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 조영남

출처; 알라딘 책소개미리보기 <–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예술인 조영남이 시인 이상을 재조명한다.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조영남이 현대미술적 관점으로 이상의 시를 바라본, 쉽고 재미있는 이상 시 해설서이다. 조영남은 이 책을 ‘나의 유일한 버킷 리스트’라고 말한다. 또한 여태까지 가수 외에 딴짓을 많이 해왔다고 스스로 얘기하며, 이번 책을 딴짓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조영남은 이상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시에서 느낀 감동으로 인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별명처럼 이상이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난 후 시인을 대신해서 그런 세상에 복수를 해주고 싶었단다. 한마디로 이 책은 조영남이 이상의 천재성을 증명하기 위해 40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꿈을 펼쳐놓은 책이다.

"이상의 시는 현대미술의 이론으로 풀어야 한다." 이것이 조영남식 이상 시

해석의 핵심이다. 조영남은 이상의 독특한 문학적 시도를 현대미술의 이론으로 해석한다.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이론을 뜻하는 미술용어인 ‘키치’부터 기존의 미학이론을 전부 수렴해 한꺼번에 접목시키는 미술을 뜻하는 ‘다다이즘’, 자유로운 상상력을 추구하는 ‘쉬르레알리즘’ 등을 이상의 시에 접목한다.

조영남이 해석한 이상의 시는 100여 편에 달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상의 시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부터

<이상 전집>에조차 잘 포함되지 않은 시 ‘1931년’, ‘습작 쇼오윈도우 수점’, ‘회환의 장’, ‘무제 3’까지 다루고 있다. 또한 조영남은 시를 전부 해석하는 것도 모자라, 이상의 시를 1930년대 전후의 모든 시와 비교하면서 현대 시문학계의 흐름을 분석한다.

– 머리말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머리말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

이상 시 읽기에 들어가면서 몇 가지 일러둘 말이 있다. 우선 나는 지금까지 ‘죽기 전에 이상에 관한 책은 꼭 한번 쓴다’고 마음먹어왔다. 아마 20대 중반 때부터 그랬나보다. 좀더 정확히 말해 이상한테 열광한 것은 대학을 다니던 20대 초반부터였고, 그래서 책을 꼭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30대 중반 때부터였던 것 같다. 막연히 그랬다. 내 성격상 무슨 희망이나 포부 같은 건 품고 사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상에 관한 책만은 여기서 예외였다.

그래서 나는 지난 세월 수많은 인터뷰에 응하면서 얘기 좀 통한다 싶으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거의 빼놓지 않고 “이상에 대해서 책 한 권을 꼭 쓸 예정입니다” “이상에 대한 책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라는 식의 얘기를 꺼내놓았다.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나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큰소리를 쳐놔야 나중에 궁지에 몰려 하는 수 없이 책을 쓰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은 이상 책을 쓴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나는 그동안 엉뚱한 책만 계속 써냈다. 『조영남 양심학』 『천하제일 잡놈 조영남의 수다』를 비롯해 몇 권의 수필집과, 종교문제를 다룬 『예수의 샅바를 잡다』, 사회 문제에 관해 쓴 『맞아 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 그리고 최근에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과 나의 사랑 문제를 다룬 『어느날 사랑이』 등등이 그것이다.


