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사나이 엄홍길 *-

산사나이엄홍길

엄홍길은한국최고의산악인이다.세계에서8번째로8000미터이상의고봉을한둘도아닌자그마치14개나정복했기때문이다.그래서붙은별명이히말라야탱크다.물론한국인으로는최초의기록이다.어느분야든그분야를평정한사람에게는남다른그무엇이있다.그는두얼굴을가진사람이란얘기를듣는다.서울에서의엄홍길과히말라야에서보는엄홍길이완전히다른사람이기때문이다.서울에서는털털하고수더분하지만히말라야에서는신경이극도로날카로워지고,사소한일에도예민하게반응하는성질급한사람이된다.

왜그럴까?그의답변이다.“평지에서는웃어넘길수있는사소한실수가높은산에서는팀전체를죽음으로몰고갈수있습니다.장비의매듭하나풀린정도의사소한부주의때문에목숨이왔다갔다하는상황이됩니다.고산등반이란처음부터끝까지아주섬세하게관리하지않으면성공할수없습니다.기술과장비가발달했다해도히말라야고산등반은생명을건모험입니다.등반을책임진대장으로서,세세한부분까지점검하고챙기는것은당연합니다.”

그는변화와새로운도전을즐긴다.국내처음으로외국인과함께동반산행을시도했다.14좌가운데5좌를스페인등반대와함께올랐다.그는외국인과의등반을통해새로운것을많이배웠다.우선경량등반이라는새로운접근방식을배웠다.한국등반은많은인원이가서시끌벅적한잔치분위기속에서등반을했지만스페인팀은경제적으로등반을한다.소규모인원과장비로단시간에등반하는방식이다.등반을계획하고준비하는과정을체계화하고프로세스가합리화되어있다.한마디로“경량화와속공”이라할수있다.

등반분위기가밝고필요이상정신력의중요성을강조하지않는것도특징이다.결과보다는과정을즐긴다.8000미터이상산을14개나올랐다는등반기록은화려해보인다.하지만그가늘성공만을한것은아니다.같은숫자만큼의실패가있었기때문에가능했던것이다.엄홍길은첫도전인1988년에베레스트등반에는쉽게성공한다.하지만93년까지시도한도전에6번을연이어실패한다.또죽음의문턱도여러번넘나든다.그가외국인과등반을하게된것도사실은스폰서를구할수없었기때문이다.그런연이은실패덕분에그는겸손해진다.고산등반은신들의영역이란것도알게된다.

그리고성공한다.하지만11번째봉우리인안나푸르나에도전하다또다시실패한다.정상을500미터남긴시점에서세르파2명이추락했고이들을구하려다발목이180도돌아가는중상을입었기때문이다.헬기도올라올수없는곳에서의사고였다.2박3일에걸쳐베이스캠프까지기어왔고재기한다.그의고백이다.“1988년에베레스트를처음올랐을땐정말무서운것이없었습니다.하지만연이은실패는내인생을돌아보게했습니다.히말라야는나를거부하는것같았고,나는그냉혹함에진저리를쳤습니다.

그사건으로나는힘만믿는청년에서겸손함을아는사람으로변할수있었습니다.”작은성공은실패없이도가능하다.그러나큰성공뒤에는항상쓰라린실패가있게마련이다.그가위대한것은실패를하지않아서가아니라실패를거듭했지만이겨내고다시도전해승리를거두었기때문이다.그는최고의인사전문가이다.네팔에서엄홍길의별명은엄싸부다.셰르파를존중하고인간적으로대접하기때문에붙여진별명이다.이들은베이스캠프에도착하면라마제를지낸다.산에오르겠다는고지와동시에안전등반을기원하는의식으로셰르파에게는절대적인의미를지닌다.

그래서이들에게는금기사항이많다.닭이나염소를죽이는살생,고기를불에구워먹는것…많은사람들은이를무시하지만엄홍길은이를철저히존중하고배려한다.“셰르파는우리가돈을주고고용했지만등반을같이하는동료입니다.이들을어떤사소한일로도자극하지않고마음편하게해주는것은등반의성과와직결됩니다.”셰르파2명을구하기위해그가다친사건때문에엄홍길은그동네사람들에게는절대적신임을얻고있다.역시사람마음을사야하는것은리더의가장중요한덕목이다.

