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때문에 지루한 나날을 영화 감상으로 보충하고 있다. 새로운 영화 보다는 추억의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긴다.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한귀절 한귀절 신경을 곤두세우며 봐야 하는 새 영화 보다는 대충 내용을 알고 있는 영화가 부담이 없기 때문 이다. 그중에서 음악이나 세계의 명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즐긴다.
어제는 ‘티벳에서의 7일’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2004년 티벳을 여행하기 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던 영화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4년 보았던 감흥이 덜 하다. 새로운 영화가 아니라 내용을 대강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았던 티벳의 분위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이다. 물론 Lhasa의 경우 시대적인 배경이 60년이 넘는 차이가 있지만 영화 속의 티벳의 자연은 내가 보았던 티벳과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도 영화 속에 나오는 집이나 사원, 사원 내부, 티베탄들의 의상 등은 세트였겠지만 고증이 충실한 편이었다.
달라이라마 배역 배우는 . . . . . . 부탄 출신의 배우
영화 속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의 연기야 내가 평할 바가 아닌 명배우지만, 개인적으로는 달라이라마로 나왔던 소년 (Jamyang Jamtsho Wangchuk)의 연기에 마음이 끌린다. 정말 해맑고 순수한 표정은 티벳인이 영적인 지도자로 모시는 달라이라마를 잘 연기한 것 같다. 이 영화가 현재 중국 정부와 적대적인 인물이라 그 배우의 국적도 궁금했는데 그는 부탄출신의 배우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8살 때의 달라이라마 역으로 나온 아역 배우는 그의 실제 동생 이다.
영화가 끝나고 달라이라마로 나왔던 소년 배우의 이름이 궁금해서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끝까지 보고 있는데 . . . . . . 역시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에서 촬영하였다고 한다. 당연히 이 영화는 중국의 자치령으로 중국의 영향력 안에 있는 티벳에서 촬영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란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티벳 망명정부와 중국의 적대적인관계
영화가 끝날 때의 상황에서 조금 지난 후 소년 달라이라마는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티벳 땅을 빠져나와 북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중국은 현재 티벳에 허수아비 달라이라마를 세워 배후를 조종하고 있다. 참고로 달라이 라마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티벳불교에서 영적인 지도자로 환생하는 라마(大師)를 의미한다. 달라이라마가 죽으면 후세 달라이 라마는 티벳 불교 성직자들이 환생한 아이를 찾아 새로 옹립된다. 티벳불교에서는 달라이라마 다음으로 환생하는 지도자 판첸라마가 있다. 티벳의 10대 판첸라마가 죽자 현 달라이라마가 새로운 판첸라마를 지명하였으나 중국정부는 새로 옹립된 판첸라마를 인정하지 않고 그의 신변을 빼돌리고, 중국 정부가 지정한 새로운 판첸라마가 옹립되었으나 실제 티벳사람들은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티벳과 달라이라마의 현실적인 고민 . . . . . .
2004년 내가 티벳을 방문할 때 티벳사람들이 외국인을 보면 달라이라마 사진을 달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티벳이 자치정부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에 있어서 달라이라마의 사진이나 서적을 지참할 수 없기 때문 이다. 그러나 달라이라마가 티벳을 떠난 지 50년가까이 되자 중국정부와 대립을 보였던 달라이라마가 중국정부와 타협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티벳사람들 사이에서 생겼다는 얘기가 들린다. 달라이라마가 죽기 전에 티벳 땅을 밟고 싶지만 중국과 타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환생하는 티벳의 영적인 지도자지만 인간적인 고뇌가 어쩔 수 없는것 같다.
중국은 2006년에 칭짱(靑藏)철도를 개통하여 한족의 대거 티벳이주를 유도하여 지금은 티벳 땅에 인구 비가 역전이 될 정도라고 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달라이라마는 티벳의 정치, 외교, 경제적인 면은 중국의 통치를 인정하되 문화, 종교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점차 후퇴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소수 민족의 문제까지 생각하면 중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가 들린다.
달라이라마 . . . . . . 중국 눈치 보는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 방문 못해
달라이라마와 중국 정부가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에서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달라이라마를 외면하여 빈축을 산 일도 있었다. 인도에서 티벳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라마가 2002년 몽골을 방문할 때 가장 수월한 연결항공편은 델리-인천(아시아나항공), 인천-울란바토르(대한항공, 몽골항공) 연결편 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사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우리 정부들의 눈치를 보느라 달라이라마의 탑승을 거부하였고 달라이라마는 인도항공으로 도쿄로 가서 도쿄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몽골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도쿄-울란바토로 몽공항공편이 인천공항을 경유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달라이라마 일행이 인천공항을 경유할 때, 비행기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내려 비난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이며 당시 우리 나라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 이었다. 똑같이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었지만 한 사람은 다른 수상자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스스로 자기가 받은 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티벳이 중국의 특별자치구로 중국의 지배에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티벳 땅에서 촬영할 수 없다는 현실이 오히려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가장 충실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티벳 ! . . . . . 다시 보고 싶지만, 유서를 작성할 생각 할 정도로 끔찍했던 고산병 증세를 생각하면 포기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