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애나벨 리

      그리운애나벨리/임영란

      그때명동에크로이첼이있었다

      쌍거풀이이쁜언니따라가

      코코아마시며따뜻하게

      성당의뾰죽탑에내리는눈

      따뜻하게바라보던곳

      기억하는가애나벨리

      우리가서로이름부르며지나던거리

      흰화선지위에

      먹물한점묻어있던명동화랑

      태엽감긴심장의두근거림속에

      뜨겁게잠수하던우리의청춘

      유신의어두움몰려올때

      맨발의홍신자씨삶과죽음끌어안고

      국립극장무대위를구르는데

      내머플러속으로감겨들던

      첫사랑의날카로움

      기쁨에가득차달려가던너를향해

      팔벌리던겨울나무

      이세상모두를집어담고싶었던

      넝마주이들

      함석헌선생님그림자에도경배하고

      독립군가부르던김민기의

      떨리는음성따라

      얼어붙은명동의밤거리를

      자유,민주,눈물은

      홍수처럼밀려왔어

      '한개의빵을나눠먹는게행복이야'

      네가말했었지

      '젊음은용기'

      나도얘기했어

      실패한만남,약속들

      하얗게

      쏟아져내리는데

      여윈어깨기울이며집으로

      돌아가는사람들속에서

      갈곳없는갈증만

      내게손내밀었어

      애나벨리우리는

      평화의물감으로이세상을칠할수있을까

      한마디정직한말배울수있을까

      갈곳없는마음들잠재울수있을까

      꿈꾸던거리에

      눈쓸쓸히내리는데

      기다렸어애나벨리

      날마다삐걱이는계단올라가면

      우리의여린숙명감싸주던

      티롤산에서

      그러나붙잡을수없었던

      아름다움들

      다어디로갔을까

      중앙우체국뒷길들어서면

      낯익은네모습보일듯한데

      뿔뿔이흩어진얼굴따라

      몸바뀐의자들

      이름바뀐시간들

      헤매는소리들린다

      눈쓸쓸히내린다

      그리운나의애나벨리

      사진/아멜리에

      *시작노트*

      제젊은날..10대에서20대초반은명동에서다보냈다고해도과언이아닙니다.

      부산서서울로올라와처음산곳이퇴계로5가묵정동입니다.해서명동은그냥

      제동네인것처럼...사실고향이없는제겐고향같은곳입니다.

      예전의명동엔국립극장이랑화랑,음악감상실같은문화적인공간이참많았습니다.

      사라진것들을그리워합니다.명동백작이라불리던이봉구선생님도계셨구요.

      아름다운소극장'카페떼아뜨르'도있었지요.

      제가제일좋아하던곳은김영태시인의부인정복생씨가하던인형가게'밤비노'입니다.

      혹'소피아'서점을기억하는분이계시는지?

      사람과장소모두가다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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