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섯달 긴긴밤에

동지섯달길고긴내생일날밤,

남은밥으로만들어놓은현미밥누릉지를

푹푹끓여구수한숭늉을마시기위해

누릉지넣고누룸밥을끓였다.

밥그릇에담은누룸밥의

뜨거운숭늉을후후불며

마시자아주머언옛날

추운겨울피난길에서

밥대신얻어먹었든누룸밥과

숭늉의기억이대뇌피질에

숨어있다가벼락처럼나타나

기억을찾아주고사라진다.

내몸속에흐르는피의15%를사용하고

내몸무게의20-25%에지나지않는뇌속에

서길고긴날들을잠자고있든지난날피난길

의추억을저장하고있다가떠올려준뇌의

능력에그저감탄을연발하면서

후르륵거리며마시는뜨거운숭늉의맛은

동지섯달생일날밤입맛을돋구어준다.

누름밥한수저떠먹은다음젓갈로김치한조각

집어입안에넣고누름밥과함께씹고있을떄

입안에퍼지는그맛은먼옛날추운동지섯달

겨울밤피난길에서얻어먹었든누름밤과

김치의맛은택사스에서먹어도

조금도변하지않았다.

꽁꽁언시골길을종종걸음으로어머님따라

피난길을걷다가시골집처마믿에서얻어먹은

그누름밥과숭늉의구수한그맛을잊지못해

택사스대초원에서동지섯날내생일날누름밥

꿇여숭늉을마시며눈물의피난길을떠올리면

그떄의고통은사라지고그저한조각아름다운지난날의

추억으로만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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