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고 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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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Seg69d3CQ8 <–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옇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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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窓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前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로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꼬 내려 덮여 따라 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사이로 발자욱을 찾어 나서면
일년 열 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출처 : 11. 27, 2013

P.S

폭설 – 류근

그대 떠날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 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375) 상처적 체질- 류 근 시집  24~25P

035

034

벌써 6년 전이네요…세월 참…

출처: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

http://snac.chosun.com/

7 Comments

  1. 참나무.

    16/02/2016 at 14:38

    그대 동네도 눈 오시나요
    우리동네는 폭설이 내리데요
    눈 앞이 안 보일 정도의…

    • 수선호이

      16/02/2016 at 15:38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 류근 시인의 ‘폭설’ 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 2010)

      ..바람만 많이 부네요..감성마을에도 폭설소식이 들려오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저 시를 읽다가
      눈이 녹는데 길이 지워질까..하는 생각을 했답니다..ㅋㅋ^^

  2. 참나무.

    16/02/2016 at 16:35

    그러게요 아깐 폭설이었는데 어린이집 오갈 땐
    “언제 눈왔어?”
    다 녹고 질퍽거리기만하데요
    ‘상처적 체질’ 여러 권사서 선물 제법 했는데
    폐북 황제란 말이 무색치않게 ‘어울리는’ 글을 잘 쓰데요
    전 아주 가끔 읽긴 하는데 …
    제가 조금 아는이의 아는이들까지…넘 복잡해서
    폐북 체질은 아닌 것같아요 전…^^

  3. 참나무.

    16/02/2016 at 16:55

    아참 시 직타 고마워요~~
    내년은 윤동주시인 탄생 100주년이라지요
    강하늘이 연기 잘 하겠지요
    http://hub.zum.com/news1/3539

  4. 데레사

    17/02/2016 at 09:27

    우리 동네는 새벽에 좀 내렸는데 낮에는 어쩌다가
    바람에 약간씩 흩날리기만 했어요.
    그래서 우산 없이 돌아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참나무님 동네 좋은 동네에요. ㅠㅠ

  5. 참나무.

    17/02/2016 at 10:01

    농담도 수준급이십니다 데레사님…^^
    안그래도 어제 하콘다녀오면서 참 좋은 동네구나 했지만
    -슬쩍 동네자랑 또…
    오늘같은 날 사시는 동네에도 있다는 유황온천탕 가셔서
    몸 좀 푸욱 담그고 오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저는 요즘 온천에 꽂혀서 지난 월요일에도 다녀왔답니다.
    한결 가뿐하데요 찌부르르 하던 몸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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