대범한산사나이지만그는사소한것에정성을다한다.그가등산화신는모습은경이롭다.신발에혹시작은모래알이라도있을까봐신발바닥을위로해서햇빛에비춘후일일이손톱으로모래나먼지를하나하나털어낸다.신발속에들어간돌가루하나가집중력을흐트릴수있기때문이다.엄홍길의텐트는척보면알수있다.워낙깔끔하게정리정돈되어있기때문이다.눈감고도장비를찾을수있게끔되어있다.어찌나텐트를잘정돈하고관리하는지셰르파들은엄대장의텐트를신전이라고부른다.

흔히등반을삶에비유한다.올라가기전에는까마득하게보여도한발한발올라가다보면어느덧이렇게많이올라왔나하는느낌이든다.올라갈때보다는내려갈때가힘든다.힘들때가있지만상쾌하고기분좋을때가있다.실패할때가있지만좌절하지않고성실하게살다보면희망에찬순간이오는것도그렇다.엄홍길대장을통해새로운깨달음과에너지를공급받기를바란다.

-글:한근태한스컨설팅대표-

히말라야14개봉을완등한알파니스트엄홍길.

"이번에오른k2봉은에베레스트보다낮지만기상변화가심하고난이도가높아서사고가많은곳이다."프랭크로담감독의영화로도잘알려진k2는’죽음을부르는산’이라는별명을가지고있다.해발8611m이다.에베레스트보다200여미터낮지만히말라야14봉중가장험하여등정성공율이50%에불과하다.그가처음부터14봉완등의목표를세운것은아니었다.

산이좋아국내외의산을찾아다니던엄홍길이에베레스트를오른것은1988년부터이다.그때까지만해도히말라야14봉을모두오르겠다는목표는없었다.그러나1995년스페인바스크원정대의초청으로마칼루봉을오르게된것을계기로본격적인도전이시작되었다.안나푸르나,시샤팡마,초오유,낭가프르밧,브로드피크,로체,다올라기리,마나슬루,가셔브롬1,가셔브롬2,캉첸중가,그리고k2봉을차례로올랐다.

"정상에오르면아!해냈구나,목표를이루었구나하는생각이들지요.하지만그런환희는아주잠깜뿐이에요.그다음부턴내려갈걱정이들어요.과연사고없이무사히내려갈수있을까하고말이죠."올라가는것보다내려가는것이더힘들고위험하다는것을잘알고있는그는정상정복의순간에도하산할걱정이앞선다.베이스캠프에도착해서야비로소정상의기쁨을반추하고동료들의희생과도움을기리며히말라야의신들에게감사를드릴수있는여유를갖는다.

그동안엄홍길은8명의동료들을잃었다.본인자신도무수히죽을고비를넘겼다.그에게죽음이란항상짊어지고다니는배낭과도같은것이다."산을타면탈수록자신감도생기지만죽음에대한생각도바뀝니다.동료들의죽음을보면서죽음이주는충격에도익숙해지는거지요.죽음이항상곁에있다고생각하면삶과죽음의구별이무의미해져요.삶에대한애착도사라지고죽음에대해서도초연해지게됩니다."

강해보이는그의얼굴에죽음과사투를벌인흔적이남아있다.눈에반사된햇빛에화상을입어허물이벗겨진자국이선명하다.그의발가락은발톱이빠지고험하게변해있다.삶과죽음에대해많이초연해졌다고솔직하게고백한다."산에오래오르다보면죽음이다가오는것을느낍니다.항상사고를예상하면서가는거죠.일반인들이일상적으로다니는산길을갈때도어디서바위가굴러떨어질만한곳이있나살펴보게되고미끄러운곳이없는가확인하면서가게됩니다."