드디어 나는 이상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다. 타이밍이 나를 그렇게 몰아갔다. 타이밍이란 ‘2010년은 이상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를 연모한 나로서 뭐 기념할 만한 책 한 권은 있어야 하는게 아니냐, 때는 이때다’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2005년, 한일수교 40년, 광복 60주년, 한일합병 100년이라는 기막힌 타이밍에 맞춰 일본에 관한 우리 생각의 중간검증 차원에서 『중앙일보』와 합작으로 『맞아 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이라는 책을 썼다가 작살난 전력이 있다. 만약 이번에 또 이상 탄생 100주기라 해서 이상에 관한 이상한 책을 써낸다면 시쳇말로 아예 아작이 나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어쨌거나 내가 뻥쟁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증명이 되어 다행이다. 내가 큰소리쳤던 대로 죽기 전에 이상에 관한 책을 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상은 시인이다. 「날개」 같은 유명한 소설을 썼기 때문에 소설가로도 알려져 있고, 「오감도」 같은 시를 썼기 때문에 시인으로도 불린다. 이 책에서 나는 이상이 남겨놓은 100편 가까이의 순수시들만 독자들과 함께 읽어갈 것이다. 반응이 좋고 내가 앞으로도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여유가 있다면 이상의 소설·수필 그밖의 잡문까지도 계속 파고들어갈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선 오로지 시다. 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인간 이상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은 나의 유일한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 들어간다. 얼마 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했던 영화 제목인 ‘버킷 리스트’는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말한다. 영화는 담당의사로부터 1년 이내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이루고 싶은 꿈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실제로 죽기 전까지 그것을 성취해낸다는 얘기인데, 내 경우는 시한부 인생 같은 막다른 장치도 없이 무작정 20대 중반부터 죽기 전까지 이상에 관한 책 한 권은 꼭 쓰고 말겠다는 애매한 결심을 세워놓았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상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는 뉴욕 카네기홀에서도 공연해봤고, 세계 최고인 빈의 콘체르트하우스, 평양체육관, 심지어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에서도 노래를 불러봤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나의 버킷 리스트 목록은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그림전시회도 열어봤지만 그 역시 내가 죽기 전에 이루고 싶어서 이룬 일들은 아니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을 뿐이다.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니라 이상에 관한 책만은 내게 유일하게 남은 버킷 리스트였다. 이제 나에게 이상 책 말고는 버킷 리스트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스위스 제네바에 가서 며칠 동안 손목시계를 실컷 구경하고 온다는 게 있었지만 그 정도야 아무 때나 비행기표 끊어서 가면 되는 일이라 굳이 버킷 리스트에 올리는 게 겸연쩍어 슬그머니 뺐다. 이제 더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몽땅 다 해치웠기 때문이리라.

고백하건대 이 책은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읽어야 마땅하다. 누구한테 보이기가 민망하다. 엉터리 수작 같은 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시가 워낙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그림을 능가하는 극추상이고, 존케이지나 윤이상의 음악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난해한 초 현대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설이라고 해봤자 괴발개발 횡설수설일 것이고, 직접 쓴 나도 읽는 사람도 모르는 미술평론가의 애매한 평론처럼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비슷한 이유로 나는 진작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과 『예수의 샅바를 잡다』도 냈다. 그래서인가. 아주 오래전부터 선배 이상이 내 곁으로 다가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이, 조영남 후배! 너는 음악도 하고 미술도 했잖아. 바로 그거야. 내 시는 너 같은 잡놈이나 잘 알아먹을 수 있어. 누가 뭐래도 네가 써봐. 나는 네 편이야. 널 믿어!”
선후배 얘기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이상이 다닌 경성공업고등학교는 지금의 서울공대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나도 서울음대를 몇 년간 다녔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우린 직계 선후배 관계다. 그냥 한번 웃자고 해본 소리다.

미리 말해두는 바이지만 미국에서 몇 년 살기는 했지만 나의 외국어 실력은 실로 엉망이다. 더구나 시를 읽고 해독할 만한 수준이 전혀 못 된다. 이 책에 인용되는 외국 작가의 시는 각기 다른 여러 번역본으로 읽어내려갔다. 대강의 뜻만 이해했다는 얘기다. 비록 번역시였어도 시를 읽고 즐기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상이 쓴 시를 점검해보겠다고 큰소릴 쳤다. 120편 남짓되는 이상의 시만 얘기해도 책 한 권이 훌륭히 될 것 같았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작품 제작년도가 불확실한 작품들은 뒤로 몰아넣었거나 다루지 않았다.

