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그리고 김기식, 드루킹, 안철수

Tvn 의 수목 드라마 ‘마더’의 뒤를 이어받은 후속작이 다시 이슈를 이어가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는 제목에서 풍기는 오해의 소지 때문에, 또한 초기 촬영까지 마친 한 출연자의 불미스러운 하차 때문에(이 또한 축복이 되었다. 대타가 배역에 더 잘 어울림) 극도로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또하나의 문제작이 탄생했다. ‘나의 아저씨’다.

작가나 감독의 명성을 생각했을때, 뻔한 내용이나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에는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나의 (키다리) 아저씨’에 가깝다. 현직 프로야구선수의 교도수 수감기인 ‘슬기로운 감빵생활’, 친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를 구해 스스로 엄마가 되는 ‘마더’에 이은 3연타석 홈런이다. 전작들을 뛰어넘어 한동안 최고의 작품이 될듯하다.

드라마는 약자와, 패자와, 선한자의 연대와 위로라고 이야기할수 있다. 세상에 나와 단 한시도 행복하지 못했던 약자(아이유), 보통 이상의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으나 선하다는 잘못(?)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가장(이선균),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사회의 패자로 낙인찍혀버린 참 짠한 아저씨들(박호산, 송새벽등)의 이야기다. 너무 현실을 꼭 찍어 표현해서 장면마다 순간순간 가슴을 후벼팜에도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그저 이들의 이야기를 다뤄준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감독의 전작 ‘미생’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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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방영되고 내용과 주제가 공개되었음에도 어설픈 논리로 딴지를 거는 평들이나 기사가 아직도 많다. 그중의 백미는 국민주주 인터넷 언론이라고 하는 곳에 실린 평이다. 요지는 처음에 우려했던 그런 이야기가 아닌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세상의 아저씨들은 모두 나쁜데 이 드라마가 아저씨들은 좋은 사람이고 언제나 도움을 줄 마음이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강요해서 불편하다나 뭐라나. 남의 글에 대해 그럴 가치도 이유도 없지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자녀들에게 밖에 나가서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빠서가 아니라 대부분은 선하지만 1프로, 2프로의 악마들에게서 피해입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어이기 때문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아까운 공간을 낭비하는 쓰레기같은 기사에 한동안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작은 드라마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용기와 다짐을 주는 제작진 모두에게 처음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여기 참 짠한 세 아저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그리고 우리나라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금융감독원장에까지 임명된 김기식 전 의원, 결국 임명권자에게 피해만 주고 낙마하고 말았다. 다들 그러는데 왜 나만 그래라는 억울함이 있을줄 안다. 하지만 끝내 버티지 못한것 또한 본인의 과오다. 하이에나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표범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참여연대를 나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에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남들 다 하니까 똑같이 하는걸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 초심을 그렇게 가볍게 내던졌을까.

단숨에 정치권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한 아저씨. 드루킹이라는 별명을 쓰는 블로거다. 이런 저런 곁다리 이야기를 가져다 붙여서 글을 쓰기에 가끔씩 그 블로그를 방문하곤 했었다. 예언서, 주가 차트, 근거없는 음해등 사람들이 혹할만한 것들을 다 동원해서 글을 쓰기에 추종하는 회원들이 더러 있었나보다. 그럼에도 이 사람이 현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터져버린 기괴한 사건. 사건의 진실은 차차 밝혀지겠으나,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글로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 가지려 한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그 배후에 다른 불법이 있다면 당연히 밝혀져서 댓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무언가 가지기 위해서 신념과 도리를 내던져버린(원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짠한 아저씨 이야기가 될것 같다.

그리고 참 짠한 또 한명의 아저씨. 바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다. 거품같은 인기를 뒤집어쓰고 화려하게 정치판에 등장했을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은 참 짠해보인다. 정치에 뛰어들기전 그가 걸어온 길이 아무나 갈수 없는 존경받을만한 길이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실체없는 인기에 현혹되지 말고 처음에 내딛었던 그 길로 초지일관 임했다면, 그 길에 비록 수많은 못마땅함이 있었을지라도 과정으로 생각하고 그 길만은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참 멋진 정치인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새로운 길로 가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다. 아니 관심조차 가지 않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어쩌다보니 이제는 뭘 하더라도 조롱받는 정치인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족의 만류대로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치에 자존심과 거품같은 인기는 독일 뿐이다.

술이 사람을 망가뜨리는게 아니라 술이 한 사람의 본바닥을 보여주듯이, 정치가 사람을 무너뜨리는게 아니라 정치가 한 사람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유약해 보이지만 절대악 앞에서는 강해지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와, 그러지 못한 현실의 인물 사이에서 하염없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된다. 역시 펜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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