이번에k2봉정상에올랐을때에는먼저간동료들의사진과함께성경책을묻었다.삶과죽음을넘나들며그깊이를알게된엄홍길에게종교는결국자연과같은것이다.자연앞에겸손하고산앞에서두려움을느낀다.서양의산악인들도히말라야를오래오르다보면라마교의식에경도되거나동양종교를믿게되는사람이많다고한다."자기가좋아하는일에몰두하는모습이아름다웠다"고엄홍길부인은말한다.

엄홍길그는아내이순래씨를93년여름,수영장에서만나5년연애끝에결혼하였다.산사나이엄홍길씨는집에있는날보다집밖에나가있는날이더많다.모험가로서의그의인생과생활인으로서의그의일상이서로상반되지는않을까?"집에돌아와서도항상산생각만합니다.잠자는시간외에는산생각만하지요.한번산에나가려면준비할것이많거든요."등반대구성,스폰서모집,등반스케줄작성등모든일을혼자서추진해야하는그는국내에있을때도언제나바쁘다.

코로롱스포츠와파고다외국어학원등의스폰서들이그의생계에많은도움을준다.특히파고다외국어학원의고인경회장은산악인출신으로엄홍길같은후배산악인들에게지원을아끼지않는다.엄홍길은현재파고다외국어학원비상근홍보실장으로직함을갖고있다.바쁜일정속에서도틈만나면늘국내의산을오른다.특히집근처의도봉산에자주간다.그에게도봉산은집과같은곳이다.어렸을때부터그곳에서살았고도봉산을뛰어다니며체력을단련했다.

엄홍길은키168cm에몸무게60kg의작은체구지만히말라야최고봉을넘나드는초인적인체력은바로도봉산에서기른것이다.부모님이그곳에서음식장사를했고,결혼해서분가할때도도봉산곁을떠나지않았다.그래서도봉산이키워준사람이기도하다.또그의모친은아들이원정을떠나있는동안망월사를찾아부처님께그의무사기환을빈다.

히말라야14봉을정복한세계적산악인엄홍길씨는그가국내에서못올라가본산이과연있을까?"그럼요아주많지요."그는웃으면서그렇게말했다.지리산이나설악산등특정한산을집중적으로등반하면서연습을하기때문에국내의산들중에서도못올라본산이많다고한다두아이의아버지인그는아이들이아직어려서가족과함께산에오른적이없다.부인과함께등산을가보지도못했다.지은(4)과현식(2)은가끔씩집에들어오는아버지가낯설다.

아이들에게늘미안하지만그는두가지일을완벽하게할수는없다고생각한다.가장으로써의역할과자신의일이서로상반될수록그는자신의일에더욱몰두한다.그일이더욱어렵고고통스럽기때문이다.그래서아내에게늘고맙고미안하다.항상외국으로떠돌며죽을고비를넘기는데다집에있을때도마음은언제나산에가있는남편에게아내는싫은내색한번하지않는다.아내는그가집을떠나있을때가정을지켜주고집에돌아오면편안한휴식을위할수있도록배려해준다.

●엄홍길과원도봉산

원도봉산에오르면언제나푸근하고따뜻합니다.또항상제자신을공손하고겸허하게만들어줍니다.어렸을적에는무엇에도비교할수없는놀이터였죠.세살때이쪽으로이사와부모님이매점을운영하셨거든요.산속의바위와나무는저에게장난감이었죠.산속에서살았던셈이죠.그러다보니만나는사람들이모두‘산사람’들이었어요.중2때는두꺼비바위에서암벽타기를배우기시작했죠.산의매력에빠지기시작한셈이죠.

1998년안나푸르나원정중에발목을다쳤을때는정말자포자기였습니다.쇠못을네개나박는수술을받고나서의사는더이상산에오를수없다고하고….그때원도봉산이저에게이렇게말을하는것같았습니다.“넌주저앉을놈이아니다.지금너의모습은진짜가아니야.일어서야지.넌해낼수있어.”정말큰힘을얻었습니다.절망의구렁텅이에서희망의봉우리로저를끌어올렸습니다.

