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전용기로 왜 대한항공 B747-8기종을 선택했나 ?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전용기로 대한항공에서 임차하는 B747-8I 기종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작년에 대통령전용기의 새로운 계약을 앞 두고 있을 때만 해도 현정부와 관련업계의 분위기로 보아 새로운 대통령전용기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할 것이라는 추측이 정치권에서 나왔지만 현실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설사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추태로 인해 대한항공이 사회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태가 최악이라 앞날이 불투명한 것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보유기 현황을 보면 대통령전용기로 마땅한 기재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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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대통령전용기로 선정된 기종인 대한항공 B747-8. 인천공항에서 촬영

 

우리나라 대통령전용기 입찰 조건 . . . . . . 현재 세계 최상급 

우리나라 정부가 대통령전용기의 입찰 조건으로  엔진  4개(quadjet)인 기종, 기령 5년 미만, 항속거리 7000마일 이상, 탑승인원 210명 이상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B747-400 보다는 크고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국가원수전용기의 조건으로는 세계최상급으로 여기에 맞는 기종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보잉사의 B747-8기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보유한 에어버스사의 A380기 두 기종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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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통령전용기 공군1호기 10001, B747-400, 2019년 3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촬영.

 

상용여객기의 인기도와 반대 되는 조건  

우리 나라 정부는 대통령전용기의 조건으로 quadjet 기종을 요구했지만, 엔진이 4개인 quadjet은 엔진이 2개인 twinjet 기종에 비해 경제성에서 크게 뒤져 B747-8 이나 A380은 일반 항공사들로 부터는 인기가 없어 외면 받고 있는 기종 이다. A380은 2007년 화려하게 전세계의 시선을 끝며 등장했지만 불과 10년 지나지 않아 주문량이 급감하며 오히려 대규모 주문취소사태를 맞아 결국 에어버스는 작년에 251대의 주문을 끝으로 단종을 선언하였다. B747-8기도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후 8년 동안 153대가 생산 되었지만 그중 여객기는 47대 뿐으로 루프트한자항공, 에어차이나, 대한항공 세 항공사만 취항시키고 있다.

A380과 B747-8의 실패는  모두 경쟁사의 기종과 경쟁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초대형기종의 수요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 특징인데, 세계최대항공시장인 미국의 대형항공사들은 초대형기종인 A380과 B747-8을 단 한 대도 계약하지 않고 있을 정도다.

물론 경제성이 중요시 되는 상용여객기와 달리 군용이나 대통령전용기의 경우 우수한 성능과 안전도가 경제성 보다 중요한 것을 이해한다 해도 엔진의 성능과 신뢰도가 크게 상승하여 twinjet 기종에 대한 안전도 평가가 예전같지 않고 많은 국가들이 국가원수전용기종으로 twinjet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quadjet를 고집한 것은 다소 아쉬운 면도 있다.

 

초대형여객기 에어버스 A380이 탈락한 이유는 ?  

실제 언론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전용기입찰에 대한항공은 B747-8I, 아시아나항공은 A380으로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정부가 제시한 예산을 맞추지 못해 중도에 입찰을 포기하여 대한항공 단독입찰로 B747-8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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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은 Engine Alliance 엔진이 장착된 A380-861, 아시아나항공은 Rolls Royce 엔진이 장착된 A380-841 이다. 

 

A380 . . . . . . 너무 커서 안되 !

그러나 대통령전용기로 A380이 부적합했던 이유는 가격 때문 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우선 너무 커도 문제다. A380은 B747 점보기 위에 A330을 올려 놓은 것과 같은 수용능력이 있어 미국도 한 때는 대통령전용기로 A380을 후보기종에 올려 놓았었다. A380은 B747-8에 비해 탑승 정원은 훨씬 크지만 날개 폭(+15m)이 너무 커서 A380 기종이 이착륙을 하지 못하는 공항이 의외로 많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만 가능 것이 아니라 서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등에는 지 않은 나라가 수도의 관문공항이라도 A380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공항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순방지역을 선정하는데 전용기의 이착륙 가능여부가 걸림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A380 이라서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 !

