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보물을 추억하다. 초등학교 5년 때인 1976년 아버지께서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약간 두꺼운 크기의 성경책만한 물건이었는데 카세트 테이프라는 물건을 집어넣고 빨간 버튼을 누르고 나와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1분쯤 재잘재잘 얘기를 하고는 아버지께서 한 버튼을 눌러 테이프를 되감으시고는 다른 버튼을 누르셨는데… 맙소사! 나와 내 동생들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이 후로 이 카세트 플레이어는 우리 가족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귀중한물건 되었습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것입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80년, 학교에서 실시한
이때부터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구입한 카세트 테이프가 ABBA의 히트 앨범이었는데 지금도 듣고 있습니다. 또 그 당시 라디오를 통해 유행하는 최신 팝송을 소개했던 주옥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2년, 같은 반에 지금은 고인이 된 영길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상당한 부잣집 아들로 키는 작았지만 야구부원으로 운동이 만능이었습니다. 어느 날 생전 처음 보는 워크맨이란 물건을 갖고 학교에 왔었는데 머리에는 날렵한 모양의 헤드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하루 워크맨을 빌려 그 동안 모노 카세트 플레이어로만 듣던 ABBA의 테이프를 들어 보았는데… 헤드폰을 통해 처음 접한 스테레오 음악의 충격은 처음 컬러 TV를 보았던 1980년의 그것 이상이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에 이런 소리가 숨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며칠 후 적금통장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온 적금 9만 5천원을 찾아 세운상가에서 워크맨을 구입하였습니다. 이 후 워크맨은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듣는 음악은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덜어주는 따뜻한 벗이었습니다.
2009년은 카세트 테이프가 필립스에의해 개발 된지46년, 소니가워크맨을 세상에 선 보인지30년이 되는 해 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2011년은 상성전자가 1981년 5월 7일 한국형 워크맨인 "마이마이"를 출시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금이야 초등학생들까지도 핸드폰이나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음악을 듣는 것이 보편화 되었지만 워크맨이 출시 되었던 70년대 말 80년대 초반만 해도 이 워크맨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매우 고가의 기기였습니다.고등학교2학년 이었던1982년에 세운상가에서 워크맨(WM-2)을9만5천원에 샀으니 지금 시가로는 아마 100만원정도가아니었나 싶습니다.당시 워크맨을 통해 경험했던 놀라운 스테레오 음향의 가슴 설레는 기억은 아직까지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80년대 중반부터 국산제품도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보급이 확산되기는 하였으나 일본제품과의 품질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아날로그 시대인80년대와90년대는 이 워크맨을 통해 수많은 기술의 진보가 이뤄졌고 아울러 음악산업이 워크맨을 통해 전성기를 구가하였습니다.저를 포함한 수 백만 명의 청소년 및20대 청년들이 이 당시 워크맨을 통해 음악의 갈증을 풀었으리라 생각됩니다.
2010년 10월 소니는 일본에서 카세트 워크맨판매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미 카세트는 음반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어학용으로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낮고 날카로운 잡음으로 시작되는 카세트의 음향은 아직도 가슴을 저리게 만듭니다.이렇게 카세트의 추억을 가진 모든 분들께 제가 소장하고 있는 워크맨과 그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