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My Own True Love – Jose Carreras

가끔 놀란다.

예감, 육감 같은 거에…

요즈음 부쩍 호세 카레라스를 자주 생각했는데

마치 내 속을 들려다 본 어떤 사람이

‘엣다 선물’ 한것처럼

자주 그의 연주나 모습을 볼 기회가 생긴다

추석 특집 ‘노날’에도 한시간 내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패트라, 파바로티 추모 공연 오프닝을 또 장식해서

‘우연이라 하긴…’ 괜히 혼자 지껄였다.

노날에서 들은 거 한 번 더 들으려고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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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다쳤다는 이유로 팍 줄였더니

모두들 좋다 해서 요다음에도 그러기로 결정봤다.

사돈댁에서 보내 온 선물도 예년 보다 적어서

덩달아 맘의 부담이 없어 다행이었다.

푸르딩딩한 감 3개에5천여원

값도 터무니 없었지만너무나 볼품이 없어 망설였더니

‘곳감만 놔라모…’

캐리어 밀며 따라다니던 남편도 기가찬지 거든다.

하여 곳감코너에 갔는데 이건 더 했다.

하얀 분도 안생기고 개미핥기가 핥아놓은것 같은 걸

대여섯 개 담아놓은 건7 천원이 훨씬넘는단다

– 개미핥기 본 적은 없지만…^^

재래시장 한 번 더 가지… 하고 발길을 돌렸다

시댁 고향이 감곳이어서 에지간한건 맘에 차질 않는다

그런데 추석 전 날은 물난리가 나버려 감 몇 개 사러

비를 뜷고 나갈 엄두를 못내다 ‘그냥’ 으로 나가버린 거다

‘조.율.이.시…자꾸 시가 걸리지만

남편도 감놔라 배놔라 하질 않고 ‘알아서 해라’ 해서…

(조상님이 벌 주시면 예수님이 막아주시겠지

아무래도 간뎅이가 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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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은 미리 꾸덕꾸덕 말려놔서 걱정없고

세상에나~~ 토란 1킬로에 13,000원

기계로 빙빙 돌려 깎아 방부제 왕창 넣은 건 만원인데

그건 그저 줘도 싫었다.

동네 골목 들어서면목욕탕 맞은편에 반찬가게가 있는 데

노부부가 쪼그리고 앉아 토란까는 거 탐나서단골이 되었다

바로 곁엔 부겐빌레아 등 화분도 볼 겸해서…

들깨갈아 넣은 토란탕(우린 찜국이라 한다)

어른들은 다 좋아해도 아이들은 별로 안좋아 하는데

조카가 일본 가기 전에점심 먹고간다고 들러

걸쭉한 토란탕을 보더니

‘와아..외숙모이거 진짜네요’

이러며 한 그릇을 제까닥 비웠다. 아들은 반이나 남겼는데…

사돈댁에 조금 보낸다고평소 보다 멋부린 나박김치는밥 다 먹고도

‘이거 온갖 거 다 들은 건강식이네요’

하며 그릇 채 마셔버려 사람 기분을 업 시킨다

‘니가 편식을 안해서 성격이 좋나보다야…’

나도 마구 칭찬을 해줬다.

(미국 국적인 아이라 각국 돌아다니다 보니제대로 된 한국음식그리웠나?)

영동교 초입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데려다 준다며

캐리어 끌고 아들이랑 나가는 폼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없어

등을 토닥거리며 자주오라 했다.

귀염받기 지 하기 나름이라니깐…아이나 어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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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당신에게서 무릎 하나를 얻어오는 동안 이 생은 가고 있습니다 …"

……..

– 김경주, 무릎의 문양 중

재주 많고 하는 일은 더 많은 김경주 시인이 76년생이란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비교하는 거안좋다지만

77년생 아들은 편식도 심하고 마냥 철부지 같다.