이상의 시를 나름대로 창작년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편집을 해보았더니 대충 아홉 묶음으로 구성되었고, 거기에 이상 시에 대한 나의 소견을 곁들였다. 참고로 책 제목이다. ‘이상李箱은 이상理想 이상以上이었다’일 수도 있고 그냥 ‘이상李箱은 이상異常 이상以上이었다’일 수도 있다.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란다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 시인 이상을 재조명하다
일반 독자를 위해 철저하게 다시 탄생한, 예술인 조영남의 이상론

“우리가 이상의 시를 못 알아먹는 건 죄가 아니다. 불법도 아니다. 누가 나더러 “그런 시 같지도 않은 시, 알아먹지도 못 하는 그 시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난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이상은 가장 알아먹을 수 없는 시를 가장 완벽하고 정교하게 써놓았기 때문에 현대시의 제왕이다.”

이상(李箱)의 시를 처음 보면 무슨 생각부터 할까? ‘이것도 시냐,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난해하다, 어렵다’ 등의 말부터 꺼낼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시해석을 읽으면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쉬워질까? 천만에 말씀이다. 분명 한글로 해석이 적혀 있지만 현학적이고 알 듯 모를 듯한 그들의 시해석으로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사람들은 ‘이상의 시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책을 덮어버리게 된다. 이런 반응 때문에 지금까지 이상의 시는 일부 평론가들만을 위한 작품인 것처럼 취급당해왔다.

시가 존재하는 이유는 많은 문학과 예술 장르들이 그렇듯이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 그렇지 못하면 못하는 문학과 예술은 그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평론가들이 아무리 시인 이상을 천재라고 추켜세운다 해도 일반 독자들이 외면한다면 그 시의 가치는 온전히 평가되기 어렵다.
이상의 시가 일반인들에게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시대의 토털 아티스트, 광대 조영남이 나섰다.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에 맞춰 스무 살 때부터 이상 시 해설서를 구상했다는 예술가 조영남이다.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조영남이 현대미술적 관점으로 이상의 시를 바라본, 쉽고 재미있는 이상 시 해설서이다. 이 책은 단 한 번도 이상의 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 이상에 대해 알기를 미뤄놓았던 사람을 위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조영남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삶은 늘 재미를 추구해왔다. 음악대학을 다니다가 대중가요 가수가 재미있을 것 같아 그쪽으로 전향했고, 제대 후에는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가 목사가 되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딴짓 예찬론자’라고 말한다. 고정된 삶을 싫어하고 늘 재미를 찾아 딴짓을 하곤 했다.
그의 이런 경향은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영남의 시해석은 권위적이지 않다. 어려운 말로 읽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기존의 시해석과는 차별된다. 이런 그의 글쓰기 방식은 일반 독자들에게 이상의 시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속도감 있고 쉽게 읽히는 문장, 친근하고 독특한 그의 글은 시해석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 ‘시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자유주의자 조영남만이 쓸 수 …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 시인 이상을 재조명하다
일반 독자를 위해 철저하게 다시 탄생한, 예술인 조영남의 이상론

“우리가 이상의 시를 못 알아먹는 건 죄가 아니다. 불법도 아니다. 누가 나더러 “그런 시 같지도 않은 시, 알아먹지도 못 하는 그 시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난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이상은 가장 알아먹을 수 없는 시를 가장 완벽하고 정교하게 써놓았기 때문에 현대시의 제왕이다.”

이상(李箱)의 시를 처음 보면 무슨 생각부터 할까? ‘이것도 시냐,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난해하다, 어렵다’ 등의 말부터 꺼낼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시해석을 읽으면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쉬워질까? 천만에 말씀이다. 분명 한글로 해석이 적혀 있지만 현학적이고 알 듯 모를 듯한 그들의 시해석으로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사람들은 ‘이상의 시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책을 덮어버리게 된다. 이런 반응 때문에 지금까지 이상의 시는 일부 평론가들만을 위한 작품인 것처럼 취급당해왔다.

