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잔잔해진산책로에서만난이들의표정에
봄빛이묻어있는듯얼굴이상기되어있다.
오랜만에걷는길섶에는이름을모르기도하고
알아야될이유도없는풀꽃이그들의방식대로피어있다.
그들은언제나남루한장소에서단순하게봄노래를읊어낸다.
자리를같이한엉겅퀴가한줄로나란히시범을보여준곳이있었는데,
얼마전에아스팔트포장을하면서그부분을무겁게덧씌워버렸다.
그런데오늘,곁을지나다가놀랍게도홀로핀생명의경이를보여준민들레를만났다.
그놀라움은흙속에서순을틔운것이아닌,기름기가배어있는
딱딱한아스팔트위를뚫고나온힘을만났기때문이다.
가까이서살펴보니이건감탄의차원이아니라신기한모습이었다.
같이간분은″그게뭐가그렇게신기하냐″며싱겁다는투로걸음을옮겨놓는다.
그렇다면나는늘작고시시한것에바보스런사랑을보내는것일까?
하지만이럴때,신기함을느끼지않은이가오히려이상하지않는가.
″사람과의대화속에서단절의벽을볼때외로워진다.″는토막글이속표지에적혀있는
이책은세상을지혜롭게살자는교훈적인지침서도아니고,재테크에눈을크게뜨게
하는내용과는상관이없는자연에대한잠언시집인’민들레를사랑하는법’이다
그래서인간은대자연의생명계와한구성원이라는점을확인시켜주는
글들로묶어져있다.자연과대화하는능력을빼앗아간모든것이,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된것이라는깨달음을주며이것을극복하는것은물과돌,흙과공기에대하여
고마워하라는충고가있다.
자연을보는눈과귀를열어두어야여러감각이되살아난다는강조를한다.
화창한봄날,다른꽃들이호화로운빛깔로모습을드러낼때,땅바닥에엎드린
민들레는초라하기까지하다.그런데그소박한듯겸손한생김새가오히려마음을
사로잡는다.겨울을이겨낸메마른자리에서다소곳이피어난풋풋함을사랑하지
않을수없다.연약한듯낮은자세로있는굳센생명력이가상하기때문이다.
모진환경을이겨내고피어나는것이일덕(一德)이며,
씨가날아앉는자리가어디이건상관치않고피어나고마는억척이이덕(二德)이며,
뿌리를캐어며칠동안햇볕에노출시킨후에심거나그뿌리를난도질하여심어도싹이돋아난다.
한뿌리에여러송이의꽃이피지만,동시에피는법이없고한송이가지면차례를
기다렸다가피는장유유서(長幼有抒)의차례를아는것이삼덕(三德)이다.
어둠에꽃잎을닫고비가오려할때나구름이짙어지면꽃잎을닫아서명암의천기를
알아선악을헤아리는것이사덕(四德)이고,꿀이많고진하여멀리있는벌들을끌어들이니
정이많다고하여오덕(五德)에속하기도한다.
또한씨앗이제각기의존없이바람을타고멀리멀리날아가자수성가하여일가를이루는
모험심이칠덕(七德)이고,그흰즙이흰머리를검게하고종기를낫게하여열을내리게하므로
팔덕(八德)이다.여린잎을나물로무쳐먹기도하고유즙은커피나와인,맥주나차에타서
쓴맛을더첨가하여마셨으니살신성인이구덕(九德)이라고전한다.
그러나꽃말로는좋은대접을받지못하여무분별과나쁜점으로기록돼있다.
그는어떤척박한땅에서도뿌리를내리기때문에화초속에서는잡초로홀대받지만,
꽃으로아껴주는나같은사람을위해끈질기게자신을피워낸다.
아름다운꽃들을가꾸는어느정원사는뽑아도줄어들지않는민들레를없애기위해,
모든방법을강구했지만허사였다.마침내그는정원가꾸기협회에상담을했다.
그협회에서가르쳐준것은이미그가시도해본것이었다.
그러자정원가꾸기협회에서는마지막한가지방법을일러주었다.
″그렇다면민들레를사랑하는법을배우세요.″
봄날의가벼운바람을타고,민들레씨들은하얀깃털을펼치면서약속된장소도없이
날아간다.귀한꽃이아니기에여느꽃처럼,소중하게대해주는법이없지만
제힘으로자신의영역을개척한다.
사람들은화사한벚꽃의짧은황홀을사랑하지만,나는어떤시류에도흔들리지않는
곧은심지의사람을보는것같아그에게마음이끌린다.
어떤꽃을피워내더라도자신답게피는것이바라보는이의마음을술렁이게한다.
아무곳에나피어있어도민들레를당당한꽃으로인정해주고싶다.
소외된자를사랑으로보듬는마음으로.
산책로를걷던어느날오후,갓피어난꽃망울을향해내마음을전한다.
″너참예쁘다.양지바른곳에자리를잘잡았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