식습관좀 고치고 장가가야 할텐데

남의 집에 가서는 어떤 행동거지를 보일 지

실무시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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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하루죙일 자다 놀다 …T.V랑 놀았다.

‘과속스캔들’ 도 다 봐냈다.

건진 건 요즘 젊은이들 언어습관과 가치관

가족애로 종결시긴 약간의 휴머니즘 외엔 아무 것두 없다.

차태현의 개그 연기가 쫌 웃기긴 했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절대 놓치지 말아얄낀데,꼭! )

그보단 난생처음 본 ‘남자의 자격’ 내리 세 편

합창 지도하는외국 여자에게 휠이 꽂혔다.

한국말 어눌하게 하는데도리드 쉽있고 감동까지 준다

억지같고 뭔가 2% 모자라는 것 같은 한국영화보다 훨씬 더…

합창에 어울리지 않은 단 한 사람은 결국 합류를 못하고 스스로 물러난다

독창을 아무리 잘 해도 합창은 자신을 죽여야 하모니가 이뤄지는 데

멋진 지도자가 모든 걸 잘 아우르는 카리스마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는 결과보다 하모니 잘 이뤄냈고

즐기기까지 했으니 여한이 없다 했지만

그래도 난 결과가 궁금하다

이번 추석도그럭저럭 별탈없이 지나갔다.

그나저나 꼽다시 당한 수재민들은 어쩌누

국가에서 약간의 보상은 한다고 하더라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

이런말도 이기적인 것 같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지나가더라

이럴 수도 없고…

Tara’s Theme ~ Gone with the Wind

13 Comments

  1. 참나무.

    24/09/2010 at 09:10

    주전자 속엔 파도소리들이 끓고 있었다
    바다에 오래 소식 띄우지 못한
    귀먹은 먼 곳의 물소리를 만지고 있었다

    ( 중략…)

    – 폭설, 민박, 편지1 /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문예중앙시선
       

  2. douky

    24/09/2010 at 11:01

    저희집도 큰 애가 편식도 심하고 생활태도도 빵점에 가까운…
    그래서 제 걱정이 ‘에미가 잘 못 가르쳐 저러지..’ 소리 들을까 였답니다.

    한 수 위인 큰 애가…
    편식, 습관 반성하고 고칠 생각은 않고
    "엄마, 걱정마세요. 제가요, ‘저희 어머니는 절 이렇게 가르치시지 않으셨는데도
    이렇습니다" 설명하고 다닐께요… 하더라구요. 에휴…

    발은 좀 어떠신지요…   

  3. 김진아

    24/09/2010 at 11:15

    토란국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고기 들어간 걸쭉한 국물은 큰 아이가 특히 좋아하지만,
    까탈스런 작은 아이는 말간 토란국을 좋아해서요 ㅎㅎ
    결국 두가지의 토란국을 만들었지요.

    지나치게 한식으로 길들여서 제 친구들은 제아들들이 나중 장가 못갈거라고 합니다. ㅎㅎㅎ

    ….

    발..조심조심, 연세드시면(싫으시죠! ^^) 손 끝,발 끝…당뇨 없으셔도 조심하셔야 해요.

    버섯은 꼭 꾸준히 드시구요. 검버섯이 확실하게 늦게 보이고, 잘 안타나더군요.
    저희 친정아버지 보니까요. ^^

    친정아버진 내년 칠순이신데, 피부가 백옥이세요…   

  4. Marie

    24/09/2010 at 11:21

    발이 좀 좋아지셨나 궁금했는데
    아직 산뜻하게 낫진 않으셨나 보네요. 빨리 나으시기를…

    저는.. 대파 한 단에 7천 원이 제일 놀라웠어요.
    굳이 살 일은 없어서 저와는 상관없었지만요..

    갑자기 가을이 밀치듯이 온 것 같아서 마음이 바빠져옵니다. 괜히..
       

