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천사를 만나러 온 아줌마 천사
BY mhfx ON 7. 24, 2005
<백혈병을앓고있는소녀시인허혜린과서강대영문과장영희교수>
큰슬픔만이작은슬픔을위로할수있습니다.정호승시인의말입니다.7월23일토요일오후서울선유도공원에있는한강전시관에서는초등학교6학년소녀시인의출판기념회가열렸습니다.주인공은올해13살먹은허례린양입니다.경기도파주시금촌초등교에다니고있습니다.
그런데허양은백혈병환자입니다.작년11월진단을받았습니다.아직골수공여자가없어서항암치료를계속하고있습니다.허양의평생소원이시집을내보고,시인이되는것이었다고합니다.
이런아이들을위해자원봉사를하는단체가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사무총장박은경02-2144-2241)입니다.1980년미국에서만들어졌고,지금은전세계32개국에서활동하고있는단체인데,한국에는2003년1월창립됐습니다.생명의위협을받고있는어린난치병환자들에게마지막소원하나를성사시켜주는단체입니다.
한국메이크위시는허양에게시집을만들어주기로했습니다.왜냐하면허양이써놓은시가제법됐기도했거니와,시집으로엮어도좋을만큼수준이높았기때문입니다.
나혼자서
힘든싸움을할때
잠시머물러준
그대…
혹여나
내곁떠날까봐
마음한구석꽉잡아놓았는데
그대떠날때쯤
어쩔수없는마음에
슬그머니그대마음
풀어놓는다
아무것도모르며
떠나는
그대뒷모습보고
쉴새없이내눈에서
그리움이흘러내린다
나혼자서
힘든싸움하던그때가
너무무서워서
나너무외롭고힘들어서
그대떠나시면모두사라져버릴꿈…
나다시는느끼고싶지않아서
그대를놓아준다
혜린이의‘그리움’이라는시입니다.“‘새없이내눈에서그리움이흘러내린다’는대목이제일많이좋다”쪽지글이그시에는붙어있습니다.시화전을겸하여열리는출판기념회에는시와그림들을이젤위에올려놓았고,그시에포스트잇을붙일수있도록해놓았거든요.
혜린이는정말예뻤습니다.청소년을위한TV드라마에주연으로출연해도손색이없을만큼이목구비가귀여웠습니다.
<시카드에사인을해서봉사원언니들에게선물하고있는허혜린양.왼쪽이엄마김주한씨.오른쪽이남동생재권.>
이날행사에는특별손님으로서강대영문과의장영희교수가왔습니다.장교수는본인이암환자입니다.소아마비를앓아1급지체장애인이기도한장교수는이미4년전에유방암수술을받았습니다.그런데작년에그것이전이된것으로밝혀져지금도너무나고통스러운항암치료를받고있습니다.
암환자가암환자를위로하고격려하는자리가됐습니다.장교수는자기차례가되자목발을짚고힘겹게연단에올라가마이크앞에섰습니다.
“혜린이는시인의눈과마음을타고태어난것같습니다.나는두번놀랐습니다.하나는메이크어위시라는단체에대해서입니다.둘째는혜린이의시에대해서입니다.제가방금제팬클럽인정모에갔다왔는데,초등학교6학년의시가맞느냐는얘기를했습니다.영미문학의대가들의시에못지않게훌륭했습니다.
솔직히저는오늘아침졸린눈으로혜린이의시를읽기시작했습니다.그런데처음시를읽다가깜짝놀라서눈을크게떴습니다.‘내안의나’라는첫번째시입니다.
어찌하녀
내가안의
너를생각했는지
비오는날의
먼지처럼
비록나는
사라졌지만
내안의너만은
아직이생에
존재한다
나보다
내안의나를
더욱생각한마음이
나의곁에흙한줌으로
나와함께남아있다
(장교수가감탄할만한시였습니다.혹시혜린이를대신해서어떤어른시인이써준것이아니라면이시는대단한시임에분명합니다.병든육신의내부에깃들여있는명징한영혼을지닌또다른나를상정하고있는시작법이놀랍습니다.장교수의육성을계속들어보겠습니다.)
나는남은시들을다읽고,혜린이를만나러가는구나,커다란희망과포부를갖게됐습니다.다음에주목한시는‘어려운모험’이란시입니다.
장거리의
길을걷지만
험한
길을걷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