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의 촉(nib)의 굵기는 ultra extra fine, extra fine, fine, medium, bald 등으로 크게 나뉘어지지만, 개체별로, 제조사별로 편차가 크다. 보통 Fine 이 0.5~0.8mm라고 하지만, 어떤 만년필은 extra fine 이라해놓고 0.5~0.8mm 라고 한다.
EF는 보통 0.3~0.5 이고, UEF는 0.15~0.3 미만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정확치 않다. 어떤 EF는 F에 가깝고, 어떤 UEF는 EF에 가깝다.
이에 비하면 볼펜 류들은 좀더 정확한 편이다.
0.28mm gel pen 의 굵기는 아마도 만년필 UEF보다 가늘 것이며, 0.38mm 유성볼펜의 굵기가 UEF에 해당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최근 細筆이 가능하다고 선전하는 만년필 두어자루를 사서 기존의 것들과 비교해보니까 선전 믿을게 못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박또박 細筆을 원한다면, gel pen 0.28mm 보다 더 가늘게 쓰여질 것은 없으리라.
세필은 漢字를 쓰기에 적합하고, M 촉 정도면 글자를 작게 쓰면 한자의 획들이 뭉개져서 알아보기 힘들게 된다. 대신 굵게 서명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펜촉이 부드럽게 써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각사각 (종이 갉아먹는 느낌) 써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펜촉을 길들인다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각사각 써지는 것이 부드럽게 써질려면 금속소재의 펜촉이 닳아야한다는 것이니, 종이에 얼마나 오래 써야 금속(금도금이나 스테인리스)이 닳을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영어를 필기체를 흘려쓰려면 부드럽게 써지는 펜촉이어야한다. 자기가 쓴 글을 남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게 쓰는 것도 멋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M촉이 괜찮다. 약간 굵게 써지므로 작을 글씨체는 대체로 뭉개져서 본인 아니면 무슨 글인지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어는 한자를 많이 쓰므로, 세필이 가능한 펜촉인, EF가 좋고, 한글은 받침이 있는 문자이고 각이 진 형태가 많으므로 또박또박 쓰겠다면, 부드럽게 써지는 펜촉보다는 사각사각 써지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