 부터다.
대통령전용기 . . . . . . 항공사 선택 보다 적합한 기종선택이 우선
대통령전용기를 어디서 임차계약을 하건 항공사의 선택 보다 중요한 것은 기종의 선택이 되어야할 것 같다. 어느 항공사의 기재를 임차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다음에 결정할 사항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움직임은 기종의 선택 보다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항공사가 어디 인가에 촛점이 맞춰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전용기마저 코드선택이 되어서는 안 될 말이다. 뭣이 중한디 . . . . . .
대통령전용기 . . . 공군1호기 10001 보잉 B747-400
현재 대통령전용기의 기종은 보잉 B747-4B5 이다. 뒷 부분 두자리 -B5는 보잉사 기종의 대한항공 고유코드 이다. 즉 대한항공의 주문으로 제작한 B747-400기란 뜻이다.
B747-400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 퇴역대상에 있는 기재다. 대한항공이 2010년 대통령전용기계약을 맺은 때 제공한 기재는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B747-400기 중에서 가장 기령이 짧은 2001년에 도입한 HL7465기로 당시 9년 되었으니 현재 기령이 18년 된다. 지금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B747-400기는 1994년 도입한 것과 1999년 도입한 것 두 대다. 그나마 1999년에 도입한 것은 리스로 도입한 것이다.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B747-400기를 대통령전용기로 임차한다면 국토부가 20년이 넘은 노후기종을 특별관리하겠다는 마당에 정부 스스로 규정한 노후기를 선택한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전용기 . . . . . . 큰 기종으로 바꾸자 ?
일각에서는 B747-400기가 대통령과 수행원, 기자들을 태우고 다니기에는 공간이 좁다며 대형기종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B747-400보다 큰 기종은 B747-8과 A380 뿐이다. 그러나 초대형점보기 A380을 국가원수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국가체면 때문에 새로운 Air Force One으로 유럽 기종인 A380을 외면하고 미국 보잉사의 B747-8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에어버스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대통령전용기도 에어버스의 A340를 사용하고 있다. A340은 외형과 객실 인테리어가 A330과 거의 똑 같으며 에어버스가 장거리 노선용으로 개발한 엔진이 4개라는 것만 다르다. A340은 항공사진매니아들한테 인기가 높은 기종이지만 항공사에서는 인기가 없는 기종 이다. 원래 에어버스는 장거리 기종으로 A340을 먼저 내 놓고 1년 뒤 중거리 용으로 엔진이 두 개인 A330을 개발했지만 경제성이 높은 A330의 인기에 눌려 A340은 기를 펴지도 못한채 조기 단종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런데 과연 프랑스와 독일이 우리 나라 보다 국력이나 외교력이 뒤떨어져 보잉 B747-400기 보다 훨씬 작은 A340을 선택했을까 ?
설사 정부가 대통령전용기로 A380을 선택해도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보유한 기종에는 고려할 만한 차이가 있다. 대한항공이 10대 보유하고 있는 A380의 세부기종 명칭은 A380-861으로 엔진이 자체 정비가 가능한 Engine Alliance사의 GP7270 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6대의 A380-841은 엔진이 영국계의 Rolls Royce Trent 970으로 Rolls Royce 엔진은 엔진회사에서 지정한 곳에서만 정비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가원수가 사용하는 전용기의 엔진관리를 외부에 맡겨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B747-8 . . . . . . 중국 시진핑주석의 새 전용기
현재 대통령전용기를 더 큰 기종을 바꾼다면 A380 외에 B747-400의 신형인 B747-8이 떠오른다. B747-8은 보잉사가 차세대첨단기종인 B787을 개발하면서 채택한 신기술을 B747-400기에 접목시킨 것으로 동체 길이가 B747-400 보다 약 6m 길다. 이 기종은 미국의 차기 Air Force One으로 결정되었고 중국의 시진핑주석도 2016년 부터 B747-8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싱가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이 Air China 소속 B747-400기를 타고 오자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이 김정은한테 국가원수전용기를 내 주었다고 호들갑 떨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대통령전용기를 장기임차하기 전 처럼 국가원수의 해외순방 때는 Air China가 보유한 B747-400기 (기체번호 B-2447)를 차출하여 객실 일부를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김정은이 이용했던 B747-400도 그중 대상의 하나였을 뿐으로 김정은이 타고 왔던 Air China B-2447 기는 지금은 중국 국내선에 정기운항 중이다. 중국은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Air China가 2014년에 도입한 B747-8기 (기체번호 B-2479)를 반 년 만에 차출하여 독일 함부르그로 보내 객실개조작업을 마치고 2016년 부터 시진핑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지만 소속과 기체번호는 여전히 Air China B-2479를 사용하고 있다.
