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사이에서시상이떠오르고,소나무아래에서도가샘솟는다(詩思竹間得道心松下生)’는구절과함께이영복화백이소개한송(宋)나라한졸(韓拙)의소나무설명이떠올랐다.“노하고놀란용과같은형세도있고,나는용이나엎드린호랑이와같은형세도있고,몸을거만한자세로구부정하게취하는듯한형세도있는데,이모든형세는소나무가지닌의표(儀表)이다.그형세는천태만상이어서그변태로움은이루다헤아릴수조차없다.”이모든형상을다품고있는것이바로석송령소나무임을다시깨닫는다.
석송령소나무가이마을에터를잡은사연은600여년전으로거슬러올라간다.풍기에서큰물난리가났을때,석간천을타고떠내려오던어린소나무를지나가던과객이건져심었는데,그나무가자란것이바로이소나무라는것이다.그러나이소나무가‘석평마을의영험한소나무(석송령)’란이름으로토지를소유하게된사연은보다최근의일이다.지금부터80여년전이마을에살던이수목(李秀睦)노인이그의소유토지를이나무명의로기증하고세상을뜨자주민들이그의뜻을모아1927년등기를함으로써사람처럼재산으로소유한나무가되었고,1982년에는천연기념물294호로지정되어일약명목(名木)의반열에올랐다.
석송령을보살피고,또그재산을실질적으로관리하고있는석송계의김성호총무를만나평소가졌던몇가지궁금증을물어보았다.먼저이소나무에게토지를물려준이수목노인의참뜻이무엇인지물었다.“이수목노인에게는후사가전혀없었던것이아니고딸이한명있었다.만년에는그딸과함께경북선산에서살았으나노인은별세했고,현재딸만살고있다고듣고있다.마을사람들누구도이노인이소나무에게재산을물려준참뜻을들은바없다.막연히아들이없기에나무에게물려주었을것으로추측할뿐이다.마을에서는그의뜻을기리고자60세이상의노인들로석송계를조직해매년음력정월대보름에석송령앞에서제사를올리며마을의안녕과번영을빈다.
그리고석송령이소유한토지의임대수입으로이노인의묘소관리와제사를지내고있다.석송령에게재산을물려준덕분에자손이해야할일을마을사람이맡아서하고,또마을화합에튼실한구심점이되었으니이노인의뜻은마을이존립하는한이어질것이다.그러나이소나무덕분에궁벽한우리마을이전국적으로유명해졌다.이런사정을감안하면이노인의숨은뜻을충분히헤아릴수있는것아니겠는가한다.”평소막연히생각했던내용과다르지않았다.4년전에졸저‘나무와숲이있었네’(학고재)를준비하면서도똑같은고민을했다.도대체이수목노인은어떤생각에서소나무에게재산을물려주었을까.나는이노인의입장이되어봤다.그리고석송령이재산을보유하게된사연을꿈속에나타난소나무의계시덕분이라고서술했다.
비록상상으로그린내용일망정,이내용은나무나숲을살아있는유기체나인격체로인식했던우리조상들의수목관에근거를둔것이었다.장관급벼슬을가진속리산입구의정이품소나무와우량한혈통을보전하고자삼척준경릉에서선발한‘한국제일의미인송(美人松)’,그리고석송령부자소나무가바로살아있는사례이기때문이다.또한자식의탄생과함께‘내나무’를심는풍습도나무를한식구처럼인식했던예라고할수있다.사내아이의소나무나여자아이의오동나무는아이들의수호목이되었음은물론이다.
나무를인격체로상정한나의서술내용은석송령을단순히흥미거리로서술한다른이들의내용과달랐기에여러독자들로부터질의가이어졌다.그러나이즈음출간된노거수(老巨樹)에대한책에나의서술내용이그대로인용되고있음을볼때,나무나숲을살아있는유기체로인식한조상들의자연관이확산되고있는듯하여감회가새로웠다.석송령소나무는사람과나무와의관계를다시한번상기시켰다.왜우리들이나무를숭배하고사랑하며그들과함께살아가야하는지를석송령은말없이전하고있었다.
지난5∼6년사이에석송령의주변환경이많이변했다.석평마을김반장께그사연을물었더니방문객이늘어났기때문이라고했다.최근에개장한인근의예천온천과중앙고속도로덕분에주말에는1500여명의인파가몰린다고한다.그래서군에서주차장을늘리고,정자를만들고,나무보호철책을좀더밖으로넓혔다고한다.그러나많은관광객들이석송령밑으로거리낌없이들락거리고함부로막걸리를주고있어서걱정스럽다.운문사의처진소나무는방문객의출입을엄격하게통제하고막걸리도일년에한번만줄뿐이다.
석평리의석송령의소나무는사람들이수시로드나들고있으며,막걸리도계속제공되고있다.이런행위는나무에게치명적이며,석송령이쇠약해진원인의하나일수도있다.사람들의빈번한출입은흙바닥을단단하게만들고,다져진흙속의뿌리는영양분이나산소를충분히흡수할수없게되어나무는차츰쇠약해져고사하고만다.문화재관리청이나예천군은생명문화유산인석송령소나무의보호와관리에보다각별한관심을가져달라고지면을빌어서부탁드리고싶다.나무로부터일정거리를두어관광객의출입금지를하는것이석송령소나무를지키는최고의방책이다.
오늘날석송령이소유한토지로부터얻는수입은많지않다.마을회관에서운영하는매점과석송령식당에서매달30만원씩,주택임대에서매년쌀한가마로1년에약500여만원의수입을얻는셈이다.석송령의수입일부는관내에다니는중·고등학생들의장학금으로지급되었다.그러나재학생이줄어든오늘날에는대학생에게50만원의장학금을지급하지만그나마몇년에한번씩지급된다고한다.
-전영우국민대교수(산림자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