시가 존재하는 이유는 많은 문학과 예술 장르들이 그렇듯이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 그렇지 못하면 못하는 문학과 예술은 그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평론가들이 아무리 시인 이상을 천재라고 추켜세운다 해도 일반 독자들이 외면한다면 그 시의 가치는 온전히 평가되기 어렵다.
이상의 시가 일반인들에게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시대의 토털 아티스트, 광대 조영남이 나섰다.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에 맞춰 스무 살 때부터 이상 시 해설서를 구상했다는 예술가 조영남이다.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조영남이 현대미술적 관점으로 이상의 시를 바라본, 쉽고 재미있는 이상 시 해설서이다. 이 책은 단 한 번도 이상의 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 이상에 대해 알기를 미뤄놓았던 사람을 위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조영남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삶은 늘 재미를 추구해왔다. 음악대학을 다니다가 대중가요 가수가 재미있을 것 같아 그쪽으로 전향했고, 제대 후에는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가 목사가 되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딴짓 예찬론자’라고 말한다. 고정된 삶을 싫어하고 늘 재미를 찾아 딴짓을 하곤 했다.
그의 이런 경향은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영남의 시해석은 권위적이지 않다. 어려운 말로 읽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기존의 시해석과는 차별된다. 이런 그의 글쓰기 방식은 일반 독자들에게 이상의 시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속도감 있고 쉽게 읽히는 문장, 친근하고 독특한 그의 글은 시해석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 ‘시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자유주의자 조영남만이 쓸 수 있는 이상 시 해설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노래나 부르던 사람이 뭘 안다고 시 해석이냐?” 하지만 이상 시에 대한 조영남의 해설은 하루아침에 덜컥 나온 얕은 수준의 것이 아니다. 누가 뭐라든 조영남이 이상의 시를 처음 접한 20대, 다시 말해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이상에 관한 책 한 권을 쓰고야 말겠다’며 별러왔던 작품이다.

그는 이상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시에서 느낀 감동으로 인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별명처럼 이상이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난 후 시인을 대신해서 그런 세상에 복수를 해주고 싶었단다. 한마디로 이 책은 조영남이 이상의 천재성을 증명하기 위해 40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꿈을 펼쳐놓은 책이다.
결심만 했다고 모두가 좋은 책을 써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글 실력이 받춰주어야 한다. 조영남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써낸 바 있는 상당한 내공을 지닌 일급 저술가이다. 난해한 현대미술에 대해 쉽게 풀어쓴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종교문제를 다룬 『예수의 샅바를 잡다』, 일본과 한국에 관한 중간 점검의 의미로 내놓은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만의 친일선언』 등을 통해 그의 글실력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조영남은 이 책을 “나의 유일한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말한다. 또한 여태까지 가수 외에 딴짓을 많이 해왔다고 스스로 얘기하며, 이번 이상에 대한 책을 딴짓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적었다. 아직까지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그는 약 원고지 1500매 정도의 글을 손수 펜으로 적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상에 대한 자신의 모든 열정과 지식을 책 속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원고를 새로 쓰기도 했다. 그러다 건강에 무리가 생겨 뇌경색 수술까지 받게 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만큼 이 책에 쏟는 애정은 깊었다.

현대미술과 이상 시의 신선한 조화
100여 편에 달하는 이상 시가 술술 읽힌다

“이상의 시는 현대미술의 이론으로 풀어야 한다.” 이것이 조영남식 이상 시 해석의 핵심이다. 이상의 시는 워낙 독창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시해석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결핵으로 28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기에 이해하기 난감한 부분을 시인이 직접 해명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이상은 띄어쓰기나 맺음말을 생략하는 방식, 도표, 숫자, 건축학적 요소를 시에 적용하는 방식, 문학적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주는 중의적 표현방식 등을 시에 다양하게 도입했다.

