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그리고 先親忌日

丙子年 새해가 음력으로 첫날, 설날이 저물어 가고 있다. 어제 온 아들내외와 손주를 보내고 지금서 조용히 이글을 쓴다.우리 어렸을 적에는 설날, 추석날이 아니면 양말, 고기국, 사과, 사탕등을 구경할수가 없었다. 지금은 의식주만으로 보면 매일이 설이고 추석이 아니겠는가? 우리집은 몇년전부터 설날, 명절, 부모님 기일등 식구들이 모이면 가급적이면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간단한 의식을 한후에 근처 식당에 가서 사먹는 것으로 하여 집에서 주부들이 고생하는 것을 대신하여서 치루어 낸다. 우리가 다니는 식당은 일년 내내 문을 열고 영업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시골에서 올라온 동생네 식구와 같이 그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왔다. 식당에 가니 “어째 안오시나 했는데, 역시 올해도 오셨군요.”하면서 종업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어서 즐거운 식사를하였다. 집에 와서 커피와 과일을 놓고서 담소를 하다가 시골 동생네 식구들이 먼저 송도 여동생네로 떠나고, 아들 내외와 손주는 저녁을 먹고서 제집으로 출발하였다.SAM_2077

태백선 열차에서 찍은 1월 어느날의 일출 모습

그리고 오늘은  1929년 정월 초이튿날에 에 태어나시고 54년을 사시다가 돌아가신 선친기일이다. 83년에 돌아 가셨는데, 그날도 설날  아침에 부자가 밥상을 같이  하면서 3월1일에 다시 오겠다고 집을 떠나 인천으로 온 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식사이었고, 대화이었다. 오랜 병고로 인하여 그분의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음은 짐작하고 있었으나,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그 시대의 우리 선대들의 삶은 우리나라의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고, 업압과, 혼란과 가난을 헤쳐 나와서 우리 자손들에게 지금의 이 한국을 만들어 주신분들이시다. 우리 아버님도 일제 강점기 중반에 태어나시고, 국민학교 졸업장은 창씨개명된 것이었고, 중학교 사전은 영일사전(실은 우리가 배운 동아 콘사이스 영한사전은 영일사전을 번역하여 놓은 것임)으로 배우고, 해방의 혼란과, 결혼, 한국전쟁, 나를 비롯한 자식출산과 가난속에서의 교편생활을 통한  가정 유지를 위하여 힘쓰시다가 오랜 동안 투병하시다가 이세상을 하직하신 아버님이시다. 그 시절에는 살림은 거의 어머님께서 주장하시었고,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웠지만 우리 3남매를 다 학교를 보내시고 하셨다. 아버님은 그시절에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셨지만 경제에 대한 감각은 그저 그렇고 閑良이셨고, 로맨티스트이셨다. 그러므로 어머님께서 살림을 주관하시고 말년에는 아버님 병구완에 많이 힘들어 하셨다. 아버님이 돌아 가시던 설날 아침에도 부엌에서 어머님이 눈물을 비치면서 “이제는 너희 아버지 간호에 지쳤다.”고  말하셨는데, 그날 아버님은 이세상과 하직하시고, 초사흘날에 조부모님께서 잠들어 게신 선산에 묻히셨다. 돌아 가신 그날 저녁에 눈이 너무나 많이 와서 교통이 두절이 될 정도이었고, 그리고 설 명절임에도 동네분들의 도움으로 아버님의 장례를 잘 모실수 있었다. 그 날이 벌써 세월이 흘러서 한 世代가 지나가는 33년의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나도 그 사이에 직장에서 정년을하고 3년동안 백수로 지나고 어느덧 60 중반이 되어 가고 있다. 오늘 간단한 의식을 끝내고서는 아들내외가 사온 케익에 63으로 새겨진 초에 불을 켜놓고 생일 축하연을 하였다.  내 생일이 바로 설 끝자락인 정월 다샛날이기 때문에 오늘 설 명절, 아버님 忌故, 내 생일을 원 샷으로 해결하였다.  지금 싱가포르에 살고 잇는 딸애가 3살이었고, 지금 집으로 가고 있는 아들이 제 엄마 뱃속에 있었던 1983년 2월 13일의 기억이 새삼스럽게 다가 오고 있다. 다만, 자식으로서 부모님들 살아 생전에 최선을 다하여 孝道를 하여는가하는 자문자답을 하면 다만 부끄러울뿐이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자식들을 낳아 키우고, 결혼시켜서 분가시키고, 손주들을 보게되니 돌아가신 두분 생각이 간절하다. 이제 못난 자식으로서 두분의 명복을 빌뿐이다. 그리고 곧 성묘를 다녀 와야할 숙제가 다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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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새마음의 샘터”라는 책에 붓으로 서명하여 놓으신 사진

이글에 마지막에 성경의 전도서에 있는 한귀절을 적어 본다. 전도서 기자가 말하기를, “凡事에 期限이 있고 天下 萬事에 다 때가 있나니, 날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때가 있으며 헐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사랑할때가 있으며, 미워할때가 있으며……..,”라고 하였다. 지금 이 시각에 우리나라는 심을 때입니까? 혹은 심은 것을 뽑을 때입니까? 우리들 각자는 서로 사랑할때입니까? 또는 미워할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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