  5. 슈카

    24/09/2010 at 14:00

    올 추석엔 친정 먼저 다녀왔어요.
    추석 전 날, 시댁에 올라가 송편 좀 빚고 녹두전 좀 할랬더니 어머님께서 소리나 잘 보라고 하시며 작은 어머님이랑 다 하셔서 친정 온 딸래미처럼 구경만 하고 먹기만 했어요.
    신랑이 허리가 아파서 운전하기 싫다고 셋째오빠 내려가는 길에 묻어간다고 어머님께 말씀 드리니 차례도 안 지내는데 그러라고 하셔서 빗속을 뚫고 버스 타고 가서 중간에 오빠랑 만나 집에 갔네요.

    토란국을 올 해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는거예요!
    들깨 걸죽하게 넣고 토란이랑 부친 두부를 넣어 끓였는데 저는 두 그릇 뚝딱했는걸요~

    명절 때마다 서른 명이 넘게 모이는 친정집은 차례상 준비하고 연휴 동안 먹거리 해대는데 백만원 돈이 든다네요.
    언니가 손이 커서 넉넉히 뭐든 준비하기도 하지만 아휴.. 맏며느리 아무나 못해요…

    남.격에서 합찬 지휘하는 여자는 ‘박칼린’이라는 뮤지컬 감독이라네요.
    혼혈이래요.
    그녀의 카리스마와 매력에 저도 빠져버렸어요^^
    합창대회에서 상도 받았다죠. 이번 주에 그들의 합창무대가 기대되요^^   

  6. 마이란

    24/09/2010 at 22:39

    소리내 웃었어요, 참나무님.
    조상님이 벌주시면 예수님이 막아주시겠지.. 에서 ㅎㅎ

    서울에 비 피해가 많다는 소식 듣고
    쉽게 추석인사 놓게도 안되더라구요.
    위성 사진보니 정말 거짓말처럼 수도권 위에만 구름이 잔뜩..
    포스팅 읽으면서 뒤늦은 추석인사 혼자 했구요~
    저는 토란탕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아. 없어요. ^^)

    여긴 추석 전날 하루 반짝 맑아서 달님 보여주더니
    계속 흐리고 비와요.
    어젯밤에 처음으로 히팅을 돌리며 잤구요.
    오랜만에 진한 커피가 한 잔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 뽑았어요.
    (참나무님꺼랑 똑같은 거 사용한답니다.^^)
    늘 묽게 마시는 편인데
    진한 커피가 입안에 마음안에 착착 감기는거 보니까 가을인가봐요.
    정말 철들고나서 처음으로 가을을 무심하게 맞고 있었거든요.
    이것도 수술 후유증일까… 싱거운 생각이 들 정도로.^^

    추석날 이른 아침에
    초정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제가 전날 한 전화를 못 받으셨거든요.
    참나무님 너무 존경하고 좋아한다는 말씀, 또 하시더라구요. ^^

    전해 듣는 소식만으로도
    늘 마음이 푸근해지는 사람들 가운데 참나무님이 계세요.
    자주 인사 못드려도 늘 그려려니… 하시라구요. ^^

       

  7. 참나무.

    24/09/2010 at 22:57

    덕희 님이 저랑 비슷한 걱정이 있는 줄 몰랐네요…^^

    편식과 나쁜 습관은 군대 다녀온 이후 잠깐 고쳐지는 듯 하더니 도루묵이더만요…^^
    뭐라 그러면 중전마마 들오면 다 고쳐질 거라는 엉뚱맨입니다…^^

    발은 거의 나아가는 데 그간 축쳑해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나봅니다…^^
    추석 잘 쇠셨겠지요..그댁도 맏이라…^^   

  8. 참나무.