이런 방식은 이상이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미술가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건축과 미술을 함께 공부하고, 삽화와 설계도를 동시에 그렸으니 미술 같은 글, 건축 같은 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영남은 이런 그의 독특한 문학적 시도를 현대미술의 이론으로 해석한다. 조영남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이론을 뜻하는 미술용어인 ‘키치’부터 기존의 미학이론을 전부 수렴해 한꺼번에 접목시키는 미술을 뜻하는 ‘다다이즘’, 자유로운 상상력을 추구하는 ‘쉬르레알리즘’ 등등을 이상의 시에 접목한다.
또한 1930년대 현대미술계에 총아로 떠오른 뒤샹, 이상과 같은 시기에 시를 쓰기 시작한 피카소, 다다이즘의 대표주자 슈비터스 등의 예술가들과 이상 시 사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현대예술의 핵심을 분석한다. 이처럼 현대미술과 이상의 시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는 조영남의 시해석을 읽으면 현대미술과 현대시의 교합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해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에서 해석한 이상의 시는 100여 편에 달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상의 시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부터 ‘이상 전집’에조차 잘 포함되지 않은 시 「1931년」 「습작 쇼오윈도우 수점」 「회환의 장」「무제 3」까지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상의 시 분석에서 머물지 않는다. 조영남은 시를 전부 해석하는 것도 모자라, 이상의 시를 1930년대 전후의 모든 시와 비교하면서 현대 시문학계의 흐름을 분석한다.
이상의 시가 현대문학의 어느 위치쯤에 와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한국 최고 시인이라 말하는 정지용, 김기림, 김소월, 윤동주와,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랭보, 보들레르, 엘리엇, 포 등등과 비교하며 그 당시 시 경향을 소개한다. 이처럼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대시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다섯 번째 묶음: 「오감도」Ⅱ로 들어가면서’에서 외국 시인들과 이상을 비교하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랭보의 「나쁜 혈통」, 보들레르의 「축복」, 엘리엇의 「죽은 자의 매장」, 포의 「에너벨 리」와 이상의 「오감도」를 하나하나 비교하며 각 시인의 특이점, 장단점을 분석하기에 이른다. 결론은? 이상은 세계 시문학계의 내로라하는 시들과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는, 아니, 그들보다 훨씬 뛰어난 문학가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시는 이상의 「오감도」의 최대공약수이거나 최소공배수”이다. 이상의 시 하나에 그들의 모든 시적 표현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은 다른 시인들처럼 자연이나 풍경이나 사소한 감정, 삶 따위에 호들갑 떨지도 않았고 물밀듯이 밀어닥치는 삶의 역경에 징징대지도 않았다. 보들레르처럼 악에 받쳐 분노를 터뜨리지도 않았다. 랭보처럼 한 발 물러서지도 않았다. 오히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정면대결을 했다. 엘리엇처럼 타인과 다름없는 극히 보편적인 품성으로 살아가려 했다. 하기야 시인이 화려하면 그건 가짜다. 김기림이 증언한 대로 누추한 장례식장에는 길 잃은 별 몇 개만 서성댄다. 그때 김기림은 눈치챘을까. 스물여덟 살 조선의 청년 시인 이상이 신의 제왕 주피터가 되어 승천하는 날, 하늘에서 누추하고 남루한 유목민 행색으로 이상의 시신 곁을 서성댄 사람은 다름 아닌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김기림 자신, 그리고 보들레르, 랭보, 엘리엇, 포 등등이었다는 사실을.”

‘평론가 중심의 해석’에서 ‘독자 중심의 해석’으로
이상의 시, 누구나 알아먹을 수 있게 되다!

지금까지 이상 시 해설서는 독자와 동떨어져 있었다. 객관적인 정보전달이 주목적이었으며 읽는 사람의 이해도는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그래서 결국 대중에게 외면받게 되었다. 그에 비해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독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준다. 저자 조영남은 독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냐. 이제 당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해봐라”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글은 독자와 소통하기에 독자의 마음 깊숙이 전달된다.

조영남은 “시인 이상이 우리에게 퀴즈를 내거나 숙제를 준 게 아니므로 독자가 제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말면 그만이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엉뚱한 해석이라며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고, 재미있는 해석이라며 한바탕 웃고 넘겨버릴 수도 있고, 천재적인 해석이라 찬탄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조영남은 그 의견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은 사람이 100명이라면 100명 모두가 다른 목소리로 이상의 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조영남이 이 책을 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독자들을 평론가들이 설명하는 대로 이해하기만 하던 ‘수동적인 독자’에서 ‘적극적인 독자’로 환원시킨다.

5 Comments

  1. 리나아

    05/07/2010 at 13:16

    이상은이상이상….
    한문으로 써있는 걸 읽으니 그제서야 시원하네요..

       

  2. 김세린

    07/07/2010 at 22:42

    이 서문을 읽어 보니
    조영남이 이상을 20대 부터 연모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자신의 본령인 콘제르트보다 이상에 대한 책 쓴게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하니
    의아하군요.

