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 of Thailand의 체험 . . . 방콕왕립교향악단

지난 주 방콕에 미팅이 있어 왔다가 체류기간 중에 마침 방콕왕립교향악단 Royal Bangkok Symphony Orchestra 연주회가 있어 다녀왔다. 방콕오케스트라의 연주수준도 궁금했고 연주곡도 스메타나의 몰다우, 쇼팽피아노협주곡2번,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등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었지만 상업적으로 흔히 쓰는 Royal의 의미를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날 티켓은 가장 비싼 좌석이 1500바트. 그런데 태국에도 경노우대가 있으며 외국인도 적용되어 좋은 좌석을 750바트(약3만원)에 예약했다. 태국인의 평균수명이 우리 보다 짧은 탓인지 경노우대기준이 60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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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회 포스터. 60세 이상  50% 할인 문구에 눈이 끝렸다.

 

이날은 단순히 방콕왕립방콕교향악(RBSO)단의 신년 연주회가 아니라 태국 왕실의 공주인 HRH Sirivannavari의 33세 생일을 축하하는 연주회였다.  프로그램에 실려진 내용으로는  HRH Sirivannavari는 RBSO를 포함하는 예술문화재단의 후원자를 맡고 있는 것 같다.  연주회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빨간 카페트가 깔렸고 청중들 중에 정복을 입은 태국군부, 경찰, 정부 관료들과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외교관부부도 많이 참석했고 완장을 두른 기자들이 열심히 청중들 중의 인사들을 촬영하는것을 보면 대단한 지위에 있는 명사들이란 것을 알 수 있지만. 나와 같은 순수한 음악애호가들도 많아서 위안이 되었다. 오늘 프로그램 책자는 30바트. 원래 음악회에서 잠깐 보고 버리는 프로그램 책자 값이 아까워 사지 않는데 여기서는 자판기 커피값 정도로 싸면서도 인터미션 시간에 음료수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도 제공된다고 하여 하나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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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SO 연주가 시작되기 전의 연주장 주변의 모습.  공주가 타고 온 벤츠가 빨간 카페트가 깔린 계단 밑에 대기하고 있다.

 

장내가 정리되자 갑자기 모든 청중이 기립하고 웅장한 연주곡이 시작되면서 태국 공주가 입장한다. 태국 국가 연주는 다음이다. 지휘자도 무대에 등장할 때 마다 2층 로얄박스에 앉은 공주한테 정중한 인사를 보내 예의를 지켰고 이날 협연한 프랑스의 여류피아니스트도 무대에 나와 청중들한테 인사하기 전에 공주를 향해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건낸다. 인터미션 때 공주일행이 좌석을 뜰 때와 재입장할 때도 왕실찬가로 느껴지는 곡이 연주되면서 오케스트라단원도 서서 연주를 하며 모든 청중은 기립하여 공주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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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가 끝나고 인사하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

 

이날 연주는 내 시선은 프랑스 피아니스트의 협연자 보다는 왕립방콕오케스트라의 단원들한테 쏠렸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도 좋았지만 단원들의 연주하는 표정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연주가 모두 끝나고 공주를 비롯한 VIP들이 퇴장한 다음에도 단원들은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끼리 끼리 어울려 셀피를 찍느라 바쁘다. 이번 연주회가 태국 공주의 생일을 축하하는 연주회이기도 하지만 금년에 처음 열리는 연주회라 그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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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가 끝나고 공주일행이 완전히 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대 위에서 환담을 나누며 기념사진을 찍는 단원들.

 

이날 연주회는 왕실가족이 참석한 자리라 시작과 함께 끝마무리도 범상치 않다.  연주가 끝난 다음이 공주는 왕실근위대로 짐작되는 하얀정복을 입은 간부를 무대로 보내 축하 꽃다발을 협연자, 지휘자, 악장한테 까지 전하고 퇴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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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왕립교향악단 연주회가 끝난 후 공주를 대신한 정복을 입은 관리들이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공주일행이 나간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청중들이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사실 이날은 호텔예약이 태국의 휴양지인 파타야여서 서둘러 마지막 버스를 타고 내려 가야해서 연주회가 끝나자 마자 나가야 했었다. 상황을 보니 왕실가족이 완전히 연주회장을 벗어날 때 까지 일반 청중은 대기해야 하는 것 같다.  순간 과잉 충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났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른디나 이곳에 와서 내 주장을 펼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거의 20분 정도가 지나 공주 일행이 연주장을 완전히 빠져 나가고서야 객석의 문이 열렸지만 결국 마지막 버스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방콕에서 파타야 까지는 택시로 1500바트(약 60,000원).  평범한 방콕의 비즈니스급 호텔요금이 800바트 정도.  결국 경노우대로 할인 받은 요금은 호텔비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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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일행이 2층 로얄박스에서 나갈 때 기립해서 배웅하는 청중들(좌)과 객석문이 열릴 때 까지 서로 환담을 나누며 기다리는 청중들 .

 

오늘 연주회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수 있었다는 만족감 보다는 새삼 태국이 왕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직접 지켜보고 체험하는데 큰 의미가 있던 날이었다. 여행은 체험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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