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이
몇 년 후 공간사옥처럼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 술이 뭐길래
수영장 셔틀 버스 안,
주말을 보낸 월요일이라 하루 못 봤다고
밀린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왕왕 벌떼처럼 들려온다.
" 내리 사흘을 먹고 치고 마시고 추고 실컷 놀다 왔더니…"
허리 아파 죽겠다는 1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술을 권하면 왼손은 괜찮다고… 안먹는다고 손 흔들면서
"오른손은 술잔으로 향하고 입은 귀에 걸리고…" 그런단다.
동생 부부도 우리 가족(사돈)모임에 섞일 때가간혹 있다
술 못하는 제부에게 술잔을 권하면
"술은 욜로 욜로…"
주시라고 손을 지 앞으로 보내면서
60되는 동안 제일 잘 한 일이 술 배운 일이라며
이젠 나이 들어사돈들과도 니내들이하는 동생 생각도 났다.
나도 술을 좀 배워볼까, 싶게 하던 날이었다.
세상 사는 재미 하나를 모르고 사는건지
# 기도
8.15 광복절 주간에 새벽 기도를 몇 번 나간 적이 있다
5시 30분에 시작하여 6시 즈음이면 불을끈다.
몇 몇 간절한 기도거리(?)가 있는 분들만 남고
아침 시간이라 대부분 나가신다.
난 그 날 꽃꽂이 찍을 일이 있어서
다들 나가실 때까지내내 기다려도 아주머니 한 분은
앞자리 의자 등에 엎드린 폼이 얼른 나가실 것 같지않아
살짝 앞으로 나가 꽃꽂이(정확히는 태극기)를 찍고 확인하니
새카맣게 나왔길래 기도 중인분껜대단히 미안하지만
아침시간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번쩍!
플래시 터트려찍고 급히 나오려는데
세상에나 만상에나 !
제단 아래에서 목사님이 일어나시는 거다
예배 끝날 즈음 나도 눈을 감고 있어서
파이프 올겐있는 옆문으로 나가신 줄 알았는데
목사님은 그대로 꿇어앉은 채 계속 기도 중이셨던 거다
신문이나 펼치며 아침 준비하는 그 시간에도
내내 기도를 드리고 계셨구나 생각하니
디카들고다니며 행망궂은 짓거리나하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 며느리는 언제 우리 식구가 되는걸까
"…우리가 며느리를 보긴 했나?"
술도 담배도 않는 울집 남자가 주말 즈음(심심하면) 이런 말을 한다
"참 구식이네, 또 또…
요즘은 아들 결혼식은 이별식이란 말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냐~~ 로 이어진다
맞벌이 부분데 주말이면 쉬어야 하지 않겠냐
자주 오면 나만 귀찮다 …까지발전할 때도 있고있지만
원천봉쇄로 아예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해온터라
오랜만에 맥주 한 캔 하고 괜히 쉰소리는 왜 하냐…로
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나는 믿는 편이다
누구(어떤 시어머니) 는 며느리 온다고
집이 마구 어질러저 있어도 치우지 않고
따로 별스런 음식 준비않고 먹던 거 그대로
같이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그 때라야
진정한 내 집 식구가된단다.
아들 부부 온다 하면 남편도 자기방 정리도 하고 그런다
나는 아직 며느리에게 설겆이 한 번 시킨 적도 없고
왜 아직 아기소식 없냐 ,
무슨 수(?)를 쓰는 건 아니겠지?
그런 말도 못 물어 본다
– 결혼 후 3개월 이상 됐는데도 말이다
내 며느리는 언제 내 식구가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고깔 모자는 아직 식탁에 있고…
화분곁엔 바람 반쯤 빠진 풍선이 걸려있다
앞으로도 무슨 축일이 어려운 숙제나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 EIDF( EBS 국제다큐영화제)
EBS 다큐들 이런 날
좀 나눠서 한 편씩 방영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본 건 달팽이의 별. 비바 마리아. 강의 포옹.
데이비드 지우기, 월드 클래스 키즈. 아바타와 나,
황혼 메달 등등이고
보다 자다 한것도 몇 편 있지만
일일이 제목을 다 늘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 .
영화제라는 게 원래 봇물 쏟아지듯 그런건 데
괜히 또씰데없는 생각만 해. 본. 날. . .
# 토란과 강아지풀
우리 동네 지나다니다 보면 현관 위 좁은 공터에다
토란이나 고추 등 식재료를심은 집이 보인다
정원 한 뼘없는난그런것만 봐도 부럽다
주인들은 참 선한 분들아닐까
된장찌개 끓이다 현관 위에 올라가
고추나 상추 똑똑 떼어먹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나도 앞으로 고추나 상추 쑥갓같은 것들 함 키워봐?
