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쌀쌀한데햇빛은맑은날.
울나나랑아주비슷하게생긴고양이한마리가옆집마당에서햇볕쪼이기를한다.
이자리는울동네에선길고양이에겐최고의자리이다.왜냐면,일단이집마당은양옆의큰감나무두그루만남기고나무들을다잘라내버리고,담장을허물었다.그러니햇빛이아주잘든다.게다가이집과울집(=나)양쪽집이다고양이를좋아하는사람들이사니깐먹이걱정도없고,쫓겨다닐위험도없다.고양이를좋아하는사람들이많은양지바른곳이야말로길고양이에겐최고의자리이다.
이길고양이는어느날부터우리동네를기웃거리기시작했다.나나랑너무닮아서나나형제가아닌가?추측해보기도하는데..자세히보면나나만큼예쁘지도않고,건강상태도나쁘단걸알수가있다.왜길에서사는고양이들이눈병이잘나는지?그이유는모르겠다.일단제대로먹질못해서그런것같기는한데..아니면다른병에걸린걸수도있고,울집에날마다오는또또도눈병이날조짐이보여가끔씩눈을딱아주는데..
고양이나개는땀을흘리지않는다.대신눈과귀로계속땀을대신하는노폐물이쌓이니까,울집에도나나전용눈과귀를딱는소독제가있다.수시로딱아주지않으면귀에서청국장냄새가난다.나나예쁘다고끌어안다가도큼큼한냄새가나는건이귀지때문이다.그래귀딱는걸싫어해도가끔씩닦아줘야한다.’너퀴퀴한냄새나는거엄만싫단말얏!’눈꼽은날마다딱아내줘야하고,길에서사는고양이들은딱아줄사람도없으니까..이길냥이도자세히보면눈이약간짓물러있다.얘는그런데또또만큼나랑친하질못해서다가가면달아나버린다.
"얘,무서워하지마,아줌마가네눈좀닦아줄려고하는거야.."
좀더친해지면닦아줘봐야지.그보다는배고픈게먼저일지도모르겠다.다시마주치면먹이를주면서달래봐야지.
이길냥이가앉아있는자리는원래이웃집검은고양이별이가햇볕을쪼이던곳인데..별이도늙었나보다.온동네를다휘젓고다니더니자기자리까지뺏긴걸보면,조금이라도따뜻한곳을찾아햇볕을쪼이는길고양이.
길고양이세계에도힘겨루기같은것이있다.노숙자들사이에도알게모르게질서가있듯이동물에게도위계질서란것이있고,울동네고양이들의대장은가장덩치가크고,나이도많고,싸움도잘하는옆집의별이였는데,이젠별이가더이상은대장이아니란걸이길고양이를보면서확실히알게되었다.옆집아주머님이또또에게마련해준보금자리를차지한것이바로이길고양이인가보다.또또가자릴뺏겼단얘길들었으니까.
나이듬..자연의진화
사람이지나가건말건저렇게툭트인곳에서햇볕을쪼이고있는길고양이가보기좋기도하면서,이젠힘이빠진별이를생각하면안스럽기도하다.나이든다는것.설날지나고,떡국한그릇더먹고,나이한살더먹는게뿌듯하기도(?)하면서..어쩌면내가햇볕쪼일자리를나보다젊은사람들에게빼앗기는일같기도하다는생각이든다.
아냐,삶이란죽음이있어야만유지되는것이다.자연의순리를받아들이자.
..엠마가말했다."그렇지만가을은만물이죽는때잖아요!저나뭇잎들은죽었어요."마차바퀴아래종잇장같은호박색깔개를가리켰다.
"아,그렇지만죽음은아름답단다!죽음은추수야!널리퍼진그전염병이없다면우리는아무것도먹을수없어.진화는,삶에의지하는만큼죽음에의지한단다."-(스피벳,어느천재의기묘한여행-p257)
진화는죽음에의지한단말다시되새긴다.
늙어서힘이빠져서글퍼하기보다는,나도자연의,진화하는삶의일부분이라고그렇게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