B747-8의 외형은 B747-400과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날개 끝이 꺾어진 wingtip 구조가 아니라 B787과 같이 날개 끝이 휘어진 raked wingtip 이며 엔진덮개가 B787과 같이 뒷면이 톱니모양(chevron)으로 되어 있어 쉽게 구분된다.
* B747-400(아래)과 B747-8(위)의 날개 끝 모습과 엔진덮개 뒷면의 차이.
그런데 정부가 대통령전용기로 B747-8을 선택한다면 이 기종은 대한항공만 10대 보유하고 있을 뿐, 아시아나항공은 없어 대한항공에서 빌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현 B747-400기 보다 큰 기종을 원한다면 대한항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Twin-jet 쌍발엔진 기종은 ? . . . . . . B777 & A330
한편 점차 퇴역하는 점보기 대신 B777, A330등 트윈제트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에는 안전을 최우선이기 때문에 국가원수전용기는 엔진이 4개인 기종을 선호했지만 엔진의 출력이 높아지고 신뢰성도 높아져 전세계의 주요항공사들이 연료소비가 많은 4발엔진인 B747-400과 A340기 대신에 경제성이 크게 앞서는 B777과 A330 등 트윈제트기종으로 대체하고 있다. 초대형점보기인 A380이 판매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하게 된 이유도 항공사들로부터 경제성이 떨어져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일본이 금년에 정부전용기 B747-400 두 대를 twin-jet 기종인 B777-300ER로 두 대로 대체하였다. 일본의 정부전용기는 일본 국왕이나 수상 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민수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국가원수급 인사가 이용하는 전용기를 twin-jet 기종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게 된다.
그렇다해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B777기는 B777 중에서 작은 B777-200ER 뿐이다. B777-200ER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B777-300ER에 비해 항속거리도 짧지만 크기도 훨씬 작다. B777-300ER기종은 항속거리도 B747-400에 크게 뒤지지 않아 많은 항공사들이 장거리 노선에 B747-400 대신 B777-300ER 기종을 취항시키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장거리 노선 중의 하나인 인천-워싱턴 노선에도 B777-300ER 기종이 논스톱으로 운항하고 있다.
현재 B777 보유대수는 대한항공이 B777기를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B777-200ER 14대, B777-300ER 24대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B777-200ER 9대 뿐으로 임차해줄만한 여유가 없다.
Airbus A330의 경우는 . . . . . .
A330의 경우는 B777에 비해 국가원수전용기로 더 제약이 많다. A330 기종 중에서 길이가 긴 A330-300은 길이는 B777-200과 같지만 동체폭이 B777에 비해 좌석 하나 차이로 훨씬 좁다. 더 큰 문제는 항속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이 기종으로는 미국 동부도시 까지 논스톱운항이 불가능 하다. A330-200은 항속거리가 멀지만 크기는 A330-300 보다 5m 정도 짧아 같은 twin-jet 기종이라도 B777-300ER 보다 무려 15m나 작은 기종 이다. 대한항공은 A330-200기가 8대, A330-300은 21대 등 모두 29대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A330-300만 15대 보유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보유기는 모두 리스로 빌려온 것이라 외부로 임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저런 사정을 둘러 보면 대통령전용기를 선택할 때 아무리 대한항공이 밉다고 아시아나항공에서 원하는 기재를 찾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하긴 대한항공도 조양호 회장이 정권의 무리한 검찰 수사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정부와 대통령전용기 임차계약을 연장하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겉으로는 그동안 대한항공이 물의를 일으켜 자숙하는 의미로 임차계약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고 스스로 물러서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