이때부터네살짜리딸을캐리어에들쳐업고원도봉산을오르기시작했다.힘이들면딸아이의손을잡고함께오르기도하고요.10개월의재활기간가족과사랑도키우고희망도키우고.모두원도봉산덕분입니다.지금은도시생활에지쳐있거나고민거리가생기면원도봉산을찾습니다.산속을걷다보면해답이저절로머릿속에떠오릅니다.또남을배려하지못했는지.겸손함을잃었는지돌이켜보게만들기도합니다.저에게있어원도봉산은평생의어머니이자스승입니다.

●“8000m의희망과고독”

히말라야8000미터14좌에바친뜨거운젊음의기록이2003년11월15일이레출판사에서발행되었다.세계에서가장높은산인에베레스트의정상에인류가발을들여놓은지꼭50년이되는해에전세계의산악인들이모이는<에베레스트초등50주년기념등반>이있었다.한국의산악인엄홍길대장이그곳에초청받아참가하였다.엄홍길대장은2000년7월31일K2에오르며,한국인으로최초,아시아에서최초로히말라야의8000미터급14개봉우리를모두오른신화적인산악인이다.

이번에도서출판이레가출간한《8000미터의희망과고독》은히말라야의탱크라고불리는의지의산악인엄홍길이1985년에베레스트에첫발을들여놓은순간부터도도한히말라야8000미터급봉우리들의정상을밟아가며,마침내2000년7월K2등정으로히말라야8000미터14좌를완등하기까지,그고난과극한의상황,감동적인정상의순간들을담은책이다.엄홍길은히말라야14좌를완등하므로세계적인산악인으로한국인의강인함을보여주었다.

《8000미터의희망과고독》은그의파란만장했던히말라야등정의날들이기록되어있다.함께생사의고비를넘기며우정을쌓아갔던친구들을설산에묻어야했던슬픔들,어떤고통속에서도포기할수없었던도전들의이야기이다.그러나무엇보다도이책은히말라야의어마어마한거봉들그자체와그곳을오르며겪어야하는,상상을초월하는고통에도불구하고그산들을사랑할수밖에없는한강인한영혼의이야기이다.

●"엄홍길의약속"

2005년,세계등반사상유례가없는죽음의고도8750미터에서산악조난으로사망한박무택과장민.그리고그들을구하기위해홀몸으로달려올라간백준호의시신을찾아나선원정대의기록이다.인간을거부하는고산지대는눈사태와저온,저산소로시신운구는커녕혼자몸으로정상에오르기에도벅찬곳이다.그곳을한국의산악인엄홍길과초모랑마휴먼원정대가우정과신의하나에몸을기대어시신수습을위해나섰다.

77일간의사투끝에친구와의약속을지키는데성공한2005한국초모랑마휴먼원정대의이야기가산악문학전문작가심산에의해《엄홍길의약속》으로도서출판이레에서출간되었다.산악인,기자등으로구성된휴먼원정대의구성과훈련부터출발,등정과정,시체운구과정속에서벌어진좌절과희망의순간들을담았다.이미MBC에서다큐멘터리로방영한바있는내용을다양한사진자료와함께묶었다.

휴먼원정대보도에서는드러나지않았던고인들의개인적인면모와원정지에서의생활모습,휴먼원정대원들간의진한우정과동료애등사람냄새물씬나는산사나이들의모습을있는그대로보여주고있다.이번원정대의객체는백준호,박무택,장민이고,주체는엄홍길을비롯한휴먼원정대이다.작가는원정대의전체활동을생중계하면서그과정에서피어나는감동의드라마를보고문학의형식으로담아냈다.

시시각각다가오는죽음의공포와싸우며동료의안위만을걱정하던고인들의이야기,자신들의생업을팽개치고그리움속에묻어둔친구의시신을찾아나서는산악인들의끈끈한우정과죽음의그림자를등에업은채거대한자연과맞서는인간의숭고한희생정신이한편의감동적인휴먼다큐멘터리가되어우리앞에찾아온것이다.“엄홍길의약속”은한국산악문학사상가장생동감넘치는저작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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