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고민하다가, 드디어 무늬접란 분갈이를 해버렸다.
작년 장모댁 아파트 경비원이 키우던 (사람들이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유기견.. 아니 유기식물) 화분 몇개를 집어온게 날씨가 쌀쌀해지던 가을이었고… 그 중에서 무늬접란이 작은 화분에 두 개 있었는데, 그것을 하나로 합쳤는데, 흙에서 한약재 냄새가 심하게 나서, 원예용 흙을 꽃시장에 가서 사와서, 다시 심었었다.
나쁜 환경에서 자라다가 갑자기 호화주택으로 이사와서 그런건지, 이 무늬접란이 한겨울에도 쑥쑥 자라면서 꽃도 피우고, 보는 재미, 키우는 재미를 내게 안겨주었는데…
겨울이 지나갈 무렵부터, 잎 끝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물을 보름간 안 준 적이 한 번 있어서, 물 부족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닌 듯, 계속 잎들이 타들어갔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수돗물 중에 어떤 성분이 많은 수돗물이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고 했는데, 그건 좀 아닌 듯했다. 대한민국 수돗물 중에서 특히 여기 성남시 수돗물에서는 무늬접란 생육이 불량하다는 논문을 보기 전에는 내가 믿을 수 없었다.
무늬접란 관련된 글들을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딱이 잎 타들어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글을 찾지는 못하고… 이 무늬접란이 뿌리가 왕성하게 자라서 분갈이 할 때 분에서 꺼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몇군데서 봤다.
식물이 화분이 작아지면, 더 이상 잘 자라지 못하고 끙끙 앓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었다만, 이 무늬접란은 그다지 크게 자란 것도 아니었는데…
일단 해결이 되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분을 큰데로 옮기면서 흙도 갈아보고, 그래도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그건 거의 100% 병충해 문제일 수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다.
그래서, 오늘 1시간 반에 걸쳐서, 뒤 엎고, 두개로 갈랐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뿌리가 험악하게 자라있었다. 무슨 고구마인지 인삼뿌리인지 상체에 비해서 하체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라있었다. 아마도 이러하니, 뿌리 밀도가 너무 높아서 숨을 제대로 못쉬고, 물을 줘도 금방 빨아먹고, 마르고.. 그러다 보니 잎이 타들어간 것 아닌가 싶다.
무슨 고대 로마 토기같이 생긴 화분은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줏어온 것인데, 토분이다. 근데 아주 무겁고, 직경이 25센치 정도 밖에 안되서 큰 식물 심기로는 좀 부적당하다. 뿌리가 깊숙이 자라는 식물에 적합할 수도 있지만, 직경이 그에 비하면 너무 좁다.
무늬접란을 이 화분에 심은 이유는, 이 접란이 뿌리가 깊숙히 내리는 식물이 아닐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화분 깊숙히 흙을 채울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절반 가까이는 스치로폴로 채웠는데, 오늘 뒤엎어 보았더니, 뿌리가 스치로폴을 뚫었다. 왜 이렇게 관통하면서까지 자랐을까? 스치로폴에 물이 묻어있어서 그런것일까. 어떻게 그 연약한 실 뿌리들이 스치로폴을 뚫었을까.
대충 절반으로 억지로 잡아당겨, 두 포기로 나눠서, 큰 쪽은, 어제 새로 사온, 일제 플라스틱 화분에 옮겼다. (일본은 원예산업이 발달하고, 취미로 하는 노인들이 무거운 도자기 화분보다 가벼운 걸 선호한다고 한다. 가게 주인 말이니, 그도 판매상한테 들은 얘기일 것이다) 지름이 32센치 정도짜리인데 1만원한다. 물받침이 2,500원 따로 판다. 근데 진짜 가볍다. 표면도 오돌도돌하게 만들어서 무슨 토분같은 느낌도 난다. 비슷한 거 국산은 8천원이면 더 길쭉한 거 살 수 있긴한데..
원래 화분에는 이번에는 스치로폴을 좀 적게 넣고, 마사토와 흙을 섞어서 많이 채웠다. 물은 잘 빠질 것이다. 이 화분은 토분인지라, 물을 많이 주면, 화분 표면이 젖고, 화분 표면이 마르면 허옇게 곰팡이 낀 것 처럼 변한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아마 둘 다 잘 살아날 것이다. 뿌리를 보니, 이 식물이 대단히 번식력이 강한 품종이다.(18-5/3)
데레사
2018년 5월 22일 at 3:33 오후
사진이 한 장도 안 보이네요.
부지런 하시니까 꽃도 잘 기르시나 봅니다.
사진이 보였으면 더 좋을텐데요.
비풍초
2018년 5월 29일 at 11:18 오후
블로그에서 그냥 통째로 복사하면, 나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사진을 따로 저장해서 올립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