    24/09/2010 at 23:01

    진아씨 아이들 곁에 있으면 토닥거려주고싶네요.
    나이들어 그런지 가끔 손발이 저릴 때가 있어서 종합검진 한 번 해봐야지 하지만
    병원가기는 왜그리 싫은지…벼락같은 소리할까봐 겁이나서일까 싶네요…^^

    아들이 아니라 제 편식 먼저 고쳐야겠습니다…버섯은 저도 좋아해서 다행이네요.
    친정아버님은 복 많으신 분이세요…^^

       

  9. 참나무.

    24/09/2010 at 23:07

    그러게요 자주 자리에 누울 때가 많고
    등만 닿으면 잠이오더라구요…그래서 어제저녁 ‘아라비아의 로렌스;
    세시간이 넘는 영화 시껍하며 봤습니다…

    북서울 공연소식 참으로 유익했어요
    송영훈 신현수 조성진…매일 저녁마다 만나는 이루마까지…대단한 기획이데요
    스케쥴 봐가며 빨리 예매하려구요…정말 꿈같은 공연장이었지요

    마리 님 동네 파 한 단에 7천원은 넘 심하다…@@
    장사들도 힘들어하더라구요…언제 안정이 될지…;;
       

  10. 참나무.

    24/09/2010 at 23:15

    소리가 효녀에요..방굿방굿 웃는 모습 어찌나 구여운지…!

    참 좋은 시어르신들..다 슈카 님 복이구말구요
    그나저나 친정식구들 정말 대가족이네요
    저도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은 썰렁해서 점점 줄이게되네요

    그 댁 토란탕은 두부를? 우리는 쌀과 들깨 불렸다가 드르륵 갈아서
    넣는답니다…요즘은 들깨 갈아둔 거 팔아서 그냥 쌀만 갈아 넣었더니
    고소한 맛이 예전같진 않데요…

    방앗간엔 아예 그냥 들깨 파는 게 없더라구요

    와우 박칼린(?) ..어쩐지 에사롭지않더니…
    굵직굵직한 뮤지컴 음악감독이었더군요
    남자의 자격 본방사수해야겠네요 날짜 알아보고…

    고마워요 딱 필요한 정보들…
    근데 토란탕을 첨 먹어봤다구요…?

       

  11. 참나무.

    26/09/2010 at 15:32

    긴 안부 반갑고 고마워라
    초정님 참 선하지요 …좋은 인연들 잘 가꾸길…

    한국 한 번 나오라고 떼쓰면 더 맘 상해할 것같아 참기로 하고
    춘천 가면 하이에나 씨 작품 꼭 찾아보리라
    가능하면 인증샷까지-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얼마나 많이 다쳤으면 이민 후 여태 한국 한 번 안나오실까…짐작해봤답니다

    근데 미라니도 들깨 토란탕 안먹어봤다구?
    난 오늘 아침에도 밥 안먹고 한 릇 뚝딱 했는데 스프처럼
    언제 한 번 시도해봐요..몸에도 좋은 들깨라 확실한 영양식인데…^^

    다시 올린 경춘선….역시 좋았다우 – 추억이 먼저 …이부분 특히…!   

  12. 술래

    27/09/2010 at 14:58

    들깨 토란탕 나도 먹고 싶어요.

    아드님 편식 걱정 안하셔도 될거예요.
    제 아들은 이유식을 먹일때부터 편식이 얼마나 심했던지요.
    고기만 먹었어요.
    지금도 김치는 아예 입에도 못대긴 하지만…

    한국음식을 먹기 시작한것도 대학때 기숙사에 있으면서 조금씩 찾던
    늦둥이였는데 언젠가 추어탕이 맛있다고 해서 어찌나 놀랐던지요.

    아마도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낄땐 편식도 바꾸게 될거고 필요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어도 또 상관없을테니요.

    색시가 싫다하면 아마도 안 할걸요? ㅎㅎㅎ   

  13. 참나무.

    27/09/2010 at 22:44

    정답~~~중전마마가 싫어하면 안한다…!!!

    저도 많이..오래 걱정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정작 본인은 절대 편식 안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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