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 – 속삭임, silkscreen, 55.2×47.3.cm
▶일본 국민작가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는 1977년 자전소설 ‘내 어머니의 연대기’를 냈다. 소설 속 주인공은 꿈을 꾼다. ‘고향집 앞길 같기도 한 곳에서 어머니는 두 손을 휘저으며 누군가에게 빨리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주인공은 스물셋 젊은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찾아 헤매며 깊은 밤 달빛 쏟아지는 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머니는 조용하고 심지가 굳었지만 때로 토라진 소녀 같았다. 1991년 세상을 뜨기 앞서 이노우에는 "내가 죽고 30년이 지나도 사람들 마음에 남을 작품"으로 이 책을 꼽았다.
▶김주영은 ‘엄마는, 두 번이나 사내를 갈아치운 여자가 감당해야 할 이웃의 조소와 경멸을, 모질고 벅찬 노동으로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극복하려 했다’고 썼다. 그는 엄마가 안방 새아버지 곁을 떠나 썰렁한 건넌방에 건너와 잠든 그를 껴안은 채 흐느꼈던 때를 기억했다. 엄마가 흘린 눈물은 모로 누운 소년 김주영의 뒷덜미에 뜨겁게 젖어들었다. 소풍 때 말고는 점심을 먹어본 적 없는 소년은 ‘내게도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쏟는다.
▶시 쓰는 김용택은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뜯어먹고 비로소 시인이 됐다"고 했다. 김주영은 "내 생애에서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뿐"이라고 고백한다. 김주영은 일흔셋이다. 이노우에도 어머니 연대기를 썼을 때 일흔이었다. 사람들은 어머니의 몸과 삶을 파먹고 또 파먹어도 끝이 없을 줄로만 안다. 제 머리 하얘질 때까지도 모르다 잿가루가 된 어머니의 유골함을 들고서야 아주 조금 깨닫는다.
"어머니…" 김주영, 노년에 참회록을 쓰다
…思母曲)이기보다는 참회록이었다.
2012.5.14(월)어수웅기자
summer moon
16/05/2012 at 19:30
문학하는 사람들의 작품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엄마’의 존재만 모아서
책을 만든다면 몇십권은 쉽게 엮어질거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제가 완전히 빠져 지냈던 알베르 까뮈의 엄마만 생각해도
가슴이 한켠이 아파오고…
김주영님의 작품들은 무조건 다 읽고 싶어요.^^
산성
17/05/2012 at 00:10
실종된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생떽쥐베리 어머니의 기도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집에 가서 찾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언제 찾아지면…
그 책에 어머니랑 나누던 무수한 편지들도 실려 있었는데
미안하게도 이 양반 마마보이?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흠~
오늘 하루도 기쁨으로!!
참나무.
17/05/2012 at 00:40
그러게요 문인들의 연애편지는 나온적이 있는데
이왕이면 5월 즈음 나올지도 모르겠네…합니다
오타가 넘 많이 지우고 다시…;;
참나무.
17/05/2012 at 00:41
…제가 볼트체로 쓴 이유를 실증하시네…
천천히 찾아 올려주셔요
상원사 옛길과 쪼그린 소녀, 제 뇌리에도 박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