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만난 Zimerman Concert

외국여행을 할 때 시간 여유가 있으면 콘서트를 찾아간다. 방콕에서 왕립방콕오케스트라 RBSO Royal Bangkok Symphony Orchestra 공연은 몇차례 보았지만 여행중 외국에서 보는 공연은 연주수준과는 상관없이 별미다. 태국의 RBSO, 11월 초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했던 베트남의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 VNSO 모두 그 나라 최고수준의 오케스트라인 만큼 잘한다.
이번 라오스여행을 준비하면서 경유지 방콕의 공연스케줄을 보니 대박 이다. 11.22 Zimerman이 RBSO와 협연이 있다. 연주곡은 베토벤 4번, 5번 황제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무조건 예약부터 하고 라오스여행 일정을 조정했다. 요즘은 태국기차표나 콘서트티켓 모두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해서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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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경로할인만 따지는 것이 추잡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한텐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다행히 RBSO 공연은 60세 부터 경로할인 50% 이라 9년 전 부터 혜택을 받았는데 이번 거장 Zimerman 공연에도 적용되니 R석(4000바트, 약 15만원)으로 Zimerman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좌석을 2000바트에 예약했다.  코로나가 퍼지기 직전인 2020년 1월에도 RBSO와 프랑스 여류피아니스트 H.Tysman의 쇼팽협연을 갔었는데 R석 정상요금이 1500바트로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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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문화센터 Thailand Cultural Center, 방콕)

공연장소인 방콕의 태국문화회관은 1600석 규모로 음향시설등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역사가 스며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것은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 상관없다. 그저 공연에 참가한다는 것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RBSO는 왕실의 후원을 받아 공연은 왕실찬가로 시작한다. 아마 국가는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에 앞서 악단 관계자로 보이는 외국인이 태국어와 영어로 연주곡을 설명하여 공연시간이 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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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를 마치고 무대인사하는 Zimerman)

 

Zimerman의 인기는 방콕에서도 뜨겁다. 까만 연미복을 입고 무대에 선 Zimerman은 70을 넘긴 노인이 되서인지 젊었을 때 까탈스런 성격이 무척 유연해졌다고 한다. 다행히 어제 휴대폰 벨소리 잡음은 없었다. 공연전 곡을해설하면서 모바일폰 전원을 꺼 달라고 한 것이 주효한듯 하다. 악장간의 박수 소리도 공연을 통털어서 한 번도 없었다.첫 곡은 슬로베니아의 젊은 작곡가 Anze Rozman의 쇼팽테마변주곡. 쇼팽곡을 오케스트라버젼으로 편곡한 건데 마치 한때 유행했던 Hooked on Classic같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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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연주를 위해 피아노에 다시 앉은 Zimerman)

일찍, 항공편 예약보다 먼저 공연을 예매한 덕분에 첫째 줄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 좌석을 잡았다. 피아노 건반 위의 손놀림, 협연자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우연히 알게 된 공연에 이런 좌석을 차지했으니 정말 대박 이다.  피아니스트와 직선거리 3m에서 듣는 피아노 소리는 마치 집안 거실의 피아노소리 처럼 들린다. 오케스트라는 너무 가까운 탓인지 거칠고 건조하게 들리지만 Zimerman의 연주를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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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앙코르연주를 마치고 더 이상 앙코르 없다는 뜻으로 피아노 뚜껑을 덮고 인사한다.)

앙코르곡은 악보가 피아노 위에 있어 사전에 미리 준비한듯 바하의 파르티타 등 3곡을 연주한 뒤엔 피아노 뚜껑을 덮어 7순 노인네 사정을 봐달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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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왕실 관계자로 부터 꽃다발을 받고 인사하는 Zimerman)

2부 브람스 교향곡4번 연주가 끝나고 무대의상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짐머만이 다시 무대에 나왔다. 왕실에서 협연자, 지휘자와 악장까지 꽃다발을 하사(?)하는 의식 때문인데 막상 꽃다발을 건넨 사람은 중년 여성으로 공주(왕실가족)는 아닌 듯 하다.  2년 전 RBSO 공연은 공주의 생일축하하는 공연이라 공주가 직접 참석하여 공주일행이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 모든 청중이 기립하여 대기하였는데 국가체제와 문화가 다른 나라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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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마치고 지휘자가 퇴장하면 RBSO 단원들은 서로 격려하며 파트별로 무대에서 셀카를 찍는다. 연례행사도 아닌 정기연주회인데 연주를 즐기는 단원들의 모습이 정겹다.
#RBSO #왕립방콕교향악단 #Zim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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