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스님의 천수주력

8.15해방후내가해인사로출가했을무렵에는어른들이공부방법에대해특별히말씀해주시지않았습니다.

다만’옛날어른들은이렇게공부하셨다.저렇게공부하셨다’는이야기를들려주셨을뿐,화두공부가어떤건지

주력공부가어떤건지구체적으로가르쳐주시지않았습니다.

강원에서처음글을배울때는30명가량이함께출발하여초심반과치문반으로나뉘어졌는데,당시강사를맡았던

나의은사고봉(高峰)스님께서는마을서당에서글을가르치는식으로그날배운글을그날암송시켰습니다.

예불의식도책을갖고가면어른들이한번읽어주시고’따라읽어라’하면따라읽고,’여기까지외워라’하면그

다음날까지암송하는식으로공부를배웠습니다.

그당시해인사에는우리용성문중의사숙님되시는월주스님이계셨습니다.예식에밝고경에도밝으셨고정진을

아주잘하신분이셨는데,강원의학인들이글을못외워쩔쩔매고,하루종일책상머리에서끙끙거려도암송을못하는

학인들에게늘말씀하셨습니다.

"말세에태어나서업장이두텁고박복한중생들이업장참회할생각은않고까불거리고있으니까공부에무슨진척

이있겠느냐?옛날어른들은천수다라니를해서업장소멸하셨다.

그리고는수월(水月.1855~1928)스님께서천수주하여깨달음을이룬이야기를들려주셨습니다.

수월스님은충남홍성에서태어나셨는데아버지어머니가모두세살안에돌아가셔서외삼촌집에의지하여살았

습니다.

모두가가난했던조선말기에내가족들도못먹여살리는형편이었으므로외삼촌은남의눈도있고하여생질을

데려다놓았지만,부담도되고힘도들어머슴처럼부렸습니다.20세가넘어가면서스님은동네사람들이남녀할것

없이모두결혼을하여아이를업고다니는것을보고생각했습니다.

‘이렇게사느니산골로들어가중노릇을하며살리라’

결심을한그는서산천장사(天藏寺)로출가하여성원(性圓)스님의제자가되었지만,배우지못한데다머리까지둔

하여불경을배워도쉽게이해하지를못했습니다.

성원스님이예불문을일러주면서’따라읽어라’고하면따라읽었지만’혼자서읽어보라’고하면한구절도못외우는

것이었습니다.몇번을그렇게해보다가은사성원스님은글을가르치는것을포기하고땔나무를해오는부목(負木),

밥을짓는공양주(供養主)등의소임을3년동안맡겼습니다.

그런데기적같은일이벌어졌습니다.수월스님이불공할때올릴마지를지어법당으로갔을때,마침부전스님(불

공을주관하는스님)이신묘장구대다라니를송(頌)하고있었습니다.

"나모라다나다라야야바로기제새바라야모지사다바야…나모라다나다라야야나막알약바로기제새바라야사바하."

스님은이를한번듣고모두외울수있었습니다.

그토록머리가좋지않다고구박을받았는데,총442글자의신묘장구대다라니가저절로외워진것입니다.

이후스님은나무를하러가거나밥을짓거나마냥신묘장구대다라니를흥얼거리며다녔습니다.

그러던어느날,은사성원스님이법당에서불공을드리다가마지오기를기다리고있는데,당연히제시간에와야할

마지는한참이지나도오지않고밥타는냄새만절안에진동하는것이었습니다.이상하게여겨부엌으로찾아간성원스님은전혀예상밖의광경을목격하게되었습니다.

수월스님이신묘장구대다라니를외우면서계속아궁이에장작을넣고있는것이었습니다.밥이까맣게탄것이문제

가아니라,솥이벌겋게달아곧불이날지경이었습니다.그야말로무아지경속에서대다라니를외우고있었던것입니다.

이를본성원스님은수월스님에게방을하나내어주면서말했습니다.

"오늘부터너에게이방을줄터이니,마음껏대다라니를외워보아라.배가고프면나와서밥을먹고잠이오면마음

대로자거라.나무하고밥짓는일은내가알아서처리할테니…"

수월스님은’감사하다’는말한마디를남기고,가마니하나를들고방으로들어가서문짝에달았습니다.

빛이안으로들어오지못하도록한것입니다.

그리고신묘장구대다라니를외우기시작했습니다.방밖으로는밤낮없이대다라니를외우는소리가울려나왔을뿐,

물한모금마시러나오는일도없고화장실가는일도없었습니다.그리고는8일째새벽성원스님이예불을마치고방에들어가려는데그소리가딱그쳤습니다.그때수월스님이방을뛰쳐나오며소리쳤습니다.

"스님,스님!이겼어요.이겼어요."

‘뭐라고했느냐?"

"스님,제가이겼어요.잠귀신이’너한테붙어있다가는본전못찾겠다’고하면서멀리가버렸어요.잠귀신이도망갔어요.스님,제가이겼어요."

은사스님은수월스님이기도를하다가미친것이라생각하고호된꾸중을하였습니다.그러자수월스님이질문을던졌습니다."관세음보살께서합장을하고서있는뜻이무엇입니까?’

"나는그걸모른다."

"어딜가야답을들을수있습니까?"

"동학사에가면경허(鏡虛)사숙님이계신다.그스님께여쭈어보아라."

"가도됩니까?"

"도시락은내가싸줄테니짚신은네가삼아라."

수월스님은서산의천장암에서동학사까지걸어가경허스님의방문을열고는여쭈었습니다.

"관세음보살께서합장을하고서있는뜻이무엇입니까?"

경허스님이답을해주시는데뜻이서로상통하였고,거기에서수월스님은깨달음을얻었습니다.

이렇게수월스님은천수삼매(千手三昧)를중득하여무명(無明)을깨뜨리고깨달음을얻었을뿐아니라,불망념지(不忘念智)를중득하게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글을몰라서경전을읽지도못하고신도들의축원도쓰지못하였지만,불망념지를이룬후부터는어떤경전을놓고뜻을물어도막힘이없게되었으며,수백명의축원자이름도귀로한번들으면불공을드릴때하나도빠짐없이외웠다고합니다.

그리고천수삼매를얻은뒤에도참선정진을꾸준히계속하였는데,’잠을쫓았다’는그말씀대로일평생잠을자지않았다고합니다.

말년에는백두산간도지방등에서오고가는길손들에게짚신과음식을제공하며보살행을실천했던수월스님!오늘날까지자비보살이요숨은도인으로추앙받고있는수월스님의도력은신묘장구대다라니기도에서비롯되었던것입니다.

옮김/’불교의수행법과나의체험’/우롱큰스님저

수월스님의 천수주력”에 대한 2개의 생각

  1. 無用

    연암산천장사…
    성우경허스님의일대기에바질수없는인연의절..

    만공..해월..수월,,,
    모두저녁하늘에떠있는달들이지요..

    만년에는부산의선암사에주석하셨다지요.
    저도이스님스토리참좋아해요…천진불의모습이라서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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