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바람결

“내 그림의 소재는 풀이다. 들이나 야산에 가면 어디서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잡초들이다.  한줄기 잡초와 평형의 존재로 마주서면 풀잎은 어떠한 철학적 물음보다도 더욱 본질적인 자연의 순리를 일깨워 준다.” -안병석화백

詩의날 (11월1일) 서림화랑에서는 매 해 詩가 있는 그림 展이 열렸다.

안병석 화백 그림은 김수영 시인의 詩 이랑 같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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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혜화마티네 공연 끝나고 혜화동 주민들이

보내 온 의자들이 있는 3층에 다시 올라가봤다.

혜화동 풍경전 보러간 첫날 에스프레소잔 때문에 들리게 된 카페 그린 도어

젊은 여주인이 ‘인터뷰 봤냐’ 물었을 때

‘흐릿해서 잘 안보여 못봤다’ 한 게 자꾸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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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역시 흐릿했지만 자막은 잘 보여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사진까지 담아봤다.

혜화약국, 보문문구, 문화이발관, 金門, 동양서적 주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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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랑방처럼 주민들이 봄이면 꽃도 심어주고

김장철엔 김치도 준다는 카페 그린도어 여주인,

오늘은 첫날처럼 잔 주변에 흩어져 있던 원두는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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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시인은 매일 서점을 들리셨고

김수영 시인도 명동에서 술 드시고 한 번씩 들리셨단다

오늘 김수영 시인 타계하신 날이라 옛날 생각이 다시 난다.

 

도봉산 등산 다닐 때 김수영 시인의 詩碑 있는 곳에서 늘 쉬곤 했는데…

그리고 종로 알라딘 헌책 살 때 쇼핑백에도

김수영 시인이 전사되어 한동안 버리지못하였다.

그 때 포스팅 한 게 어디 있을까 모르겠네?

아 다행…맨 위 이미지만 파손되고 도봉산과 종로 알라딘 쇼핑백도 그대로 찾아진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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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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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 수영 풀

출처: 내자리… 3.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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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6월 16일
시인 김수영 사망47세의 시인
48년 전 오늘
‘풀’처럼 눕다 번역료 7만원을 ‘가불’한 날…한 잔하고 집에 가던 밤
버스가 인도를 덮쳤다 한강이 보이던 언덕
양계장도 하던 자택
집 앞 바로 아랫길이었다
폭음과 독설
광기와도 같은 자의식
지난 시절 ‘예술가’의 전형 같지만…

그는 노동하듯 시를 썼고…
시가 밥값을 못해 번역을 했고
글이 제값을 못해 닭도 키웠다

“돈을 못 벌어서 그렇지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시인의 가난, 노모의 회고가 애틋하다

(…중략….)

출처: 이미지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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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cecilia

    17/06/2016 at 04:46

    참나무님! 안녕하세요?
    늘 한국 문인들의 이야기를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참나무.

      17/06/2016 at 06:38

      아 세실리아님 반가워요
      저도 파리소식 보며 늘 고마워하고있지요
      답글은 못남겨도…
      엊저녁에 급히 올려 약간 수정했어요

  2. 데레사

    17/06/2016 at 07:12

    정말 정말 부지런한 참나무님.
    어제 삼성병원에 검사가면서 무무님과 그때의 참나무님
    생각을 했어요.
    그곳에 가니 자연적으로 생각이 나더라구요.

    나도 수술하고 몸 자유로워지면 발자취 따라 찾아
    다닐려고요. 고마워요.

    • 참나무.

      17/06/2016 at 08:16

      수술하실 상태의 몸이신 것 축복입니다.
      그간 관리를 잘 해오신 덕분이지요
      수술 잘 받으시고 편안한 맘으로
      원하시는 곳 다니시게 기도드리겠습니다
      *
      삼성병원 무무님이 암병동에서
      데레사님 만난 것도 희안한 인연이지요
      그 때만 해도 얘기도 잘하고 그랬는데
      몇일 후 부고를 받았으니 참…;;
      사람 일 세상사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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