또 하나 아시아나항공의 A380-841의 단점으로는 엔진 문제를 들 수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A380 기재들은 세부모델명칭이 미국계열의 Engine Alliance 엔진을 장착한 A380-861 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A380기는 영국의 Rolls-Royce 엔진이 장착된 A380-841 이다.  대한항공은 자사가 보유한 A380기의 엔진을 자체 정비 시설로 정기점검이 가능하지만 Rolls-Royce 엔진은 Rolls-Royce사가 지정한 곳에서만 정비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A380이 대통령전용기로 선택 된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전용기의 엔진점검을 외국정비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미워도 다시 한 번 . . . . . . 대한항공 B747-8I

이번 대통령전용기 요구조건이 twinjet 과 기령 10년 정도까지 포함시켜도 아시아나항공에는 마땅한 기재는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B767은 관동체 중에서는 가장 작고 기령이 22~25년이 넘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B777 기종은 작은 B777-200 뿐으로 B777-200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B747-400 보다 훨씬 작은 기종 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B777-300ER은 B747-400 보다 약간 작다.  그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버스 A330과 A350은 모두 리스로 빌려온 것이다. 그중 가장 최신기종인 A350은 엔진이 모두 Rolls Royce 뿐이라 국내에서 엔진점검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싫든 좋든 대한항공의 기재를 임차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은 정부가 요구한 조건에 맞는 B747-8기종으로 응찰했지만 twinjet 기종으로 전세계항공사에서 대형기로는 가장 인기가 높은 B777-300ER과 차세대첨단기종인 B787 Dreamliner을 보유하고 있다.

 

B747-400과 신형 B747-8I의 차이점은 ? 

B747-8I는 50년 이어진 점보기의 마지막 세대였던 B747-400에 차세대첨단기종인 B787 Dreamliner를 개발하면서 채택된 신기술을 접목시킨 기종이다. B747-8도 A380과 함께 항공기 크기를 구분한 최대등급인 F 등급에 속해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제한되지만, B747-8은 구형인 B747-400 보다 동체 길이가 5.8m, 날개 폭은 4.1m 커서 A380에 비해서는 공항규제를 덜 받는 기종 이다. 항속거리도 B747-8이 구형 B747-400 보다 1500km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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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B747-400 날개 끝이 꺾여졌다. wingtip (우) B747-8I 엔진덮개가 톱니 모양이고 날개 끝이 부드럽게 휜 모양이다.

그 외에 B747-8과 B747-400의 외형의 차이는 엔진덮개와 날개 끝의 구조에 있다. B747-8의  엔진 덮개는 B787 엔진처럼 뒤쪽 끝이 톱니 모양(chevron) 인데 엔진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날개 끝은 B747-400이 각을 지고 위로 꺾여진 모습이지만 B747-8은 B787 처럼 날개 끝 부분이 약간 후상방으로 휘어진 raked wingtip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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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잉 구형 B747-400 (위) 와 신형 B747-8 (아래) 의 비교.

 

B747-8를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는 나라는 ? 

현재 중동의 오일부국을 제외하면 B747-8을 국가원수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뿐 이다. 중국은 예전에는 별도의 전용기 없이 국영항공사인 Air China의 B747-400기를 필요할 때 차출하여 객실을 개조하여 사용하여왔는데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국가원수전용기를 마련하였다. 2년 전 싱가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이용한 Air China도 중국 고위층이 사용하던 B747-400기 중의 하나일 뿐 시진핑이 자신의 전용기를 내 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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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부터 사용하고 있는 Air China 소속의 중국 국가원수전용기 B747-8 기종. 베이징수두공항에서 촬영

중국은 Air China가 2014년12월에 도입한 보잉 B747-8기(B-2479)를 2015년 차출하여 2016년 부터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체와 관련된 자료에 출고될 때는 ‘F12/C54/W66/Y233’ 4 class 좌석을 갖춘 것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처음부터 시진핑 전용기로 도입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은 B747-400기 두 대를 1992년 부터 국가원수전용기로 사용해왔지만 2018년에 twinjet 기종인 B777-300ER 두 대로 교체하였다.

미국도 1990년 부터 사용해오던 Air Force One을 대체하기 위해 B747-8기 두 대를 계약하여 2014년 취항할 예정 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우리 나라는 중국, 미국과 함께 대통령전용기에 관해서는 G3에 오르게 되는 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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