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水墨) 정원 – 장석남
-강(江)
먼길을가기위해
길을나섰다
강가에이르렀다
강을건널수가없었다
버드나무곁에서살았다
겨울이되자물이얼었다
언물을건너갔다
다건너자물이녹았다
되돌아보니찬란한햇빛속에
두고온것이있었다
그렇게하지말았어야했다
다시버드나무곁에서살았다
아이가벌써둘이라고했다
삶은저렇듯명료한것도아니니 너에게하는말은, 너에게하는말처럼 귀똘이들이
-북두칠성(北斗七星)
말도
우물속에다하는말처럼
울음도
우물에빠치는울음처럼
걸어내려가는길
무릎이시려지는걸음
그래서차츰
蕭瑟히희미해지는걸음
-모색(暮色)
별의운행을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저녁입니다.
가끔단추처럼떨어지는별도
있습니다
저녁별을주로보게될것이다
우리는늙으면
문턱에앉아서부는
바람도느껴볼것이다
우리는늙으면매일
저녁별보는것을
잊지않을것이다
보이지않는날도잊지않을것이다
우리는늙으면
늙음끝까지신작로를
바라보고창문아래에
앉아서
저녁별을볼것이다
그리고먼지로바뀌게되는것이다
-대숲
해가떠서는대숲으로들어가고
또파란달이떠서는대숲으로들어가고
대숲은그것들을다어쨌을까
밤새수런수런대며그것들을다어쨌을까
싯푸른빛으로만만들어서
먼데애달픈이의새벽꿈으로도보내는가
대숲을걸어나온길하나는
둥실둥실흰고름처럼마을을흘러질러간다
-번짐
번짐,
목련꽃은번져사라지고
여름이되고
너는내게로
번져어느덧내가되고
나는다시네게로번진다
번짐,
번져야살지
꽃은번져열매가되고
여름은번져가을이된다
번짐,
음악은번져그림이되고
삶은번져죽음이된다
죽음을그러므로번져서
이삶을다환히밝힌다
또한번-저녁은번져밤이된다
번짐,
번져야사랑이지
산기슭의오두막한채번져서
봄나비한마리날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