아이구~ 아니지
무성하게자라나는 저 무서운 오션들 어찌하고..^^
연잎같은 토란잎은 너풀 너풀 보기도 시원하고
가지는 잘 말려 육개장에 넣어 먹을 수도 있고
추석 즈음이면 토란알은 또 얼마나 튼실하게 달릴까
그러면서지나다닌다
강아지풀과 넝쿨 장미 아치가 있는이 집 주인은?
그 아래 정물처럼 할머니 한 분이오도마니 앉아계셨다.
# 설악초
몇년 전 꿈꾸는 정원사님 댁에서 알게 된 설악초를
울 동네에서 처음 발견한 이후
해마다 하앟게 피기 시작하면 반가워서
작정하고 근처를 자주 지나다닌다
하얀꽃이 어찌나 신기한지
요즘 분꽃, 나팔꽃, 맨드라미족두리꽃 곁에도 흩어져 피어있다
사연도 많은 유포르비아( 설악초 )를오다 가다
쪼그리고 앉아 디카 들이밀고 유심히 본 것 외엔 아무 것도 한 일 없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
비현실적 비실용적인 강아지풀이 있던 컴컴한 곳에서
정물처럼 앉아계시던 할머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0.1초를 따져쌌는 요즈음에 말이지
놓친 구름 / 최 정 례 |
김진아
30/08/2011 at 02:25
설악초가 추석 지나기도 전에 씨앗이 영글게 생겼어요.
봄에 씨앗 뿌리면 일년내내…초록에 하얀 꽃 까지 더불어 보여줘서..
항상 화분 한켠엔 씨앗 받으려고 옹기종기 모다 심어 놓았죠.
막내 동생을 보면 …그 말씀이 맞으시구나 합니다.
청소하지 않아도, 그냥 평소 음식 그대로 만나는 순간이 우리 식구요.
제가, 제부들을 맞이 할때면 특별하게 음식 만들거나 하지 않는 거와 마찬가지겠죠.ㅎㅎ
친정 엄마 안계시니, 집에 오면 나이 차 얼마 안나는 절 보고 농으로 장모님 ..해요.ㅋㅋ
이상한 촌수가 생겨나지 뭐예요.
참나무님…며느님도 혹?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섬
30/08/2011 at 03:10
언제부턴가
흙을 뚫고 올라오는 초록에는 다 감탄하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세상이 반바퀴정도 바뀌었어요.
자연은 그렇게 사람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 있는 듯 해요.
도심의 회색 건물들과 아스팔트에 갖힌 현대인들이
바람 한 줌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에 온 마음으로 환호하는 건
그 안에 우리가 닿을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일까요.
살아 있음이 살아 있음에게 부치는 안부같은
한자락 위로…
최정례 시인의 시집을 찾아 보고 싶어지네요.
시인의 몇 몇 시들을 읽으니…
무무
30/08/2011 at 04:39
저는 며느리 맞기엔 아직 멀었다 싶지만
그래도 자꾸 마음 비우려는 연습합니다.
제가 며느리였기에 며느리 마음을 저도 잘 알지 않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자리가 바뀌면 달라지는가 봐요?ㅎㅎㅎ
슈카
30/08/2011 at 06:02
저는 결혼하고 3년 째 되는 해에 한 동네에 살게 되면서부터 한 식구가 된 느낌이예요.
아무래도 한 동네다보니 서로 볼 일도 잦고 사소한 것도 나누다보니.
지금은 어머님이랑 함께 눕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도 아직은 어머님댁에서 음식은 못하고 설거지만해요;;;;
참나무.
31/08/2011 at 10:09
..그러게요 세월이 좀 지나야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겠지요
소리 엄마 오랜만에 다녀가셨네…^^
*
전 다 잊었네요 벌써..^^
예전에 어느 작가는 며느리랑 나란히 외출해서
‘딸인가봐요’ 이런 소리 듣는 게 소원이었다네요
저도 막연히 그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취미가 비슷해야 되지않을까 했답니다
*
옴니버스 식 잡글인데
섬님의 관심사는 오로지 식물과 시
여름 이야기 잘 읽고있어요..음원 ;참나무 까지…^^
이젠 가을이야기 자주 올려주셔요~~
*
설악초를 직접 키우면 더더욱 애착이 가겠군요
진아씨야말로 집안의 기둥이니 장모님이란 말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