    그래서 조씨는 자신만의 노래가 드물어진건가요?
    잘 읽었어요.

    안녕하시지요?   

  3. 참나무.

    08/07/2010 at 07:34

    오래 전- 집필계획 중일 때 부터
    이 제목이 심상치않아 관심이 많았는데
    이곳 YTN에 출연한 조영남씨에게서 출간소식을 직접 듣고
    서울가는대로 사보려고 드르륵 한 거랍니다
    리나아 님 편안하시지요…^^   

  4. 참나무.

    08/07/2010 at 07:48

    길어서 빠진 목차 추가합니다
    ——-
    첫 번째 묶음
    왜 이상을 난해하다고들 하는가·19
    이상한 가역반응·24
    파편의 경치·29
    ▽의 유희·33
    수염·36
    BOITEUX·BOITEUSE·43
    공복·47

    두 번째 묶음
    「오감도」는 단 한 편의 시 제목인가·53
    2인……1……·56
    2인……2……·61
    신경질적으로 비만한 삼각형·63
    LE URINE·66
    얼굴·74
    운동·77
    광녀의 고백·81
    흥행물천사·91

    세 번째 묶음
    이상의 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나·101
    선에 관한 각서 1·112
    선에 관한 각서 2·118
    선에 관한 각서 3·122
    선에 관한 각서 4·125
    선에 관한 각서 5·128
    선에 관한 각서 6·133
    선에 관한 각서 7·139

    네 번째 묶음
    이상은 진짜 이상했는가·147
    AU MAGASIN DE NOUVEAUTES·153
    출판법·160
    조8씨의 출발·169
    대낮·176

    다섯 번째 묶음
    나는 왜 이상을 현대시의 제왕이라 칭하는가·181
    시제1호·198
    시제2호·204
    시제3호·207
    시제4호·210
    시제5호·214
    시제6호·217
    시제7호·219
    시제8호 해부·222
    시제9호 총구·226
    시제10호 나비·228
    시제11호·230
    시제12호·232
    시제13호·234
    시제14호·237
    시제15호·239

    여섯 번째 묶음
    이상은 진짜 나를 웃기는가·249
    화로·256
    아침·258
    가정·260
    역단·263
    행로·265
    가외가전·267
    명경·277

    일곱 번째 묶음
    이상은 과연 환자인가, 건강한 시인인가·283
    금제·289
    추구·292
    침몰·294
    절벽·296
    백주·298
    문벌·300
    위치·302
    매춘·306
    생애·309
    내부·311
    육친·313
    자상·315

    여덟 번째 묶음
    이상은 왜 기인 소리를 듣게 되었는가·319
    꽃나무·325
    이런 시·327
    1933, 6, 1·330
    거울·332
    보통기념·335
    소영위제·339
    정식·343
    지비·349
    지비·351
    I WED A TOY BRIDE·355
    무제·358
    파첩·361
    무제·370
    무제·373
    한 개의 밤·375

    아홉 번째 묶음
    이상은 왜 노벨문학상을 못 받았는가·381
    척각·384
    거리·387
    수인이 만들은 소정원·389
    육친의 장·392
    내과·395
    골편에 관한 무제·401
    가구의 추위·405
    아침·407
    1931년(작품 제1번)·409
    습작 쇼오윈도우 수점·419
    회환의 장·422
    최후·425

    책을 쓰고 나서
    딴짓만 하며 산다·429   

  5. 참나무.

    08/07/2010 at 07:52

    본인 스스로 ‘딴짓 예찬론자’라 일컷는 조영남씨가
    이상 100주기를 맞아 맘먹고 쓴 시 해설서 아닌가 합니다

    그간 저는 제법 많이 그의 전시회 현대미술 세미나 음악회도 참석한 경험이 있어서
    공공연히 그가 ‘음악은 일(그림이나 집필)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란 말을
    많이 들은 적이 있어서 별로 거부감이 없는데
    일반적이신 분들에겐 질문하신대로 좀 이해하시기 힘든 부분이긴 하겠네요…^^

    며칠간 집을 비워 답이 늦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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