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즈음

언제부터인가 인왕산이 보이는 서촌 나들이를 자주했다

인사동도 삼청동도 북촌도 시들해지기 시작할 무렵

서촌시대라는 말이 떠돌던 몇 년 전부터다.

작년에 다시 서촌 붐이 일기 시작한 건 남정 박노수화백께서

옥인동 사저랑 작품을 전부 종로구에 기증하고 종로미술관으로

개관한 이후부터 사람들의 관심도 급부상한 것같다 .

석철주- 신 몽유도원도

인왕산하면 또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석철주화백이 떠오른다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신몽유도원도를 작년에 새로 오픈한

우리동네 서울숲 초입, 중국집-Wei(웨이) 에서도 두 점이나 만나

짜장면먹는 척작품 보러 몇 번 더 간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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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입춘, 매화색을 입힌 그의 그림을 보니

다시 인왕산 근처 서성거리고 싶다.

글이 있는 그림 – 석철주

인왕산, 눈으로 산을 오른다. 보고 있노라면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잰걸음으로 산을 오르던 생각이 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내쉰다. 그때 그 내음을 눈을 감고 느껴본다. 고향이 눈앞에 있어 행복하다. 태어나면서 보아온 산이며, 어릴 적 동네친구들과 함께 오르내리던 곳이며, 추운겨울이며 아버지 손에 이끌려 덧을 놓으러 가고, 아침이 되어 선잠을 깨우는 아버지께 가지 않겠다고 투정하면서 따라가 잡아온 토끼가 마루 밑에 겨울을 나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동네 시장 통에 화실을 냈다. 아침이면 일어나 창문을 열면 거대한 인왕산이 겸제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그림을 그린다. 짙은 안개는 창문을 타고 들어와 내 그림 속에 머문다. 그림이 눅눅해진다. 창밖으로 후두둑후두둑 빗소리가 요란하다. 더 많은 안개로 내 시야에서 산이 사라진다. 내 붓끝으로 들어왔다. 진종일 비가 내린다. 다시 창문을 여니 비는 그치고 산은 포근한 안개를 두르고 있다.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화실창문에서 바라보던 인왕산이 보이고 소란스럽던 시장 통 정겨운 소리가 그리워진다. 아침이면 옆집 빵집가게의 구수한 빵굽는 냄새와 닭튀기는 기름 냄새, 아래층 슈퍼를 들락거리는 사람 소리 등…….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가, 시장 통 거리를 서성인다.

화실이 있던 허름한 자리는 번듯한 건물의 슈퍼가 들어서고 더는 남아 있는 흔적이 없다. 그 자리에 서서 인왕산을 바라보니 앞 건물에 가려 잘 볼 수가 없었다. 다시 눈으로 산을 오른다. 내 그림 속에 인왕산도는 어린 시절 돌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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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철주 ‘매화초옥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ㆍ먹.

13 Comments

  1. 조르바

    03/02/2014 at 03:49

    음악이 뭔가 궁금하나 회사라 여유가 없어서… 이따 집에가서 잘 듣겠습니다. ^^
    석철주화백님 그림 직접 보구 싶은 생각이 드세요
    참나무님이 참 부럽습미대이..ㅠ   

  2. 참나무.

    03/02/2014 at 05:26

    Both Sides Now …주디 콜린스 외 여러 가수들이 많이 불렀지요
    오늘 올린 건 바로 아래 영화 ‘인사이드 르윈, 실제 주인공 Dave Van Ronk의…

    어제부터 계속 들었는데… 더 듣고싶어서요…;;

       

  3. 해 연

    03/02/2014 at 06:29

    나는 미술 이야기에는 주눅들어서…ㅎ
    추천만 하고 갈께요.^^   

  4. 참나무.

    03/02/2014 at 06:39

    아고 고마워요…썰렁한 홈에…^^*
    지금 흐르는 노래 가사 올려드릴게요..드릴 게 없어서…;;
    *
    Bows and flows of angel hair
    and ice cream castles in the air
    and feather canyons everywhere,
    I’ve looked at cloud that way
    But now they only block the sun,
    They rain and snow on everyone
    So many things I would have done
    but clouds got in my way
    나비모양으로 흘러가는 천사의 머리칼,
    허공에 아이스크림으로 지은 성,
    그리고 어디에나 깃털같은 계곡..
    내가 본 구름은 이런 모양이었어요
    하지만 그 구름은 이제 태양을 가리고
    사람들에게 비를 내려요
    할 일이 많이 있었지만
    비 때문에 하지 못했어요

    I’ve looked at clouds from both sides now,
    from up and down, and still somehow
    It’s cloud illusions I recall
    I really don’t know clouds at all
    난 구름의 양면을
    위와 아래에서 모두 보았어요
    그리고 아직도 구름의 환상을 기억해요
    난 구름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동화가 현실로 이루어진 것처럼

