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그대에게 – 짧은 생을 마감한 라디오 워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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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발매된 AM/FM스테레오 라디오 청취전용 워크맨(SRF-80, 21,800)입니다.이전에 발매되었던 FM 전용모델인 SRF-40의 부족한 점 (AM수신, 소형경량화, 헤드폰 부속)을 보완하였고 바디도 메탈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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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버튼의 배열도 아날로그적인 멋이 느껴지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전면에 파워, AM/FM, 스테레오 선택 버튼이 위치해 있고 상단에 볼륨 및 튜닝 다이얼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튜닝 다이얼은 살짝 뽑아 올려 주파수를 맞추고 눌러 주면 주파수를 고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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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디오 워크맨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용 라디오는 모노 사운드에 스피커가 부착된 모델이 대부분이었으나 워크맨 출시 이후 카세트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휴대용 라디오도 스테레오 제품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워크맨의 등장으로 스테레오 사운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스테레오 라디오 시장도 같이 확산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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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전지 사용시간이 단축되었고, SRF-40(11,800)에 비해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었습니다. 제품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아졌지만 이 가격에 라디오 전용 워크맨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이 제품 이후에는 카세트 워크맨에 빌트인 형태로 라디오 장착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미국시장 용 제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라디오 워크맨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l 1980 11 30일의 추억 – TBC FM 밤을 잊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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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발매되었던 소니 ICF-E10 AM/FM 라디오로 스피커 없이 이어폰으로만 청취 가능한 포켙용 모델이었습니다.

19801130일 언론 통폐합으로 인하여 TBCKBS로 넘어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방송프로그램이 “밤을 잊은 그대에게”였습니다. 당시 진행자는 지금은 은퇴하여 경기도 헤이리에서 “카메라타”라는 클라식 음악 까페를 운영하시는 황인용 아나운서였는데 자정이 다가오고 프로그램 종료5분을 남겨두고 울먹이면서 아래와 같이 고별인사를 하였습니다. 당시 방송시간은 11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였지만 그 날은 자정을 기점으로 TBC의 전파송출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에 1시간만 진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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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5분이 남은 5분이… 남은 5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10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5분이 10분이 될 수는 없습니까? 여러분이 아껴주시던 동양방송은 사라져도여러분의 가슴에 오래오래 동양방송의 기억을 소중히 묻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4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여기는 TBC 동양방송 입니다. 여러분의 방송이었던 TBC 동양방송 입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하시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 지시고 하느님의 가호가 항상 TBC 가족이셨던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빌면서 물러갑니다. 저도 이제 헤드폰을 벗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정이 든 제 7스튜디오를 아니 동양방송은 이제 떠나겠습니다. 이제 동양방송은 3분입니다. 끝으로 동양방송의 호출번호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는 … 육백 삼십 … 구 킬로헤르츠…HLKC 동양 … 방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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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학교3학년이었던 1980년 봄, 학교에서 치른 모의고사에서 반2등을 하자 아버님께서 지금은 없어진 파고다 공원 아케이드에서 당시 가격으로 49,500원인 에로이카 라디오 카세트를 선물로 사주셨고, 이 라디오 카세트로 가장 애청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팝송을 접하게 되었고 ABBA, BeeGees, Carpenters, Olivia Newton John, ELO 등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고 공()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이 프로그램의 팝음악을 녹음해서 듣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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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애청하던 TBC 동양방송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황인용 선생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가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으로 19801130일 자정을 기해 KBS로 넘어가게 되면서 TBC TV의 방송은 오후 11시 반에 종료되었고 황인용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이 프로그램이 동양방송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언론 통폐합의 본말은 잘 몰랐지만 애청하던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11월말이 다가오면 늘 생각이 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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