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다시 이방인이 되다

이방인으로살다가인천공항에내리는순간동포들의인파속으로

자취도없이사라진나는이태원숙소에서여장을풀었다.

다음날늦잠을자고일어나고향의모든것이내것이라도된듯

개선장군처럼기세좋게이태원거리를걸어길때길옆의상점주인들이

지나가는나를잡고영어로양복한벌맞추라고하는순간나는고향에서

다시이방인이되여나자신을돌아보며도대체왜고향의동포들이

자신들처럼코가작달막하고눈이쪽찌저진나를보고무순이유로나를

이방인으로보는지나는아무리생각을해도도무지이해를할수가없다.

미군영내에밥을먹으러가도,매점에들러도,맥주한잔을마시려고

드래곤호텔바를가도일하는한국인모두가나를이방인으로보고

영어로나를대할때마다짜증이나며,제발나를보이는내모습그대로

동포로대해달라고애원이라도하고싶은심정이다.

40년을이방인으로살다가고향에와서다시이방인신세가된다는것

정말지겹고서러운심정이다.

형님과두동생이있어도한평원룸에숙소를정한이유는형수,제수들

눈치보기싫고또미안해하는형님동생들얼굴이보고싶지않아서이고

이보다더큰이유는은퇴한졸병주제에호탤같은곳에묵을수있는형편은

못되기떄문이다.

집떠날때저검은가방으로60파운드의짐을챙겨와한평원룸에풀어놓자발디딤틈이없을정도로

방은꽉찼다.

오늘저녁은TV디너로바비큐치킨,으깬감자,당근과브로콜리를먹었다.텡탱언음식을전자오븐에

덮혀티비를보면서먹는맛은이세상에서가장맛있게먹은저녁밥이다.대궐같은집을떠나졸지에

단칸방신새로전락을했어도오랫만에나홀로가족과뚝떨어져나만의시간을가질수있다는기쁨은

이세상어느것과도바꿀수없는즐거움이다.

따듯한방에서,티비를보면서지문이사라질정도로자판을정신없이두들기고있는순간은가을

이라는계절의등에업혀온외로움과서글품도감히나를침범하지못하고내주의만빙빙돌며

기회만보고있다.

내일은치과에,금요일은침맞으러,토요일은화천으로귀농을한블러거부부의초청을받아

아침일찍버스를타고춘천을간다.나홀로혼자터벅터벅걸어길을떠날생각을하자

갑자기아랑낭자가지난번차럼이세상으로출장이라도왔으면함께갈수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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