    Moons and Junes and ferris wheels,
    The dizzy dancing way you feel
    when every fairy tale comes real;
    I’ve looked at love that way
    But now it’s just another show
    You leave ’em laughing when you go
    and if you care, don’t let them know,
    don’t give yourself away
    달과 6월과 페리호의 바퀴가
    어지럽게 춤추는 느낌..
    내가 바라본 사랑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사랑은 쇼일 뿐이에요
    그들의 웃음을 뒤로 하고 당신은 떠났죠
    마음에 걸리더라도,
    그들이 알지 못하게 가세요
    당신의 의도를 밝히지 마세요

    I’ve looked at love from both sides now,
    from win and lose, and still somehow
    It’s love’s illusions I recall
    I really don’t know love at all
    난 얻었다가 다시 잃어버리는
    사랑의 양면을 모두 보았어요
    그리고 아직도 사랑의 환상을 기억해요
    난 정말 사랑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Tears and fears and feeling proud
    to say "I love you" right out loud,
    Dreams and schemes and circus crowds,
    I’ve looked at life that way
    But now old friends are acting strange,
    they shake their heads,
    they say I’ve changed
    But Something’s lost
    but something’s gained in living every day
    소리 높여 "사랑해"라고 외치며 느끼는
    눈물, 두려움과 자부심,
    꿈과 계획, 그리고 왁자지껄한 사람들..
    내가 바라본 인생은 이런 모습이었죠
    하지만 이제 친구들은 변했어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변했다고들 하죠
    매일매일의 삶을 살면서
    얻는게 있는가 하면 잃는 것도 있어요

    I’ve looked at life from both sides now,
    from give and take, and still somehow
    It’s life’s illusions I recall
    I really don’t know life at all
    난 주고 받는 삶의 양면을
    모두 보았어요
    그리고 아직도 삶의 환상을 기억해요
    난 정말 인생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5. 조르바

    03/02/2014 at 15:03

    가사와 함께 노래를 들으니 더 좋네요
    ^^ 특이해요..   

  6. 참나무.

    03/02/2014 at 15:20

    어제 오늘…여가만 나면 들었는데도 싫증이 안나네요
    영화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아서인지…

    듀엣으로 활동하던 친구가 자살한 이후 솔로로 활동하면서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
    음반회사에 찾아가지만 사장은 ‘노래는 좋은데 돈은 안되겠다…그룹 만들어라’
    충고하지만 거절하던…아고 스포일러될라…참을게요…^^

    빨간바지 사진 올렸나요..^^*   

  7. 조르바

    03/02/2014 at 15:25

    제가 원단 이해부족인지 한쪽 다리라인 수정해서 큰땀으로 우선 박아 걸쳐보니
    영,,, 아니올시다,,,, 또 중단 딜레마~
    아무래도 실패작이 될듯… 이번주 안에 아무튼 끝장을 봐야죠…ㅋㅋ
    딸래미는 색 때문에 절레절레~ 제발~ 표정이구요…ㅎㅎㅎ   

  8. 선화

    03/02/2014 at 22:29

    참나무님! 옛날 울집은 거실문을 모두 열어놓고 한여름이면 누워서 보면
    인왕산이 가까이 있는듯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언니들이 제 위로 4명이나 있어 저는 벌써 초딩때 팝송 거의 섭렵~~ㅎㅎ
    그때가 그립네요 형제들과 엘피판 골라가며 음악듣던…
    용돈 모아가며 레코드집가서 고르는 재미…
       

  9. 참나무.

    04/02/2014 at 00:28

    선화님은 탄생부터 예술적인 동네에서?

    조르바님과 두 분 대화 봤어요..이중섭미술관 썰렁하다시는…
    그나마 이호재(가나아트 대표)씨가 기증한 작품들일걸요
    이중섭미술관에 원화 한 점이 없다해서 이중섭그림 7점등 50여점을
    이호재씨는 시립미술관에도 기증한 걸로 알고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제대로 실천하는…
    화상이 돈되는 작품 기증하기 쉬운 일 아닌데도 말이지요
       

  10. 참나무.

    04/02/2014 at 00:28

    빨간바지가 뭐 어때서요? 부디 완성햐서 입고다니셔요..^^   

  11. 참나무.

    04/02/2014 at 00:32

    그 참 이상하네
    뒤에 올린 답글이 먼저올라가버리다니???   

  12. 선화

    04/02/2014 at 02:41

    이노래… 옛날에 울 언니들과 너무도 즐겨 듣던…
    그랬던 울 자매들이 이제는 큰언니는 70~50후반…
    인생무상!!! 입니다!!
    ( 아깐 바빠… 다시 천천히 크게 자세히 음미중~ㅎ)

    이 목소리로 들어보니 새롭습니다
    가사가 참좋은…. 여긴 바람이 넘~~ 불어댑니다!!   

  13. 참나무.

    04/02/2014 at 07:30

    저도 언니들 처럼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팝입니다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허무하게들리다니요…;;
    정말 좋아서 오늘 잠깐 카페에들렀을 때도 들어보고나왔다니깐요
    바로 위 인증샷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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