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무대 위에 서다

어제 저녁 인천예술회관에서 피아노 공연이 있었다. 예술회관 주변의 거리는 단풍이 한창 이다. 어제 연주회에는 나도 무대 위로 오르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무대 위에 서 본 것은 60년 만이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담임선생님들이 계속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맡는 덕택에 우리 반이 학교 대표로 시민회관(세종문화회관 건립 전), 이대강당, 삼일당 등 각종 합창대회와 초청연주회에 오른 적이 있었을 뿐 이다. 물론 이번에는 내가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 . .

1 ICC-street

어제 음악회 제목은 Piano Mania. 얼마나 정확한 표현인지 몰라도 그저 다른 분야 보다 피아노에 몰두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런 취지로 객석좌석도 좀 특이하다. 대형 홀의 객석 외에 무대 위 피아노 주위로 ‘ㄴ’ 자 형태로 피아노를 감싸며 무대 위에 좌석을 약 50석 정도 만들었다. 피아노는 연주용 피아노의 대명사가 된 Steinway & Sons.  연주용 가격은 13만 EURO가 넘는 억대 악기다.

4 ICC-Piano-Mania-stage-Piano-2

당연히 티켓은 가장 상위급이지만, 지방도시 공연이라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 경로할인이 없는 음악회지만 티켓오픈 하자 마자 무대 위 좌석으로 예약했다.
이날 공연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안종도 등 젊은 피아니스트 3분이 연주자로 나섰다. 오늘의 연주회를 이끌었던 피아니스트 안종도는 몇 번 공연을 본 적이 있고 유튜브를 통해 해외 연주회 등을 접해서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함께 출연한 손정범, 김준희 모두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분 들은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은지 관객이 생각보다 적어 아쉬웠다.

ICC-Piano-Mania-stage-piano+

5 ICC-Piano-Mania-pianosts++

그러나 음악회 제목이 말해주듯 무대 위 좌석은 만석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들 까지 데려온 관객들도 있다. 과연 무대 위 좌석은 생각 보다 좋았다. 피아니스트들의 숨소리나 몸짓에 들리는 잡음도 거슬리기 커녕 생동감을 준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좌석에서 스피커를 듣는 음악이 아니라 마치 집 거실에서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썰렁한 객석 분위기와는 별도로 무대 위의 열기는 연주자도 관객도 뜨거웠다. 마치 외국영화에서 보던, 중세 유럽의 귀족들의 대저택 거실에서 손님을 초대해서 열리는 음악회를 떠 올리게 한다.

앵콜곡으로 Rachmaninoff의 여섯 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연주했다. 한 대의 피아노에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달라 붙어 연주하는데 연주를 듣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가운데 끼인 연주자는 팔을 움직이기가 힘들어 보이는게 막상 뒤에서 눈으로 지켜 보는 맛도 코믹하게 재미있다.

6 ICC-night-drkimdj
두 번째 앵콜곡으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하는데 마치 먼저 떠난 집사람이 거실에서 피아노로 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오늘 연주회의 무대 위 좌석이 누구의 발상으로 나왔는지 몰라도 생생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평소에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음악회에 다녔지만 오늘은 무대에 오르는 만큼 큰 애 결혼식 때 맞춘 정장과 넥타이를 매고 나갔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