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방역속의 명연주 서울시향의 베토벤 합창교향곡

‘Seoul Philhamonic hyvä ! hyvä ! ‘

‘Super klasse ober toll !’

코로나 상황에서 거의 모든 연주회가 취소되었다. 지난 주말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향의 베토벤합창교향곡 연주를 일찌감치 예약은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향측에서 코로나 방역문제로 소규모 편성으로 연주한다는 것을 미리 공지했기 때문 이다. 그나마 12월 코로나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자 연주회는 취소되었고 오늘 비대면 online 중계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Youtube를 통하여 online 으로 연주를 들으면서 아쉬움은 점점 증폭되고 말았다. 소규모 편성으로 연주한다는 바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제 연주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기 때문 이다. 육안으로 소규모 편성이란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라 그 기쁨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SPO-Beeth9-11

무대의 오케스트라의 단원 배치는 평상시 보지 못한 모습이다.  롯데콘서트홀의 무대는 반원형으로 3~4 단계의 계단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번 공연은 계단을 없앴다.  아마 앞 뒤 간격을 충분히 띄우기 위한 조치인것 같다.  무대 바닥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선이 그어져 있는데 거리 두기 원칙을 따르기 위한 가이드였을까 ?  서울시향은 지난 7월에  Markus Stenz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6번 ‘전원’을 연주했는데 두 연주회의 무대를 보면 큰 차이가 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지난 7월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배치가 지휘자를 중심으로 반 원으로 계단식으로 4줄 이지만 이번 코로나 대유행에 online으로 연주할 때는 앞 뒤 간격을 충분히 거리를 두기 위해 무대 계단을 모두 낮추고 지휘자 중심 3줄로 배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규모도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지난 7월에 연주한 6번 전원교향곡 보다 훨씬 더 큰 대편성이지만 online 공연에 훨씬 적은 수의 단원이 연주했다.

LCH-stage-comparison

* 오케스트라 단원 배치의 비교. (위) 2020.7월9일 (아래) 2020년12월20일 online 연주 (사진출처 Youtube 화면캡쳐)

관악기 연주자 주변은 옆과 앞 연주자 사이에 투명 칸막이로 만일에 발생할 수도 있는 비말감염에서 연주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래도 현악기와 타악기 연주자 등 입을 사용하지 않는 연주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는데 관악기 연주자들은 마스크를 쓸 수 없으니 위험수당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  연주회에 동원된 영주자들은 리허설 단계 부터 코로나 감염조사를 받아 모두 음성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SPO-Beeth-9-2020-vs-2019

* Markus Spenz 지휘 서울시향 베토벤합창교향곡 연주회 비교, 2020 롯데콘서트홀 & 2019 예술의전당. (사진 : Youtube 화면캡쳐) 

베토벤 합창교향곡은 다른 교향곡에 비해 악기 편성이 가장 큰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SPO의 연주에는 평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5명이 무대에 올랐다.  합창단은 보통 2,3개 연합합창단으로 편성되기도 하는데 이번엔 네 명의 각 파트 별 독창을 맡은 성악가와 국립합창단원 24명 등 28명에 불과하다.  지휘자 포함해서 모두 64명 이다.  오케스트라 편성만 보면 모짜르트와 하이든의 초기교향곡을 연주하는 실내악단 규모에 그친다.  작년 서울시향과 같은 지휘자 Markus Stenz가 연주했던 베토벤 합창교향곡 연주회의 무대에 등장한 인원은 90명 수준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100명  정도로 모두 190명 이었으니 평소의 1/3 수준 이다.  지난 달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 Prokofiev 교향곡과 Shostakovich 피아노협주곡 공연에도 오케스트라 단원의 수가 60명 정도로 이 정도 까지 적지는 않았다.

SPO-Beeth9-17

* 입을 사용하는 관악기 연주자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른 연주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연주한다.

그러나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숫적 열세를 느끼지 모를 정도로 놀랍다. 아무리 음향녹음기술이 뛰어 나다고 하지만 정말 unbelievable 이다.   24명의 합창 소리가 작년에 연주한 100명의 합창소리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더욱 놀란 것은 합창단원들과 독창을 맡은 성악가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노래를 불렀다.  마스크를 끼고 전화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마당에 정확한 발성과 음을 내야하는 합창단원들한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결정과 분명 큰 어려움이 있을법한테 이를 극복하는 독창과 합창을 맡은 성악가들의 희생이 눈물 겹다.

SPO-Beeth9-chorus-w-mask

* 마스크를 쓰고 연주하는 국립합창단원, 마스크 쓰고 노래할 줄 누가 알았을까 ! (사진출처 : online 화면캡쳐) 

 

지휘자는 입을 사용하지 않아도 체력 소모가 크다고 한다.  연주를 들으면서 지휘자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 지휘자의 숨결에 따라 마스크가 입에 달라 붙었다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장면이 보기에 안스럽다.

SPO-Beeth9-conductors-breathing

* 마스크를 쓰고 지휘하는 Markus Stenz  ( 사진출처 : Youtube online 캡쳐 이미지) 

코로나 시국에 연주회를 갔어도 관악기 연주자 주변에 투명칸막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는데 online으로 중계되는 화면을 보니 플라스틱 칸막이는 관악기 파트와 현악기 파트의 경계 뿐만 아니라 관악기 연주자 사이와 독창을 맡은 성악가들 사이에도 설치되었다.  단원들 사이에 설치한 투명칸막이도 음향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느끼지 못했다.

SPO-Beeth9-16

* 관악기 연주자 주변에 설치된 투명 칸막이들이 보인다. 사진출처 : Youtube online 화면캡쳐

 

아마 이번 서울시향의 베토벤 합창교향곡 연주회는 하루 1000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12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연주회에 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특히 대규모 합창단이 등장하는 무대라 다른 연주회 보다 조심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오늘 연주한 소규모 편성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단순히 오케스트라 단원의 숫자를 줄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Osmo Vänskä와 같은 나라 사람인 핀란드의 바이롤리니스트 이자 지휘자, 작곡가인 Jaakko Kuusisto 가 실내악단 수준의 소편성으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소규모 편성으로 연주한다는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유튜브 online 방식으로 연주를 들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어떤 베트벤의 합창교향곡 보다 더 큰 감동을 준 연주였다.  내 평생 음악회는 자주 찾았지만 이렇게 까지 연주자한테 고맘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었다.  어려운 환경에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online 연주를 기획해 주신 지휘자와 연주자 관계자 분과 서울시향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SPO-conductors

* 오늘 online 중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음악감독 Osmo Vanska(왼쪽) 수석객원지휘자 Markus Stenz (오른쪽)

 

online 중계의 시작은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오스모 벤스케 Osmo Vänskä의 인삿말로 시작했다. 그는 핀랜드 사람으로 핀랜드어로 ‘좋다’가  ‘휘바  hyvä’ 라고 알려 준다. 그리고 서울시향이 좋으면 핀랜드어로 외쳐달라고 한다.

‘Seoul Philhamonic hyvä !  hyvä ! ‘

online 중계 마지막 클로징은 미리 녹회된 것 같은 Markus Stenz의 메시지로 끝을 맺었다.  Markus Stenz는 독일 사람이다. Stenz가 공연을 보고 마음에 들었으면 공연이 멋지고 훌륭하다는 말을 독일어로 가르쳐 주며 외쳐달라고 부탁한다.

‘Super klasse ober toll !’ 

현장에서 들었으면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짙게 느꼈지만, 비대면 연주회롤 변경된 덕분에 티켓값을 환불받은 것으로 위안 삼아야 겠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